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는 연인들을 위한 시즌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종로만 봐도 연말이나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거리는 온통 연인들로 북적이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연인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소수여서 전체의 4%정도만이 그 "행복한 연인"에 포함된다고 한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Bridget Jonnes's Diary)는 그 행복한 4%에 들지못하고 노처녀가 되어버린 32살의 노처녀(우리나라 나이로는 34쯤 되었을 것이다) 브리짓 존스의 33살의 사랑에 관한 그녀의 일기이다.
약간은 뚱뚱하고 외모도 그렇게 잘나지 못한 브리짓 존스(르네 젤뤼거)는 같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편집장 다니엘 클레버(휴 그랜트)를 짝사랑한다.
그 상테에서 매년 엄마가 여는 파티에서 이혼남인 마크 데이시(콜린 퍼스)를 소개받는다.
서로 이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 그리고 점차 가까와지는 브리짓과 다니엘. 그리고 끊임없이 모임과 파티에서 만나게 되는 마크와 브리짓. 알고보니 마크가 다니엘의 약혼녀를 유혹해서 도망쳤다는....이렇게 얽힌 세 사람의 삼각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는가가 이 영화의 이야기이다.
물론 노팅힐과 빌리 엘리엇의 제작진이 만들긴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영화를 보다보면 결말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정도는 누구나 쉽게 알 정도의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 구조의 제약은 있다. 해피엔딩도 당연하고. 어쩌면 노팅힐에서 매력적으로 나왔던 휴 그란트의 이미지를 이용한 영화 아닐까하는 선입견도 충분히 들만한 영화라는 생각도 영화 보기 전까지는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귀여운 여인, 노팅힐과 같은 사랑놀이(?)의 이야기 전개만 볼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은 더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시사회때도 그랬지만, 이 영화가 던져주는 웃음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초반에 보여주었던 그런 웃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주인공 브리짓의 푼수끼와 현실적인 인간다움은 영화속에서나 일어날법한 사랑이야기를 현실속의 이야기로 만들어 주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지루한 삼각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뻔한 이야기가 될뻔한 영화를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로 만들어 주었다. 영화내내 크거나 작은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니까, 최소한 웃기는 영화가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또하나, 이 영화는 여주인공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영화이다. 첫장면, 애인없는 32살의 노처녀 신세를 한탄하면서 새해에는 꼭 애인을 만들고 몸무게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브리짓.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을 상대로 결혼같은 것을 상상하지 말자고 맹세하는 여자. 노처녀에 애인도 없이 외로운 그녀의 푸념과 계획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평범한 대다수 여성들이 언젠가 한번쯤은 겪어보는 모습이 아닐까?
나름대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출판기념회에서 무식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모습. 그런 푼수끼 넘쳐나는 그녀의 모습이 미워보이기보다는 웃음이 나고 더 귀여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것이다. 아마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브리짓의 모습이 영화속 인물보다는 바로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에 더 그런것 같기 때문인것 같다.
애인에게 상처받고 직장을 옮겨 하는일마다 사고치는 브리짓도 완벽한 남자 다니엘과 사랑을 해봤고, 자상한 남자 마크와도 사랑을 해본다. 두 사람 사이에서 행복하게 고민하는 영화에서 그친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지만, 그런 일반 상식을 넘어서 코미디를 확실히 영화의 중요한 축으로 삼음으로서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좀더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의 브리짓은 좀더 평범하고 좀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고, 또 자그마한 성공속에서 행복해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남자도 만나게 된다.
결말이야 다른 영화들처럼 약간은 극적이고 또 재미있게 끝나지만, 실제 현실의 사랑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애인이 있다가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이상향도 만나보지만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과 사랑을 이루어가는것.
다만, 현재 우리나라 영화 여건상 이 영화의 개봉시기가 아주 중요할 것 같다. 지금처럼 몇몇 작품이 대다수의 스크림을 점령한 상태에서 이 영화가 몇개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최소한 평년작 이상의 수준을 기록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는것 같다. 재미있다. 조금 재미있는것이 아니라 많이 재미있다.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한 아주 즐거운 영화였다. 여러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