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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바보] 첫눈에 반하다
" 첫눈에 반했다고, 하하. 허연경. "
" 진짜야. 진짜 첫눈에 뿅 - 가버렸다니까. "
" 말도안되.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 ? 그건 말도 안되는 거야. 사람은 만나보고 또 만나봐야 사랑하게 되는거지
첫눈에 어떻게 사랑에 빠지냐 ? 넌 아직도 사랑을 몰라. "
" 진소야, 아직도 사랑을 모르는 니가 바보야. 자존심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한번 잡지도 못했잖아. "
" 허연경. "
" 미안. "
북적북적이는 미용실 틈 사이로 긴머리가 어느새 짧게 변해버린 한 여자가 보였어.
그리고 그런 그 여자 곁에 조금은 귀여운 외모를 지닌 친구로 보이는 연경이도 있었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말도 안되는 말을 지껄이는 연경이에게 빈잔섞인 잔소리를 건내고,
달라진 자신의 머리스타일과 달라보이는 얼굴을 몇번이고 매만지더니
희미해진 입술색을 내기 위해서 립스틱을 꺼내 드는 그 여자는
첫눈에 봐도 참 슬퍼보였어.
" 첫눈에 반하다, 반하다. 반하다. 웃기는군. 사랑이 무슨 한 순간이야, 말도 안되. "
사랑은 참 여러종류가 있잖아.
그녀에게 사랑은 오랜시간 동안 함께하면 생기는 감정이었지.
처음 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거짓사랑이었어. 말도 안되는 사랑이었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찾아왔다면 믿을 수 있겠어 ?
사랑하는 바보 - 첫눈에 반하다
(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여자와, 사랑이 아니였다고라고 말하는 남자. ) - start
- 1, 첫눈에 반하다.
쿵쿵 따 쿵쿵 따 -
즐겨듣는 힙합 노래가 흘러나오고, 짧은 머리를 한번 헝크러 뜨리고는
다시 술잔을 기울였어.
옆에서 즐겁게 떠드는 친구들과, 반면 차갑게 굳어버린 내가 보였지.
결국엔 그 재미없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어.
" 진소야, 너 어디 가려고 ? "
" 잠깐 바람 좀 쐬고 들어올게. 답답하다. "
" 내가 아는 친구들 불렀단 말이야. 빨리 들어와 알았지 ? "
" 그래.그래. "
막 가방에 손을 뻣은 나를 알아채고 연경이가 핸드백을 가로챘어.
난 한번 머슥하게 웃어보였고, 연경이는 나를 핏 노려보기 시작했지.
하는 수 없이 그냥 핸드백을 연경이게 맞겨놓고 bar(바)를 빠져나왔어.
바깥으로 나오자 제법 쌀쌀한 겨울향기가 코끝을 스쳤지.
" 분위기 좋아 보이는데 ? "
" 그치, 서웅아 ? 걔가 산다고 해서 온거니까, 우선 들어가자. "
" 난 담배 하나 피우고 들어갈게, 먼저 내려가라. "
" 새끼, 또 가오잡기는. 그래 빨리 들어와, 오한성. "
" 그래. "
지하인 bar(바)로 통하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두명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어.
하지만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나와 같은 곳에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하나를 입에 꺼내 무는 남자가
자꾸만 내 시선을 빼았고 있었지.
태연한척 나는 핸드폰은 챙겨나왔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지.
" 후. "
180cm는 족히 넘어보이는 큰 키, 은색의 고급스러운 느낌의 안경,
검은색으로 빼입은 정장스타일의 상위와 캐쥬얼한 청바지. 높은 콧대가 매력적인 남자였지.
순간 가슴이 두근 두근, 뛰기 시작했어.
이상했어.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은 뭘까, 답을 내리기도 전에 그 남자가 어느새 내 앞에 서있는거야.
