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고발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죄를 적용하는 거야 당연한 것이지만, 내란죄를 너무 확장 적용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권위주의 시대에 민주화운동세력을 탄압했던 것이 바로 내란죄였다. 김대중도 내란음모로 사형을 당할 뻔했고, 2차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에 적용된 것도 내란음모, 내란선동죄였다. 그리고 통진당 사태 때 이석기 의원이 유죄를 받은 것도 바로 내란선동죄였다.
민주당에서 몇몇 유튜버들을 '내란선전죄'로 고발했다. 그런데 내란 선전죄는 내란죄를 "범할 것을" 선전 선동하는 죄이기 때문에 이미 내란이 종료된 이후에 이미 끝난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는 내란 선전죄가 성립할 수가 없다. 무슨 신박한 논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란 선전죄를 적용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한길 강사나 김용원 위원이 헌법재판소를 '부숴라', '승복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이걸 내란선동죄로 처벌하는 것도 무리다. 통진당 이석기 의원 내란선동죄 판결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헌 문란 목적, 내란에 이를 폭력 선동, 내란을 마음먹게 할 위험성이 있어야 하며,고 “특정한 정치적 사상이나 추상적인 원리를 옹호하거나 교시하는 것만으로는 내란선동이 될 수 없다”며 “내란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폭력적인 행위를 선동하고 피선동자에게 내란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인정돼야만 내란선동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 이인복·이상훈·김신 대법관)에서는 “내란선동죄에서도 내란의 시기, 대상, 수단 및 방법, 실행 또는 준비에 관한 역할 분담 등 윤곽에 대해 개략적으로 특정된 선동이라는 것이 명백히 인정돼야 한다”, “피선동자가 내란으로 나아갈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범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대법 다수 의견에 따르면, 전한길 강사나 김용원 위원 건이 내란선동에 해당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대법 다수 의견에 전혀 찬동하지 않으며, 소수의견의 입장을 지지한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 안된다는 나의 평소 소신과도 일치한다. “내란선동은 단지 언어적인 표현 행위일 뿐이므로 적용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수의견 대법관의 지적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처벌대상은 단순히 표현이 아니라, 어떤 행동으로 나아갈 구체적인 여지가 있는 것에만 핀포인트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교한 접근이 진짜 내란선동의 위험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을 주도한 내란 세력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도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