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컴퓨터를 켜보니 머릿기사에 ‘영화-7번방의 선물’이라고 떠 있다. 8년 앞서 2012년에 서울 목동 큰오빠네와 울 대구 동방네가 극장에 가서 봤던 기억이 있다.
올케 언니가 대구 동방 식구(아버지, 어머니, 나)와 목동 식구(큰오빠, 올케 언니, 조카1)가 다 같이 가서 관람할 수 있게 온라인으로 예약을 했다. 올케 언니는 시집 와서 일 처리도 똑소리나게 야무지게 잘 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도 오히려 아들보다 며느리를 더 미더워하는 눈치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아가씨(나) 다이어리와 신년 탁상 달력을 챙겨주는 그 정성과 꾸준한 마음 씀씀이에도 박수를 ‘짝짝짝’ 보낸다.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맙습니다”라는 이용구의 말은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말았다. 결말로 갈수록 갈소원의 연기는 귀엽고 예쁘기 짝이 없다. 부족하지만 멋진 아빠 이용구는 딸 예승이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에 “너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용구의 이화여대 야구 잠바는 최고였다. 이용구는 여자 아이에게 “흉부압박상지거상법”을 시행하려다가 오해를 받아 교도소로 가게 되었다. 흉부압박상지거상법도 눈에 띄었지만, 갈소원의 연기에 버금갈 만큼 류승룡의 연기를 더더욱 돋보이게 한 영화라는 생각이 줄곧 들곤 했다.
7번방에 입학하게 된 이용구. ‘7번방의 선물’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아내게 된 이 환희를 무엇에 빗대랴? 교도소에서도 면접을 본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았다. 역시 ‘자기 PR’은 언제나 어디서나 중요한가 보다 싶었다.
처음에는 바보 용구를 싫어하던 7번방 사람들도 갈소원(예승)의 출연과 함께 서서히 용구와 예승이에게 마음을 열고 따뜻해지기 시작하는데 보는 내내 훈훈했다. 이용구의 무죄를 7번방의 사람들이 알고 바보 이용구가 말실수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7번방의 사람들. 이렇게 7번방의 선물은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와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7번방의 선물인 갈소원(이예승 역)에게 마음을 연다. 여기에서 보면은, 바보 이용구 조차도 딸에 대한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영화를 보다가 아빠 생각에 또 슬퍼졌다. 지민이 아빠도 딸바보니까.
“안녕하세요, 이용구입니다.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습니다.”
이예승은 드디어 세일러문 가방을 가지게 된다. ‘예승이 세일러문가방’ 귓가에 세일러문가방이 윙윙 댄다. 이렇게 7번방의 선물 결말은 예승이에게 세일러문가방과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곤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서 끝나게 된다.
훌륭하게 자란 예승이(박신혜)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하여 법정에 다시 서게 되는 것으로 7번방의 결말은 끝이 난다. 결국은 이용구가 살지 못해서 7번방의 선물 결말은 새드엔딩(SAD ENDING)이다.
다 살았으면 참 행복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7번방의 선물 출연진들은 ‘1300만 명 돌파’로 에헤라 디야, “해피 엔딩(HAPPY ENDING)”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세상에 둘도 없는 희한한 관계다. 보통의 아버지들이 딸이 좋아하는 것보다 더하니 사회에서는 ‘딸바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뿐일 수 있겠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아버지를 좋아하고 따르는 게 정도가 더하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겠다. 음식을 먹어도 꼭 아버지의 거랑 똑같아야 한다. 다르면 바로 어머니께 항의하며 아버지 거랑 같은 것으로 바꿔 달라고 고래고래 아우성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아버지바라기’가 아버지의 ‘딸바라기’를 추월한다.
과연 나는 바보 아빠 용구의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런지 고민된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 딸은 택도 없지 싶다. 어찌하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