출처 : 여성시대 김홍집
해피엔딩이길 이처럼 간절히 바란 영화는 처음이었다.
한지민 주연, 이지원 감독 작품. 미쓰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영화는 많다. 감독들은 현재 곪아있는 문제들을 영상으로 구체화 시키고 사회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그들이 보내는 시그널을 받으며 잊고 살던 사회 이면의 경각심을 깨우게 된다.
이 영화 또한 그렇다. 아동 학대, 가정 폭력이라는 아주 뚜렷한 메시지를 품고 만들어졌다. 필연적으로 어둡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주제이므로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영화를 선택하려 했다면 조금 각오를 하고 관람 하도록 하자. 우리의 빛나는 배우 한지민은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내내 단 한줌의 미소도 짓지 않는다.
1. 연기
영화는 주인공 백상아의 과거를 들추는 것부터 시작한다. 백상아. 이름에서부터 냉기가 철철 흐르는 그녀는 정녕 한마리의 백상아리처럼 날이 서 있는 인물이다. 쉽게 말 붙이기 힘든 화장법과 다가오지 말라는 오오라를 풍기는 의상은 의상 팀과 메이크업 팀의 합작품이다.
연기변신에 성공했다는 말이 칭찬이라면 그녀는 완전히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한지민이 망가지는 연기를 해서 이슈가 된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아주고 싶진 않다. 그녀는 영화 단 한순간도 망가지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뻑뻑 피고 땅에 아무렇게나 찍 침을 뱉는 그녀는 그저 인천 어딘가에 살고 있는 백상아이지 망가진 한지민이 아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한지민은 한 장면도 백상아가 아닌 장면이 없다. 말투, 눈빛, 화장법, 몸짓까지 완벽한 연기를 해내고 있다. 걸걸하지만 깔끔한 딕션은 감탄사까지 나오게 만든다.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2시간을 투자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연기 이야기를 하자면 이 영화의 공동주연 김시아 배우도 빠뜨릴 수 없다. 김지은 역을 놓고 경쟁률 600대 1의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이슈를 접했을 때 만만치 않은 신인 배우가 탄생하리라 직감하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 해 낼 줄은. 김시아 배우에겐 아역배우라는 호칭을 붙이기 송구하다. 말 더듬는 연기, 눈을 꼭 감는 표정에서도 신인 배우의 서투름이 드러날지언정 아역이라 따라오는 어색함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이희준 배우의 사투리 연기 또한 아주 인상 깊다. 배우의 사투리 연기가 과하면 영화에서 혼자 튀고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부자연스럽게 겉돌기 마련인데 이희준 배우의 사투리는 감칠맛이 난다. 자연스러운 단어 선택, 리듬 있는 운율은 오디오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같은 장면 속에 있는 한지민 배우의 비현실적인 외모가 아니었다면 실제 사건의 담당 형사라 생각할 만치 자연스럽다.
2.영상
영상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특별한 연출은 없다. 칙칙한 배경 속 홀로 마젠타 계열의 립과 탈색한 머리를 하고 녹아들어 있는 백상아가 다다. 어수선한 동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 모든 장면들은 어딘가 낯이 익다. 마치 이런 일이 실제로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도였다면 그녀의 연출이 멋지게 성공했다 할 수 있겠다.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 힘들 정도다.
또 한 가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이 무렵 영상 속에서 한 발 먼저 겨울을 만날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 따뜻한 어묵국물이 있는 포장마차가 간절해지게 된다.
