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수 휠라그룹 회장은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며 “2014년까지 30억 달러 매출을 올려 세계 4위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강남의 오크우드호텔. 스포츠 브랜드인 휠라의 글로벌 콘퍼런스 미팅이 한창이다. 미국·중국·영국·브라질 등 20여
나라에서 온 이 회사 지역·국가 책임자들이 브랜드 포지셔닝, 마케팅, 제품 조달 전략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 바로 전날
휠라는 ‘5년 내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4위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휠라의 글로벌 콘퍼런스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윤수(64) 휠라그룹 회장은 “미국에서 열리던 관례를 깸으로써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세계에서 모인 40여 명의 휠라 책임자가 으ㅤㅆㅑㅤ으ㅤㅆㅑㅤ 잘해보자고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존 엡스타인 휠라USA 사장은 “20년 가까이 놀라운 실적을 보여준 진윤(Gene Yoon·윤 회장의 영문 이름)을
배우러 왔다”며 크게 웃었다. 휠라코리아의 화려한 성적표가 세계 각국 휠라 책임자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글로벌 콘퍼런스 행사 현장에서 윤 회장을 만나 글로벌 경영 전략을 들어봤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요 이슈는.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브랜드다. 앞으로 2년 뒤면 탄생 100주년인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게 필요했다. ”
-5년 내 30억 달러 매출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실현 가능한 것인가. “무
엇보다 올해 매출 전망치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올해 휠라그룹 매출은 12억 달러로 지난해(11억 달러)보다 9%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꽤 선방한 셈이다. 현재 환율(달러당 1170원)이라면 최대 3000만 달러
가까운 순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 휠라코리아도 계속 순항하고 있다. 올해 3300억원대 매출을 올려 지난해보다 13%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휠라는 스포츠 브랜드 중에서 세계 6~7위쯤 한다.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면 충분히 세계
4위권으로 점프할 수 있다. 부실은 거의 다 털어냈다. 돈을 잃을 요소가 없으니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다.”
-글로벌 빅4를 이뤄낼 키는 무엇인가. “먼
저 공급망을 바꿨다. 좋은 거래선을 많이 발굴했다. 예를 들어 11달러 하던 신발 납품 평균 단가를 8~9달러로 낮췄다. 물류
혁신도 이뤄냈다. 우리 창고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물량이 전체의 80%에 이른다. 그만큼 효율이 좋아졌다.
물류구조 혁신을 통해 마진이 8% 이상 개선됐다. 특정 분야에서 성가를 올리고 있는 기업들과의 협업도 강화했다. 최근 일본의
혼다 레이싱팀과 제휴해 모터스포츠 관련 제품들을 내놓았다. 미국의 타이어 업체인 파이어스톤과도 손을 잡았다. 앞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업 성공 사례를 좀 더 설명해 달라. “미국 백화점 체인인
코올스(Kohl’s)와의 협력을 예로 들겠다. 코올스 매장 300여 곳에 지난해 초부터 ‘휠라 스포츠’ 브랜드로 의류와 신발을
독점 공급했는데 이제까지 의류에서 1억 달러, 신발에서 1500만 달러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올해 휠라USA의 매출 2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코올스 매출이 차지하게 된다.”
-나이키·아디다스를 비롯해 푸마·스케처스·스니커즈·아식스 등 강자와 경쟁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한마디만 하자. 경쟁자는 강하고 크다. 그러나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주눅들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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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휠라코리아 대표로 휠라와 인연을 맺은 윤 회장은 빼어난 영업 실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봉급쟁이’ 반열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외환위기 때 펴낸 '내가 연봉 18억을 받는 이유'라는 책은 수십만 권이 팔렸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2007년 1월 윤 회장과 휠라코리아가 주축이 돼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에 3억5000만 달러를 주고 휠라그룹을 통째 사들인
것. 기껏해야 영업이나 잘하는 줄 알았던 한국 법인이 ‘몸통’을 삼켰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됐다.
-휠라그룹을 인수한 후 한동안 조용했다. “회사에 문제가 많았다. 예상보다 그룹 부실이 커서 실망도 많이 했다. (웃으면서) 그러나 이미 돈을 냈으니 되돌릴 수 없는 것 아닌가. 내부 부실을 털어내는 데 3년 가까이 걸렸다. 이제는 거의 해결했다.”
-무엇이 그렇게 골칫거리였나. “미
국 시장이 문제였다. 서버러스가 경영하면서 너무 공격적으로 출점을 했다. 한 해에 20개가량 신규 점포를 열었는데 여기서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익이 나기는커녕 점포당 연평균 200만 달러씩 손해를 봤다. 인수 첫해에만 약 6500만
달러 적자가 났다. 지난 3년 가까운 세월 중 절반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비즈니스를 고민하느라 전체 업무 시간의 3분의 2는
썼을 것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만 38만 마일을 쌓았다. 환산해 보니 지구를 15바퀴 넘게 돈 셈이다. 정말이지 죽기 살기로
일했다. 휠라USA는 올해 1500만 달러쯤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윤 회장 명함에는 ‘GLBH홀딩스
회장’과 ‘휠라코리아 회장’이란 두 개의 직위가 적혀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휠라글로벌의 지주회사인 GLBH홀딩스와
휠라코리아 회장을 겸임한다. GLBH홀딩스는 서버러스에서 인수한 회사로, 이 회사의 대주주가 휠라코리아다. 휠라그룹 전체를
휠라코리아가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윤 회장은 휠라코리아와 미국 법인만 직접 경영한다. 나머지 국가엔 라이선스 계약이나 합작회사
설립 등의 형태로 진출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선 인테그릭스(Integrix), 남미에선 다스(DASS), 일본에선
이토추상사와 손을 잡고 휠라 제품을 팔고 있다. 윤 회장은 “이들 회사와 장기 계약을 해 받은 라이선스 수익금으로 서버러스
인수대금을 지급했다. 이들 회사와 휠라는 공동 운명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사업은 더딘 것 같다. “중
국에선 중저가 브랜드 안타(ANTA) 스포츠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정스중(鄭世忠·39) 회장이 경영하는 안타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주목 받는 회사다. 브랜드가 약해 고민하던 중 마침 우리와 계약하게 됐다. 조건도 좋다. 합작 회사를 만들 때 계약금
5000만 달러와 주식 15%를 받았고, 3%의 판매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판매 전략이 아주 공격적이어서 내년에만 중국 전역에
300개 매장을 새로 열겠다고 한다.”
-다른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하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힘들지 않나. “휠
라가 진출한 국가가 70개쯤 된다. 각각 역사와 문화, 기후, 유행이 다르다. 신체조건은 물론이거니와 인기 있는 아이템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공통분모를 최소화하는 디센트럴라이제이션(탈집중화) 전략을 쓰고 있다. 15~20% 정도만 통일성 있는
상품을 내놓고 나머지는 각국 시장 상황에 맞는 제품을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선 러닝화를, 이탈리아에서는
럭셔리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한 곳에서 히트한 디자인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컬렉션을 전 세계에 판다는
것은 큰 자금이 들어간다. 우리에게 이런 여력은 없다. 이것은 나이키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엄청난 재고 부담을 질 수도 있다.
한편으론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서 ‘브랜드 북’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회사를 상장할 계획은. “2007년 휠라그룹을 인수할 당시 투자금을 제공한 삼성증권·미래에셋·군인공제회 등과 내년까지 상장하기로 계약했다. 내년 하반기께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최고액 봉급쟁이로 유명했다. “일은 돈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다 보면 돈은 어느새 주머니에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