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8. 쇠날. 날씨: 봄 햇살은 있는데 바람이 차서 춥다.
[4,5학년 영어와 알찬샘 3학년 모둠선생으로 살기]
박경실 선생님이 하루 쉬는 날이라 알찬샘 모둠 선생으로 사는 날이다. 아침에 혁준이와 한울이가 교사실에 오더니 용마골에 가자고 한다. “용마골 가요 힝” 혁준이와 한울이 애교에 웃음이 절로 난다. 4,5학년 영어 수업이 있어 최명희 선생님이 알찬샘 아침열기를 이끈다.
4학년과 5학년이 함께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올해부터 그동안 5학년 때 하던 영어를 한 학년 내려 4학년부터 시작한다. 과도기라 4, 5학년이 함께 영어를 하는데 주마다 한 번은 최정화 선생님이 첫 수업을 하고, 한 번은 내가 수업을 한다. 또 한 분의 영어교사를 모실 계획인데 그동안은 교장이 맡는다. 4, 5학년 영어는 영어놀이로 즐겁고 신나게 놀면서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늘려가고, 파닉스를 익히며 영어 공부 방법을 차츰 익혀가야 한다. 파닉스와 발음을 중심으로 최정화 선생님이 이끌고, 나는 영어동화와 놀이로 할 생각이다. 영어 인사와 영어 공부 방법을 이야기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 소개, 기본이 되는 세 가지 표현을 말로 익혀보고, 첫 동화로 Today is Moday를 들려주었다. 앞으로 집에서 날마다 듣고 따라 말할 영어 동화는 미리 학부모님들께 동영상을 보내고 날마다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집에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 영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집에서 공부하도록 돕는 거다. 으뜸으로 삼는 공부가 <집에서 영어동화 듣고 따라 말하기>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날마다 집에서 듣기와 영상을 보며 따라 말하거나, 틀어놓고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사실 맑은샘에서는 노트북이나 컴퓨터, 패드를 어린이들이 사용해서 공부하는 첫 시작인 셈이라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할 수도 있는데, 영어공부용으로 잘 쓰이도록 부모님들이 도와줄 거라 믿는다. 때마다 mp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잘 챙겨보내야 한다. 4, 5학년 영어는 많이 듣고 많이 말하도록 영어 노래와 영어 동화를 많이 들려줄 예정이다. 누리샘 학부모님들에게도 그렇게 안내했다.
10시에 알찬샘 교실에 가보니 아이들이 없다. 아침 산책으로 우면산에 갔다 늦는 모양이다. 조금 기다리니 아이들이 생강나무꽃을 들고 왔다. 봄을 찾으러 다녀 온 모양이다. 생강나무꽃을 들고왔길래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을 한 눈에 알아보는 방법을 물었더니 잘 모른다. 해마다 들려주곤 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 게다. 냄새로 알아보는 건 알고 있어서 꽃망울 나오는 위치 차이를 그림으로 그려서 알려주었다. 봄꽃이 활짝 피기 시작하면 과학 공부로 나눌 게 많다. 본디 아침나절 공부로 텃밭에 가서 냉이를 캐 냉이지짐을 해먹을 생각이었는데 용마골로 가자는 아이들 부탁대로 관악산 골짜기로 갔다.용마골 골짜기 들머리쪽에서 아이들이 골짜기에서 노는 걸 싫어하는 분이 계셔 그곳에 가지 않고 산을 타고 조금 올라가 골짜기 중간에서 개구리와 도롱뇽을 만났다. 김은지 선생님은 어제도 골짜기를 다녀오고 오늘도 가게 되었다.
몸이 날랜 어린이들이라 금세 골짜기 중턱에 닿아서 골짜기 생명들을 만났다. 도롱뇽 알과 개구리알이 아주 많고, 이미 아주 작은 올챙이들이 꼬물거리며 헤엄을 치고 있다. 큰 돌을 들어보니 큰 개구리와 도롱뇽이 보여서 모두들 환호했다. 미리 따듯한 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 걸 아는 어린이들이라 미리 찬 물에 손을 담아 손을 차갑게 해서 잠깐 관찰을 한다. 도룡뇽 알도 만져보고, 개구리알도 만져보고 얼른 물속에 넣는다. 이번 주 모둠마다 돌아가며 왔던 터라 골짜기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 소리로 골짜기 생명들이 시끄럽겠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골짜기 탐험답게 아이들이 위 아래로 오가며 골짜기 생명을 깨운다. 자연의 감성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명과 풍경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쌓인다. 가재를 찾아서 위아래 다니며 골짜기 돌을 들어보지만 어제 그제 동생들과 형님들이 찾았다는 가재를 찾지 못해 아이들이 아쉬워했다. 대신 아이들이 죽어서 색이 붉어진 가재를 찾아냈다. 어린이들이 다녀가서 더 꽁꽁 숨었나보다 했더니 더 찾아보자며 위로 가고 아래고 가고를 반복하는 어린이들이다. 골짜기 탐험을 올 때마다 시를 쓰는데 아이들이 명상을 하는 줄 알고 알아서 자리를 잡고 명상을 한다. 스스로 명상을 하고 시를 쓰는 게 익숙한 작은 학교 풍경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고, 골짜기 생명을 만난 느낌이 시에 모두 담겨있다.