3. 내용
영화는 아동학대라는 주제를 아주 무겁게 다루고 있다. 리얼하게 만들어진 세트장에 몰입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마치 카메라를 통해 뒷골목 깊숙이 숨겨두었던 어두운 현실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영화가 나타내고자 했던 주제는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잘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아동폭행을 다룬 영화들과 큰 틀은 같으나 훨씬 직구로 승부한다. 비현실적인 요소나 극적 전개도 모나거나 덜한 곳 없이 잘 균형 잡혀 있다. 미쓰백의 과거와 현재를 일직선상에 놓고 보면 전개되는 감정선도 억지 없이 물 흐르듯 따라잡힌다. 만약 현실 속 아동학대 피해자 김지은이 내 눈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미쓰백처럼 손을 내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폭력을 다루는 영화이다 보니 어느 정도 선정성은 있다. 피와 자상, 타박상 흉터 등이 곳곳에 나오니 피를 전혀 보지 못하는 여시들은 참고하자. 그래도 가족들과 보기에 무리가 있을 만큼 잔인한 영화는 아니었다.
사실 미쓰백을 기다리고 예고편을 찾아보면서, 이 영화의 유일한 옥의 티는 이희준 배우가 분한 장섭 형사 역할이 되리라 생각했다. 미쓰백이 원탑 주연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는 장면을 기대했다간 큰 코 다치겠구나 각오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개봉한 여성 주연 영화가 100퍼센트의 충족감을 주지 못한 이유는 주인공이 그 자체만으로 완전한 주인공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남성의 그늘을 품은 채로 끝나버리는 영화는 볼일을 보고 그냥 나온 것 같은 찝찝한 아쉬움을 남겼다. 사랑하는 사람의 뒤를 쫒아 자신의 길을 정한 <악녀(2017)>의 숙희(김옥빈 분), 느와르로 시작하지만 모성애라는 클리셰로 끝이 나 버린 <미옥(2016)>의 현정(김혜수 분) 역시 그렇다.
그렇다면 미쓰백은 과연 이런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안타깝지만 100퍼센트 그렇다고 볼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장섭 형사는 백상아를 구원해주는 구원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섭은 백상아가 빛이 날 수 있게 극을 끌어가는 조력자이자 파트너이지 그녀의 선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백상아를 돋보이게 해 주는 장치로 봐도 무방하다. 완벽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할 순 없지만 이정도면 합격점을 주기 충분하달까.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현실적인 감각은 챙겨갈 수 있었다. 현실반영을 충실하게 해둔 덕에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미쓰백이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순간부터 제발 해피엔딩 이어라, 해피엔딩이어라 주문을 외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첫댓글 무조건 봐야해
와 여시 정말 글 잘썼다...담주에 보러갈 예정인데 넘넘 기대돼!!!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여성 느와르 우리나라에서도 함 성공해봤음 좋겠다
여시 글 너무 정리 잘했다 나도 내내 해피엔딩이길 바랬는데ㅠㅠ약간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간만에 좋은 영화 봐서 좋았어!!! 한지민 연기 너무 잘해 그냥 백상아야
꼭 봐야겟다고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다 잘 읽었어!!
일마치고 혼자 보러가야겠다... 글 써줘서 고마워
여시 글 진짜.. 물흐르듯 어떤 포인트로 봐야하는지 와닿게 잘 써준것 앝아 꼭 볼게!!!
와! 여시 영화평론가 해도 되겠다!! 영화 잡지 읽는 줄 알았어!
이번주에 보러간다앗
인정 여시의 마지막 감상에 동감해
좋았어 아저씨처럼 미쓰백이 딱 미쓰백 장르가 되게 흥행하면 좋겠어
여시 영화 평론가야?
리뷰가 술술 읽힌다
오늘 개봉했네 내일 보러가야지
나도 봐야겠다 내가 폭력적인 거 잘 못 보는데 쫄보도 볼만큼 잔인한 잘면 별로 안나올까? 참고로 아저씨도 무서웠음
아저씨보단 훨씬 덜 잔인해! 총 칼 이런게 안나와서 ㅎㅎ
꼭봐야지 여시 글 너무잘쓴다..
꼭 보러 갈게!!
씨네 21 글 같다!! 정말 봐야겠네 꼭 봐야겠네
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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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좋아하셨으면 평타 칠 수 있을것같은데..! 마더랑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것 같아! 잔잔하진 않아 오히려 전개 빨라서 집중 잘되더라 ㅎㅎ
와 여시 평론가 해도 될듯 진짜 글이....!!! ㅠㅠㅠ 당장 봐야겠어!!!