" 왜 자꾸 쳐다봐 ? "
" 네 ? 저요 ? "
" 여기 아가씨 말고 누구 더 있어 ? "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처음 본 사람한테 반말 쓰는 거 예의 없는 행동 같은데. "
" 아가씨도 그럼 말 까든가. "
" 아니요. 됐습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
술을 먹어도 얼굴이 달아오르지도 않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고개를 숙이고
bar(바)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몸을 돌렸어.
그런데 재빠르게 내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가로채는 남자였지.
" 무슨짓이야!!! "
" 하. 매력있네, 아가씨 ? 내 핸드폰 번호야. 심심하면 연락해. 재밌게 놀아줄게. "
키가 큰 그 남자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빼앗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굴러봤지만, 그남자와 나의 키 차이는
못해도 20cm는 되어 보였지.
남자는 한동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내 손에 핸드폰을 쥐어줬어.
" 꼭 연락해, 아가씨. "
재수없다고 속으로 수십번을 외쳐도 왜 도대체 왜 심장은 이렇게 뛰는건데.
재수없어, 저런 사람이 다있어.
짜증섞인 표정으로 핸드폰 통화목록을 열어서 그 남자가 찍어준 핸드폰 번호를 지우려고 삭제 버튼을 눌렀지만,
오한성.
그 남자의 이름에, 그냥 그 남자의 향기가 코 끝을 순간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내 손가락에 힘이 빠져버렸어.
이게, 설마 첫눈에 반했다는 건 아니겠지, 허연경 ?
" 뭐야 ? "
핸드백을 찾아 가기 위해서, 그남자가 들어갔고, 친구들이 있는 bar(바)로 들어 선 순간 내가 멈칫했어.
연경이가 불렀다는 친구가, 그럼 그 남자와 그 친구들이었던거야 ?
웃으면서 어느새 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그 남자와 내가 순간 눈이 마주쳤지.
" 아! 저 친구가 진소야. 내가 얘기 많이 했지 ? 기혁아 ? "
" 아~~ 그 도도함에 결정체, 자존심 밖에 없는 친구분. "
" 허연경, 핸드백 줘. "
" 야. 무슨짓이야. 인사해. 내가 친구 불렀다고 했잖아. 니가 그렇게 가면 어떻해. "
" 후..... 안녕하세요. 저는 정진소라고 합니다. 허연경이 말하는 그 싸가지에, 재수없는 년이거든요 ? 그러니까 전
이만 빠져 줄 테니까 재밌게 놀다가 가세요. "
그렇게 말을 마치고, 차갑게 연경이가 들고 있는 핸드백을 우왁스럽게 빼앗고
bar(바)를 빠져 나왔어.
하하.
과민반응하는거 아니냐고 ?
그런데 어떻해. 그 남자랑 같이 있으면, 내 심장 뛰는 소리 들킬까봐.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데 어떻하냐고.
왜 하필 거기에 있는거야.
왜 하필 거기에 앉아서 날 보면서 웃고 있는거야.
기분나빠.
기분나빠.
최면을 걸어봐도, 자꾸 웃음이 , 자꾸 심장이 욱신거려. 미쳤구나, 정진소.
- 2, 운명인가,우연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바쁜 걸음을 서둘러 강의실로 들어섰어.
교수님에게 눈으로 죄송하다고 인사를 건내고, 의자에 앉았지.
가지고 온 책을 펼쳐 들고, 수업을 한참 듣다가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돌려보니까 여전히 화가 난 연경이가 보였어.
" 진짜 너 그날 가고 얼마나 분위기가 썰렁했는지 알아 ? "
" 미안해. "
" 오한성인가 ? 그사람이 게임하고, 그래서 겨우 분위기 업 시켜 줘서 다행이지. 진짜 못살아, 니 성격. "
"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만하자. "
" 그런데 너 그 사람이랑 아는 사이야 ? "
" 누구 ? "
" 오한성 인가 ?그사람 "
" 몰라. 나가자. 커피 사줄게. "
" 그래. 히히. "
비싼 커피 숍에 가서 블랙커피 하나 손에 쥐어주자 결국엔 화가 언제 났냐고,
히히 웃는 연경이가 바보같았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오한성이라는 그남자의 차가운 목소리와 미소. 자꾸만 머릿속을 괴롭혔어.