낮 공부는 아침에 우면산에서 가져온 생강나무꽃을 설아가 그리고 싶다고 해서 다 같이 그렸다. 낮은 학년 때 살아있는 그림 그리기에서 중요한 규칙인 <정성껏 그리기, 천천히 그리기, 자세히 보고 그리기>를 말하고 저마다 그리는 순간마다 칭찬을 듬뿍했다. 옆 동무가 그림 못그렸다고 해서 속상한 한 어린이는 동무로부터 사과를 받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마음을 내어 그림을 그렸다. 스스로가 정성껏 자세히 천천히 그리면 되는 것을 반복해서 말하고, 그릴 때마다 칭찬을 하니 정말 멋진 작품들이 나왔다. 제목을 쓰고 그릴 때 느낌을 썼다. 그림을 그리고 관찰글을 쓰기도 하는데 오늘은 생략하기로 했다.
잠깐 부엌에 가서 물을 먹으려는데 동생들이 부엌에서 냉이튀김을 먹고 있다. 다들 맛있게 먹는데 남윤우가 하나를 줘서 먹었다. 앗 그런데 맛이 쓰다. 냉이가 아니다. 쓴 맛이 나는 걸로 보니 냉이처럼 생긴 지칭개다. 냉이가 아니라고 알려주니 김치지짐을 해먹는단다. 그런데 쓴 맛이 나는 봄나물로 먹는 지칭개지만 아이들은 정말 맛있게 먹는다. 그걸 보니 알찬샘 아이들도 본디 아침나절에 하려고 했던 냉이음식을 만들어먹자고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빠듯하다. 어린이들이 그림 그리는 동안 선생이 냉이를 찾아오면 어떨까 물으니 같이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을 먼저 그린 어린이들이 숲속놀이터 쪽 텃밭에서 냉이를 찾아, 냉이지짐에 도전하기로 했다. 천천히 그림을 그리도록 말한 터라 저마다 속도대로 정성껏 잘 그린다. 시계를 보니 청소 때까지 20분쯤 여유가 있어 같이 숲속놀이터 텃밭에 가서 냉이를 찾는데 냉이가 얼마 없다. 그래도 다섯 개를 찾아 냉이 냄새를 맡았다. 이미 다른 모둠에서 많이 해먹은 터라 열리는어린이집쪽 텃밭에 가서 냉이를 찾아야 많이 찾을 수 있지만 시간이 없어 마늘밭만 다녀오기로 했다. 마늘밭에 마늘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음식만들기를 좋아하는 지민이에게 냉이를 칼로 잘라보라니 잘 잘라줬다. 반죽에 자른 냉이를 넣으니 냉이 냄새가 확 올라온다. 누렇게 익어가는 냉이지짐을 지짐판에서 뒤집어 보이니 다들 좋아한다. 다 함께 둘러앉아 가위로 피자조각처럼 잘라가는 모습에 군침을 다신다. 열여섯 조각을 냈더니 늘 가르친대로 어른 먼저 드시라고 하고, 남은 조각은 서로 사이좋게 알뜰하게 나눠먹었다.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먹는다. 맛있는 학교답다.
교사마침회 마치고 부지런히 교육청 보탬e시스템에 접속해 공모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한 개 신청서는 접수를 마쳤다. 다른 두 개는 다음 주에 해야 될 양이다. 밤에는 새내기부모교육 4차 마지막 시간이다. 1,2,3차 교육에서 역사와 교육과정 깊이알기를 다뤘는데 오늘은 교육공동체살이 이야기다. 부모일꾼들이 이끄는 자리다. 이예지 선생님과 저녁을 먹고 마지막 교육 자리에 참석했다.
3월 첫 주가 휙 갔다. 날마다 야근을 한 셈이라 이번 주말이 반갑다.
첫댓글 지민이가 음식 만들기를 정말 좋아하는군요..
아이들이 손을 차갑게 해서 생명을 만진다….. 아름다워요.
교장 선생님의 야근은 어떻게 덜 수 있을까요 ㅠ
바쁘신 하루에 민망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