오늘 보고 왔는데 여시글 전부 공감!!
글구 극 전개도 빨라서 지루할 틈도 없이 끝난 영화였어 졸잼졸잼
보러갈테야
여시 감상평도 감동이다...엄마랑 봐야지
아 최고ㅠㅠ 진짜 나 방금 보고 왓는데 너무 잘 보고 왓어ㅠㅠ 여시 글 읽으니까 여운이 살아나네..
여시 글 진짜 잘쓴다!후기 올려줘서 고마워
진짜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해 많은 여시들이 봤으면 좋겠다
미쓰백 보고와서 감명받아서 왔슴다 ㅠㅠㅠㅠㅠㅠ나도 장섭역할이 여자였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도함 ㅠㅠㅠㅠㅠ 암튼 정말 좋은영화!!!
무조건 봐야지 여성주연영화 흥해라^^777
헐 너무 보고싶어 여시 필력 쩐다!!!
ㅠㅠ진짜 울면서봤다 영화ㅠㅠㅠ
감독님이 권소현배우 현장에서는 시아한테 호구이모였다고ㅋㅋㅋ 그리고 막 직접적으로 폭력휘두르는모습보여주는것보다도 (샤워기로때리려는 모습같은거.... ) 남자새끼잡아줬잖아 그런부분에서 피해자보다 가해자위주로 보여주고싶었댔나 그랬음..
암튼 보면서 진짜ㅠㅠㅠ화나고슬프고..ㅠㅠㅠ
그리고 한지민 아역 시아 친동생이래ㅎㅎ
헐!! 같은 배우인줄 알았어
여시 글 너무 멋있다 ㅠㅠㅠㅠㅠㅠ 원래도 볼 예정이었는데 여시가 쓴 글 읽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리뷰? 고마워 ㅠㅠㅠㅠ
오....여시통해서 이영화처음 알게됐는데 미쓰백 꼭 봐야겠다....글 잘읽었어
보러갑니다!!!! 여시말 구구절절 공감,,멋져
여시 덕분에 오늘 미쓰백 잘 보고왔어!!
여시 후기 어제 보고 예매해서 오늘 보고 왔는데 진짜 계속 울면서 봤어..ㅠㅠ
보지 않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 영화임
나도 방금 보고꙼̈ 나옴; 대체 누가 아저씨 여자판이라고꙼̈ 한 건지;;;;; 존나 눈물 좔좔임,,,, 지은이가 손잡아주는̆̈ 장면부터 눈물 좔좔임 ㅠㅠㅠㅠ
와 후기글이 너무 감동적이여서 꼭 봐야겠단 생각 든다
와.. 좋은 후기다. 이거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생겼어..!
여시 평론가 아냐...? 특히 마지막 부분 ㅠㅠㅠㅠ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잘 봤어!!
헐 맞아 내가 하고싶은 말이 이말이었어;;;;;;
와..대박 이글읽고 보고싶어졌어!
미쓰백으로 연어했는데 여시가 써준 글 정말 공감해 잘 읽었어 여샤 꼭 흥했으면ㅠㅠ 난 어제 보고 왔는데 해 떨어지니까 지은이의 시린 맨발이 생각 나더라고... 꼭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와여시진짜 글잘썼다 칼럼인줄ㅠㅠ나방금보고나왔는데 보길잘했단생각이든다
와씨 나 우울해질 것 같아서 안보려다가 여시 후기보고 오늘 보기로 함.. 하ㅜ대박이다
어제 보러갔다가 펑펑 울고 나왔어 ㅠㅠㅠㅠㅠ 결말이 둘이 결혼하고 지은이 키운다 이렇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 좋았고 아저씨 여자버전이란것도 영화보고나면 그런 소리 쏙 들어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