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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16강 맞붙기에서 국제축구연맹 6위의 세계 강호 이탈리아를 맞아 전후반 한골씩을 주고받은 뒤 연장 후반 안정환의 골든골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아일랜드를 승부차기로 꺾고 올라온 스페인과 22일 광주에서 4강 진출을 다툰다.
[사진설명]연장 후반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포효하는 안정환(사진 위)/후반 43분 동점골을 넣어 연장전을 이끌어낸 설기현 선수의 슛팅 장면 (사진 아래)
안정환이 또 해냈다. 안정환은 연장 후반 11분 이영표가 문앞으로 올려준 공을 머리로 받아 이탈리아의 오른쪽 골그물을 뒤흔들었다. 이탈리아를 꺾고 한국의 8강 진출을 확정짓는 황금같은 골이었다. 한국이 역전승을 거둔 것은 이번 대회 처음이다.
설기현은 동점골을 뽑아내며 한국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설기현은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황선홍이 논스톱 패스로 연결한 공이 수비수 파누치의 몸에 맞고 흐르자 지체없이 왼발 슈팅으로 오른쪽 골그물을 뒤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탈리아 골문을 공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한국은 전반 4분 벌칙차기를 얻었으나 안정환이 기회를 살려내지 못했다. 안정환은 오른발 안쪽으로 골문 왼쪽을 노렸으나 이를 예측한 문지기가 몸을 던져 막아내는 바람에 득점기회를 놓쳤다.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반격에 시달렸고, 전반 18분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한골을 얻은 이탈리아는 문지기를 뺀 10명 가운데 7명이 수비에 치중하며 빗장을 걸어잠그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29분과 31분 비에리가 잇따라 위력적인 슈팅을 날리며 기습적으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은 수비수를 대거 교체하면 승부수를 띄웠다. 김태영을 빼고 황선홍을, 발목이 접질린 김남일 대신 이천수를, 홍명보 대신 차두리를 투입하며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의 투혼은 마침내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한편 48년만에 본선에 진출한 터키는 일본 미야기월드컵경기장에서 전반 12분 위미트 다발라의 머리받기골로 일본을 1―0으로 눌렀다. 터키는 22일 오사카에서 세네갈과 4강 진출을 다툰다.
터키는 이날 하칸 쉬퀴르와 하산 샤슈를 앞세워 공세를 펼친 끝에 쉽게 첫골을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다발라는 전반 12분 왼쪽 구석차기로 올라온 공을 문전 중앙에서 머리로 받아 결승골을 뽑았다.
일본은 전반 43분 골지역 정면에서 얻은 자유차기를 알렉스가 왼발로 찼으나 왼쪽 골대 상단 모서리를 맞고 나왔고, 후반 6분엔 나카다 히데토시의 위력적인 슛이 무산되는 등 좀처럼 골 기회를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대전 미야기/특별취재단
편집 2002.06.19(수) 0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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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한국이 기적같은 동점골을 넣은 것은 후반 43분. 불과 2분만 지나면 경기종료 휘슬이 불고 스탠드를 붉은 물결로 가득 채웠던 관 중들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경기장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수비수를 공격수로 바꾸는 등 초강수를 띄워 한국이 계속 몰아붙 이면서 상대문전을 두드렸지만 좀처럼 빗장은 열릴 것 같지 않았다. 안정환이 골문을 노크하다 여의치 않았고 상대수비수의 발을 거친 볼이 미드필 드 중앙으로 내려 와 있던 박지성에게 연결됐다. 곧바로 슛할 자세를 취했던 박지성은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 라인근처에 있던 황선홍에게 패스했고 황선홍은 그대로 왼발인사이드로 감아올렸다. 반대쪽의 설기현 을 겨냥했던 것. 회전을 많이 먹은 공은 상대수비수 파누치의 무릎과 손을 잇따라 맞고 튀었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해야 할 상황. 그러나 설기현은 주심이 휘슬을 불 여유도 주지 않고 오른발로 강하게 땅볼슛했 고 볼은 골문 오른쪽 모서리 깊숙한 지점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경기장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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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한국의 골든골은 동점골과 마찬가지로 기적같이 터졌다. 연장전 후반 종료도 3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이미 양 팀 벤치는 승부차기까지 갈 것으로 보고 키커 5명을 누구누구로 정할 지 고민에 들어 간 시간이었다. 시물레이션을 하던 토티의 퇴장으로 수적우세를 차지한 한국이었지만 지칠줄 모 르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체력에 고전하고 있어 골든골은 쉽사리 터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왼쪽 측면에 있던 이천수에게 볼이 연결된 것은 이런 상황에서였다. 