" 100일파티? 고등학생이야, 여전히 그러고 놀아 ? "
" 몰라. 기한이랑, 지영이가 초대했어. 안오면 인연 끊겠다고 난리 난리 치는 바람에, 알았다고 했지. 너도 꼭 오래. "
" 싫어. 안갈래. "
" 야 ! 김지영 삐지면 평생 가는거 몰라 ? 그냥 눈 꼭 감고 잠깐 갔다가 나오면 되 ?
유기한, 걔 부잣집 아들이라 돈도 많으니까, 양주만 몇 잔 먹고 나오면 되잖아 ? 응 ? 한번만, 응응 ? "
" 아....진짜 싫은데. "
" 너 ! 어제도 나 속 섞이더니, 또 이럴래 !!! "
" 알았어. 알았어. 가면 되잖아. 몇시까지, 어디로 ? "
" 저녁 8시까지, bye 술집으로 와. "
며칠전에 선물받은 에메랄드 빛깔의 원피스를 꺼내입었어.
웬지 오늘은 이 옷을 입고 싶은 기분에, 처음으로 옷을 꺼내입고 하얀색의 핸드백을 챙겨들고 높은 구두를 신고
집밖으로 나왔지.
택시를 잡기 위해서 손을 흔들어 봤지만, 왜이리도 택시는 잡히지 않는지.
손이 얼어가고 있을 때 쯤이었지.
" 헤이, 아가씨. "
은색빛깔의 승용차가 앞에 멈춰섰어.
창문이 내려가면서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지. 순간 핸드백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려버렸지.
오,한성 ?
" 타, 인사동 가지 ? "
" 됐어. "
" 오늘 택시 안 잡히는 주말이잖아. 어서 타. 뒤에서 빵빵 거린다, 빨 리 "
멈춰선 차들이 뒤에서 손가락 질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탔지.
조금은 짧은 윈피스 떄문에 신경이 쓰이고, 괜히 입고 나왔다는 생각에 인상이 찌푸려졌지.
능숙하게 운전을 하면서 한번 나를 흘깃 쳐다보고는 피식 웃는 그 웃음이 거슬렸어.
" 뭐야, 왜 웃어 ? "
" 오늘은 그때보다 좀 더 이쁘다 ? 근데 너 옆에서 보니까 코가 좀 낮다 ? "
" 신경꺼. "
" 나 봐봐 ? 난 코 높지 ? 히히 "
" .............. 자뻑이 심하구나. "
" 미안한데, 담배 피워도 되 ? "
" 마음대로. "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실실 웃으면서 말보루 레드를 꺼내드는 그의 옆모습, 사실 코가 되게 높았어.
그의 얼굴에서 가장 멋진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코를 가르킬 만큼 높고 예쁜 코였지.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피우는 그의 모습에 자꾸 시선을 빼앗기게 되어서 아예 나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어.
" 너도 유기한이랑 김지영 100일 파티 가는거냐 ? "
" 어? 어떻게 알았어 ? "
" 유기한이랑 나랑 엄청 친하거든. 나도 초대받아서 가는 길이었어. "
" 유치하게, 100일파티. 훗... "
" 뭐가 어떻냐, 난 300일까지 갈 뻔 한 여자친구랑 파티 하려고 돈 엄청 모았는데, 결국 헤어졌지만.. "
" 안물어 본 얘기는 하는게 아니거든 ? "
" 하.... 미안. 갑자기 생각나서. "
사랑했던 여자가 있다는 소리에,
300일을 사귈 정도로 오래 된 연인이 있었다는 소리에 갑자기 내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어.
미안하다면서 머쓱하게 웃어보이는 이 남자, 탐이 났어.
미안하다면서 담배를 창 밖으로 던지는 이 남자, 자꾸 심장이 뛰었어.
