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고, 내리 사흘을 쉬게 하는 연휴 첫날이기도 합니다.
둘째딸의 산후 바라지를 위해 집사람을 서울에 데려다 주려고 합니다.
이것저것 챙겨서 가려니까 차 안이 비좁아졌습니다. ^*^
오늘 아침에는 ‘불초’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흔히 자기 자신을 낮추어 말할 때, “불초소생이 어쩌고저쩌고”라고 합니다.
“불초소생인 저를 뽑아주셔서 어쩌고저쩌고...”
“불초소생인 제가 막중한 임무를 맡아 어쩌고저쩌고...”
보통 정치인이나 고관대작들이 많이 쓰는 말인데요.
근데 이 ‘불초’라는 낱말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식과 임금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불초(不肖)는
아니 불, 닮을 초 자를 써서,
자기의 아버지를 닮지 못했다는 말로,
자식이 부모에게 자기를 낮추어 말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이 선왕을 닮지 못해 큰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겸손한 의미로만 씁니다.
맹자(孟子) 만장(萬章)편 상권에 있는 말이죠.
따라서,
‘불초소생’은,
‘제가 아버지의 큰 뜻을 따라가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뜻으로 씁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이런 겸손한 말을,
시궁창에 처박혀 사는 정치인들이 세 치 혀로 언죽번죽 지껄이면 안 되죠.^*^
어제 저녁 중학교 동창들이 모여 안부를 확인하는 자리에서
요즘 정치판의 이야기가 화두로 떠올랐고,
한 갑자를 넘기고 살아 온 친구들은 저마다 모ㄱ소리를 높여 세상을 씹었습니다만...
아버지는 생전에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도록 저를 일깨우셨지요.
오죽했으면,
2대 독자인 제게, “남들이 진정으로 원하면 네 XX도 떼 줘라.”라고 하셨을까요.^*^
자신에게 소중한 것도 남들이 필요하다면 뭐든지 내주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저는 못 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두ㅗ 내지 못하며 삽니다.
남을 챙겨주고 배려하기는커녕,
작은 것에 집착하고, 사소한 일에 짜증내고...부질없는 욕심에 마음 아파하고...
이런 ‘불초소생’이
앞으로는 남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드리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