측면 공격이 주특기인 한국의 공격형태로 봤을 때 흔히 있는 평범한 순간이었다. 측면을 돌파할 듯 하던 이천수는 상대 수비수들이 조여오면서 돌파가 어려울 듯 하자 뒤쪽에 받치고 있던 이영표에게 밀어줬다. 상대골문 앞에 안정환, 황선홍 등이 포진해 있는 것을 재빨리 확인한 이영표는 곧바로 깊숙하게 센터링했고 볼은 달려들던 안정환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았다. 그리고 안정환의 머리를 떠난 공은 상대 골키퍼 부폰이 다이빙하면서 뻗은 손을 피해 골문 오른쪽 모서리로 빨려 들어갔다. 조별리그 2차전인 미국전에서 안정환이 동점골을 터트리던 것과 너무도 흡사했 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안정환을 비롯한 공격수들은 코너플랙 부근에서 첩첩이 포개진 채 기쁨을 만끽 했고 이탈리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퍼질러 앉거나 쓰러져 믿기지 않는 패배를 아 쉬워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도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 빈 주먹으로 하 늘을 가르며 `세계를 놀라게 한 대 사건'을 자축했다. |
월드컵속보 |
8강 신화 이룬 영광의 축구사 48년간 인고의 세월을 보낸 한국 축구가 새천년 이른 아침, 이슬을 한껏 머금고 우아한 자태로 활짝 입을 벌린 무궁화로 화사하게 피어났다. 광화문에서, 대학로에서, 광주에서, 부산에서 , 대전에서, 땅끝마을 마라도에서,집집마다 거리마다 진홍의 진달래빛 감격이 온나라를 해일처럼 뒤덮었다. 23인의 태극전사와 4천700만 국민의 에너지가 하나로 뭉쳐져 꿈의 구연 월드컵에 엄청난 지진을 일으켰다. 16강에 진출했을때만해도 '찻잔속의 태풍' 정도로 여겨졌던 한국 축구가 가공할 태풍으로 세계 축구판을 휩쓸고 있다. 반세기의 비원이었던 월드겁 1승 달성, 꿈으로만 여겼던 16강 진출... 새로운 축구사의 잉크가 채 마를 틈도 없이 숨가쁘게 새역사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정말이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빗장을 풀어(이탈리아 제압) 브레이크가 없어져버린 한국축구가 어디까지 질주할 것인가. 폴란드전 52만명, 미국전 77만명, 포르투갈 278만명, 이탈리아전 400만명...거리응원단의 숫자는 또 얼마나 불어날 것인가. ◆영광의 드라마 =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신화'는 거스 히딩크라는 푸른 눈의 외국인 감독과 평균연령 27세인 23명의 태극전사들이 500여일만에 엮은 한 편의 장쾌한 드라마다. 한.일공동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지난 96년 이후 4년째 되던 2000년 한국 축구는 시니드올림픽 8강진출 실패, 12회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위기감이 팽배했다. 월드컵 개최국으로 본선엔 직행했으나 이대로는 실제 조별리그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겨뤄 월드컵 1승과 16강 진출을 따낸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엄습했다. 고심끝에 축구협회는 국내 감독으로는 국민의 '비원'에 부응할 수 없다고 보고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0-5의 치욕적 참패를 안겨준 네덜란드인 거스 히딩크를 감독으로 영입, 그 해 12월 18일 계약서에 사인했다. 히딩크는 취임 일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말한뒤 국가대표팀의 밑그림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의 '월드컵 1승' 염원을 안고 출범한 히딩크호는 곳곳에서 암초를만나 혹독한 시련을 맞는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5.30-6.10)에서는 월드챔피언 프랑스에 0-5의 참패를 당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고 8월 유럽 전지훈련에서는 체코에도 0-5로 패해 히딩크는 '오대영'감독이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올 해 첫 원정인 북중미골드컵(1.20 -2.3)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14)까지는 2무4패.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히딩크는 그러나 특유의 뚝심으로 서서히 자기의 색깔을 밀어붙여 '一자 쓰리백'을 도입했고 공격-미드필드-수비 사이의 공간을 좁히는 '콤팩트 사커'를 위해 여러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그는 또 1년여의 '경험'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이 약하다는 점을 심각하게 확인했고 이때문에 세계 강팀들에 비해 기량이 부족한 대표팀의 유일한 탈출구인 전.후반을 쉼없이 뛰어야하는 압박축구를 구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때부터 히딩크는 강도높은 100일간의 파워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과정신력을 키웠고 홍명보-최진철-김태영으로 이어진 탄탄한 수비진을 구축했다. 특히지구력 강화에 무모하리만큼 집착했다. 혹독한 담금질을 견내내는 선수들만이 살아남았다. 박지성, 송종국, 김남일, 이을용, 이영표, 이천수 등이 그의 조련으로 새로 태어났고 결국 시간은 히딩크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체력과 압박능력을 갖게 된 대표팀은 4월20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완승했고 4월27일 중국과 득점없이 비겼으나 5월16일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서 4-1로 대승했다. 