" 그렇게 사랑하고 헤어지면, 많이 아파 ? "
" 되게 오래 만났고, 많이 사랑했으니까. 그 시간 지우기가 조금은 힘들고 벅차. 헤어진지 얼마 안됐거든. "
" 힘들겠다. 많이 아프겠다. "
" 괜찮아. 괜히 얘기 꺼냈네. 나 동정받는 거 질색인데. "
" B형이니 ? "
" 어떻게 알았어 ? "
" 나도 B형이거든. 딱 눈에 보이거든. "
" 풋, 성격 지랄 같지 . 다 왔다. 내리자. "
주차장에 차를 바쳐놓고, 먼저 내려서 매너가 좋은 건지, 뛰어와서 차 문을 열어주는 오한성,
멋있었어.
왜 이렇게 잘 난 남자를 버렸을지, 궁굼하기 시작했지.
호기심이 생겼어.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
처음부터 반했지만, 처음부터 느꼈지만 이 남자, 갖고싶었어.
" 둘이 같이 들어오네 ? 아는 사이야 ? "
" 그때, 잠깐 술집에서 만났었잖아. 오는길에 택시 잡고 있어서, 그냥 같이 왔지. "
" 기집애, 모르는 사이 라면서. 히히 ! 자자 와서 앉아. "
어느새 와서 호들갑을 떠는 연경이가 나를 옆자리에 앉히고, 오한성은 내 앞자리에 앉았지.
닭살 커플답게 서로에게 안주를 먹여주면서 하하 호호 웃는 유기한과, 김지영을 보고 있으니까 부럽더라고.
나도 한때는 저렇게 날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었으니까.
나도 한때는 저렇게 날 위해주는 남자가 있었으니까.
그깟 자존심 때문에 떠난다는 그 사람 한번도 잡지 못했지만, 하하.
" 무슨 생각 하고 있는거야 ? 불러도 대답이 없네 ? "
" 어 ? "
" 나가자. 답답하지 않냐 ? "
조심스럽게 말을 건내는 오한성, 연경이는 웃고 떠드느라 나를 신경도 쓰지 않고,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어.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를 따라 나서는 그는 참 키가 컸어.
기대고 싶을 정도로,
그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고 싶을 정도로 큰 키에, 넓은 어깨를 지니고 있었어.
" 하하. 재수없었다니까. "
" 뭐야 ? 내 첫인상이 그렇게 별로였어 ? 너무 한거 아니냐 ! "
" 뭐가 ? 키는 엄청 크고, 코만 높고. 엄청 별로 였거든 ? 재수없게 옆에서 담배나 폴폴 피우고. "
" 하하! 너도 마찬가지거든 ? 키만 작아가지고 ! 확 한주먹 거리도 안되는게 "
단 둘이 앉아서 가까운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소주를 벌써 3병째 비운 우리 두사람이었지.
처음엔 그렇게 뛰던 심장이, 달아오르던 얼굴이,
술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 연신 술을 마시면서 조심스럽게 한성의 어깨에 기대었어.
내가 왜 남자들과 술을 먹지 않는지 알아 ?
내 술버릇 중 하나가, 옆에 있으면 안고, 입마추고, 남자든 여자든 엄청 안긴단말이지.
그게 다음날 깨어나면 얼마나 꼴사납고, 쪽팔리는 일인데.
그래서 절대 남자들과는 술을 먹지 않는데, 지금 내 곁엔 오한성이 있잖아.
그래서 절대 남자들과는 술을 먹지 않는데, 지금 내 곁엔 남자인 오한성이 앉아있잖아.
" 으이구 ~~ 귀엽다 "
" 후! 너 뭐하는거야 ? 하하! 귀엽다, 진짜. "
한성의 얼굴을 꼬집어 봤다, 만져봤다,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계속 장난치는 나를 바라보는 한성이 보였어.
그래도 끊임없이 장난을 치다가 내가 쓰러지듯 그의 품에 안겼지.
다리에, 온 몸에, 힘이 풀렸어.
