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시간
다솔 정경임
그놈은 양아치다
주먹질도 먹이를 빼앗는 일도 예사다
놈이 남편 목청만큼 커질 동안
녀석은 콩알만큼 자랐다 내 심장처럼
놈이 녀석을 깔고 앉아서 나를 바라보면
소름이 돋았다
단 한번만 녀석이 놈을 뭉개주기를 바랐다
매일같이 태양이 놈 머리 위로 떴다가 스러졌다
속수무책, 일만오백구십이 시간이 절뚝거리며 지나갔다
석 달 전 그놈이 죽었다
처음으로,
놈도 아닌 녀석이 담을 넘었다
길 끝이 아니라 길 위에 서기 위해
녀석은 사천삼백여 밤, 숨을 죽였을까
처음 이후 녀석의 가출이 심심찮다
그제는 이 방 내일은 저 방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가는 길이 사나흘이다
녀석이 기어코 담을 넘나 싶더니
발라당 물에 빠져서 배를 까뒤집고 버둥댄다
또 사나흘 피터지게 자신과 싸우고 나면
그 힘으로 길을 나설 것이다
녀석이 가는 길, 꽃이 피고 새가 운다
녀석의 시간이 내게로 들어와서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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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거북의 시간
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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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2
25.10.17 17:3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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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인의 시성을 알 수 없어 빡빡 울어요.
저도 알 수 없어서 뻑뻑 웁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죠.
개고생인 걸 알면서도 나가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집이 보금자리고
집 나가면 고행길 에 접어 들죠
고행을 부러 사서 한다면 행복이 아닐까요?
다시 감상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겠습니다. 행복한 가을밤되십시오. 🙏
오늘 갑자기 추워졌어요. 따순 가을나세요^^
그놈이 죽었는데
녀석이 왜 가출해서
뺙뺙 울까
계속 생각 중 입니다
거북처럼 담을 넘고 넘길 바랐어요. 따뜻한 가을 보내세요^^
시간을 의인화하신듯 하네요.
하나를 잃으면 또 하나가 생겨나 이어지는 순리를 봅니다
시간의 담을 뛰어넘으려는 거북의 처절한 고뇌를 보았어요. 날이 많이 춥네요. 따숩게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