히딩크는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싸움닭이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강한상대와 겨뤄 내성을 길러야한다. 히딩크는 바로 여기에 착안해 최강팀들을 마지막스파링 파트너로 선택했다. 5월 21일엔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불러들여 1-1로 비겼고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월드컵 개막 4일전 FIFA랭킹 1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하긴 했으나 대등한 경기를 펼쳐 어느팀을 상대해도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맞은 월드컵 본선. 태극전사들은 6월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폴란드에 2-0으로 완승, 48년만에 '월드컵 1승'을 조국에 바친뒤 미국과 1-1로 비겼고 최종전에서 FIFA랭킹 5위로 우승후보인 포르투갈을 박지성의 결승골로 꺾고 2승1무, 조1위로 16강행을 결정지어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드라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국민적 성원과 "아직 배가 고프다"는 히딩크의 뜻을 받들어 태극전사들은 마침내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연장까지 가는 혈투끝에 안정환의 결승골로 117분만에 격파하고 8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인고의 나날들 월드컵 8강의 신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48년에 걸쳐 통산 6차례(5차례 연속) 본선에 진출하며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국은 54년 스위스대회때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이후 지난 프랑스대회까지 14차례 경기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한채 4무10패의 초라한 기록에 머물렀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일어선 한국은 54년 월드컵 예선에서 '숙적' 일본을 1승1무로 제치고 본선에 처음으로 올랐으나 끔찍한 '신고식'을 치렀다.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멀고 먼 길을 돌아 경기 당일 새벽에야 스위스에 가까스로 도착한 한국은 최악의 컨디션으로 당대의 골잡이 푸스카스가 이끄는 헝가리와 1차전에서 마주쳤으나 한 골도 뽑지 못하고 전.후반 무려 9점을 내줘 월드컵 본선최다 득점차 기록을 경신하며 대패한 뒤 터키와의 2차전에서도 0-7으로 완패했다. 서독과의 경기가 남아있었으나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기는 하지 않는다"는 대회 규정과 경비 부족으로 귀국짐을 꾸려야 했다. 이후 32년간 한국은 지역예선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바람에 86년 멕시코 대회까지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암흑기였다. 이 와중에서도 북한은 66년 잉글랜드대회 본선에 올라 소련과의 1차전에서 0-3으로 패했으나 2차전을 칠레와 1-1로 비긴뒤 최종전에서 전반 42분 박두익의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1-0으로 제압하고 8강에 올라 한민족의 축구혼이 잠들지않았음을 과시했다. 북한은 준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먼저 3골을 뽑았으나 에우제비우에게 4골(페널티킥 2골포함)을 허용, 4-5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희망의 싹은 청소년대회에서 움텄다.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김주성-김종부의 활약으로 4강에 오르는 '이변'을연출하며 성인축구의 개화를 예고했다. 86년 멕시코대회 본선에 다시 얼굴을 내민 한국은 90년 이탈리아대회, 94년 미국대회, 98년 프랑스대회 본선에 연속 진출했으나 4무8패의 참담함 성적에 그쳤다. 그래도 발전은 있었다. 멕시코대회에서는 박창선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5m중거리슛을 날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골맛을 봤다. 이탈리아대회에서도 3패를 당하긴 했으나 황보관이 강호 스페인에 날린 30m 대포알 슈팅이 골그믈을 갈라 '멋있는 슛 베스트5'에 뽑혔다. 미국 월드컵때는 지역예선에서 이라크가 일본을 이겨주는 바람에 뒷문으로 본선에 진출했으나 홍명보, 서정원 등의 활약으로 스페인, 볼리비아와 비기고 독일에 패해 2무1패로 본선출전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프랑스대회에서는 건국이래 최고의 축구스타인 차범근을 감독으로 맞아 그 어느때보다 국민들의 기대가 컸으나 멕시코전에서 선제골을 뽑고도 1-3으로 패한뒤 거스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하고 말았다. 이미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띄운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귀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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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김지환(金智煥.47.공주시 신관동)씨는 "16강에 이어 8강의 꿈을 이루기까지 히딩크의 용병술이 오늘이 영광을 있을 수 있게 한 점이 강제귀화의 연호를 만들어 냈다며 히딩크 신화에 감사드린다"고 환호했다.(공주 = 연합뉴스)