" 아, 술 너무 많이 마셨나부다. 히히 "
" 바보냐 ? 못 일어 나겠어 ? 큰일났네. "
" 휴..... 머리아파. 여기가 어디야. 집에 가야되는데. "
" 나도 술 마셔서 운전 못하는데. 미치겠네. "
" 우리집 가자. 우리집. 택시, 택시. "
포장마차를 빠져나와서 손을 흔들자, 저녁엔 잡히지도 않던 택시가 금새 멈춰섰어.
한성은 계산을 마치고 막 택시를 혼자 타려는 나를 따라서 택시를 따라탔지.
술에 취해서 이리 저리,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질 듯, 위태로운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는 그였어.
" 아, 어딘지 몰라 ? "
" 몰라....모르겠어. 어딨지? 우리집이 어딨지 ? 저긴가, 하하! 저긴가 ? 히히 "
" 안되겠다. 너무 추우니까, 가까운 모텔이라도 들어가자. "
" 아후..... 그럼 나 좀 엎어줘, 한성아. "
" 그래. 엎혀. "
술에 취한 내가 걸을 수도 없이 지쳐버렸고, 나는 투정섞인 목소리로 한성에게 말을 건냈어.
제법 체격도 있고, 키가 큰 한성은 나를 금새 엎었고, 나는 지친듯 - 그런 한성에 등에 엎혔어.
많이 힘들었고,
사랑하는 사람 자존심때문에 한번도 잡지 못했고,
그래도 많이 아프고 마음고생했던 나였지만 한성이라면, 오한성 너라면 나를 웃게 해줄 것 같았어.
그래서 내가 널 믿었어.
그래서 내가 너에게 모든 걸 다 걸었어. 진심이었어.
" 휴. 괜찮아 ? "
" 머리아파. 머리....아얏. "
" 겉옷은 벗고 자. 난 바닥에서 잘 테니까. "
" 어 ? 나 혼자 자라고 ? 왜 ? 내 옆에서 자 . 나 혼자 자는 거 싫어 ! "
" 왜 혼자야 ? 내가 같이 있는데. "
" 내 옆에서 손 꼭 잡고 자. 난 누가 내 옆에 없으면 무섭단 말이야, 응 ? 한성아 ? "
" 아.....알.. 알았어. "
조금은 곤란한 듯, 하지만 나의 투정에 어쩔 수 없이 한성은 내 곁에 누웠어.
따듯한 그의 품에 안겨버렸어.
아빠처럼, 아니, 옛 남자친구같은 편안함에 내가 먼저 그런 한성의 볼에 입을 마췄어.
" 야..... 너 진짜 귀엽다. "
" 흠냐...... 한성아 ? 졸리지 ? "
" 졸린데, 잠을 못 자겠다. "
" 왜 ? "
" 니가 이렇게 옆에 붙어 있으니까, 심장이 막 뛰는데 어떻게 자 ? "
" 뭐 ? 심장이 막 뛰어 ? "
자연스럽게 그런 한성의 심장에 손을 가져갔어. 두근두근, 미치도록 뛰어대는 심장.
장난스럽게 나는 그런 한성에 손을 내 심장에, 내 가슴에 가져갔어.
두근 두근, 천천히 뛰는 내 심장과, 반면 미친듯이 뛰어내는 한성의 심장, 내가 우스운 듯 웃음을 터트렸어.
" 나는 막 막 안 뛰는데, 넌 왜 막 미친듯이 뛰어 ? 하하 ! "
" 야..... 이 손 좀.... "
" 봐봐. 안 느껴지잖아 ? 천천히 뛰잖아 ? "
" 너 많이 취했다. 나 내려가서 잘게. "
" 왜 ? 손 잡고 자자 ? 응 ? "
" 야. 남자가 손만 잡고 잔다는 말 믿으면 안되. 더군다나 여자가 손만 잡고 자자는 건 더욱더. 남자는 다 늑대야. "
" 그럼 너도 늑대라는 소리야 ? "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
조금은 술에 취한 내가 한성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어. 그러자 녀석이 나에게 다가왔어.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지만 조금은 빠르게.