=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경기내내 심판판정에 불만스러운듯 신경질적인 반응. 트라파토니 감독은 경기중 자리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 있던 물병을 벤치쪽으로발로 차는가 하면 연장 전반 토티가 시뮬레이션에 따른 경고누적으로 퇴장 명령을받자 본부석으로 달려가 벽을 치며 큰소리 치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연장 후반에도 그라운드 앞까지 나와 선수들을 격려하다 안정환의 골든골로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망연한듯 머리를 감싼채 고개를 숙였다.
(대전/연합뉴스)
편집 2002.06.18(화) 23:26 |
일본, 아쉽지만 아름다운 퇴장 | |
아쉽지만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90분에 걸친 사투의 끝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미야기경기장은 잠시 적막감에 휩싸였다. 터키선수들만 부둥켜안고 있었을 뿐 4만5,000명의 팬들과 일본선수들은 모두 멍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엄연한 현실이지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은 화려하게 페이스페인팅을 한 젊은 여성팬들이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장면을 계속 비쳤다. 도다, 이치카와 등 젊은 선수들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고개를 파묻은 채 흐느꼈고 벤치에서는 트루시에 감독이 경기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의 어깨를 다독거리느라 바빠 보였다. 월드컵 첫 무대였던 98년 프랑스월드컵 1차리그에서 3패로 힘없이 물러난 뒤 꼬박 4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착실하게 준비해온 일본선수들은 정말 잘 싸웠다. 1차리그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당당히 조 1위로 결승토너먼트에 올랐고, 비록 16강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축구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본 선수들은 잠시의 '슬픈 침묵'을 깨고 어깨를 다시 세운 채 관중의 박수에 두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30분 이상 자리를 뜨지 않았던 팬들도 다시 "닛폰! 닛폰!"을 힘껏 외치며 퇴장하는 선수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공동개최국인 한국의 선전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하고 값진 무대였다. | |
미야기(일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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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히딩크는 이기고 싶었다. 한국이 8강의 길목에서 만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이자 빗장수비의 대명 사 이탈리아는 역시 강팀이었다. 경기 초반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불안한 출발을 한 한국은 전반 18분만에 `글레디에이터'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취골을 내주며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이탈리아는 주전 수비수인 파비오 칸나바로가 경고 누적으로, 알레산드로 네스 타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말디니와 율리아노를 주축으로 튼튼하게 빗장을 걸어 잠궜 고 프란체스코 토티의 뛰어난 패싱으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은 자칫하면 추가골을 허용할 상황을 여러차례 맞으며 후반에 들어갔다. 후반 17분 터치라인에서는 황선홍이 몸을 풀고 있었고 관중은 당연히 안정환과 교체될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체돼 나온 선수는 수비수 김태영. 6분 뒤 히딩크는 발목을 접질린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 대신 빠른 스피드를 자 랑하는 이천수를 투입했고 후반 38분에는 수비의 핵인 홍명보를 빼고 차두리를 기용 하는 초강수를 뒀다. 선발 출전한 안정환과 설기현을 포함해 공격수만 모두 5명. 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을 수록 한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졌고 마침내 후반 43분 설 기현의 오른발 슛이 열릴 것 같지 않았던 이탈리아 골문을 열어 젖혔다. 연장전에 다시 터진 안정환의 골든골. 한국은 어느새 이탈리아를 넘어 8강에 가 있었다. 한국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첫승과 함께 16강 진출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과를 거뒀지만 히딩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반드시 이탈리아를 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