나의 입술과 녀석의 입술이 부딪혔어. 달콤한, 하지만 잊을 수 없는 키스.
" 미치잖아. 이렇게. 그러니까 넌 위에서 자. 난 아래에서 잘게. "
" .............. "
" 잘자. "
" 올라와. 같이 자자. "
" 하....진짜 왜그러냐. 나 힘들다니까. "
" 나 괜찮아. 그러니까 올라와, 한성아. "
끝까지 날 지켜주려던 녀석이었어. 그래서 믿었어.
남자라면, 술에 취한 여자랑 같이 있으면, 결국엔 같이 하룻밤을 보냈을 터인데
나를 끝까지 지켜주려는 한성에게 감동해버렸어.
그래서 그랬어.
그래서 그래버렸어.
이 남자라면, 이 남자라면 내가 믿고 내 전부를 바칠 수 있는 남자라고 믿어버렸어.
- 3, 시작 된 운명의 장난.
며칠전 실수 아닌 실수에 한성에게 오는 연락이 부담스럽고 부끄러웠어.
녀석은 그날 일은 전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따듯한 한성에 배려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지.
" 너 그날 어디 갔었냐니까 ? "
" 집에 갔다니까. "
" 오한성이랑 같이 나갔잖아 ? 히히, 니네 무슨사이야 ? "
" 그냥...... 아! 그만해 연경아. 강의 늦겠다. "
무슨사이냐고.
사귀는 사이. 결국엔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 아닌 책임을 지기로 했어.
나는 옛 남자친구에게 허락하지도 않았던 나을 허락했다는 생각에,
한성은 옛 여자친구를 잊기위한 마음이었을테지만.
그래도 나는 만족했어.
나로 하여금, 나라는 사람에게서 그 여자를 지우는 것도 썩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어.
" 어딘데 ? "
- 친구랑 잠깐 피시방 와있어.
" 나 만나기로 했잖아 ? 나 버린거야 ? "
- 하하. 어딘데 ?
" 시내야. 내가 거기로 갈까 ? "
- 나 오늘 고모댁에 내려가 봐야 되. 조금있다가 터미널 가야 되는데.
" 같이 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 ? 응 ?
- 됐어요. 그냥 친구들이랑 놀아.
" 아...알았어.그럼 끊어. "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잠깐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자존심 굽히고 만나자는 식으로
말을 건내는 나를 모르는 건지, 한성은 괜찮다면서 그날
그렇게 연락을 끊었어.
그날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았어.
" 무슨일 있어 ? 요즘 너 얼굴 빛이 안좋아 ? "
" 아니야. "
" 말해봐. 응 ? "
" ............... 휴.....사실은....... "
모든 이야기를 건내들은 연경이의 표정이 어두웠지.
연경이는 소주를 한잔 들이키더니,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어.
그리고는 막 핸드폰을 꺼내들었지.
" 왜그래? 왜그러는데 ?"
" 바보야. 너 오한성이 누군지 모르는구나.......아, 바보 멍청이 ! 머저리야 ! 내가 그러니까 걔 아냐고 물어봤잖아 !
모른다고 하면서, 왜 이런 실수를 했어 !!!!!! "
" 무....무슨소리야. 무슨 소리냐고 !!!!!!! "
" 그새끼, 알아주는 바람둥이야. 내가 기혁이한테 들었어. 어쩌다가 오한성 얘기 나왔는데, 그녀석 조금은 싸가지없는 성격.
여자들이 정말 좋아한다더라고. 그래서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데.
너한테도 처음에 관심 갖았다면서 ? 그래서 내가 계속 물어봤잖아. 그런데 넌 아니라면서. 모르는 사이라면서. "
" ....... 그럴리없어. "
테이블위에, 소주잔 속으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어.
말도 안되.
믿었는데. 그렇게 믿었는데. 내 전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핸드폰을 꺼내 들었어.
아무리 전화를 연결해도, 연결이 되지 않은 다는 여자의 목소리에 핸드폰을 쇼파에 던졌어.
" 바보야 ! 정신차려. 그자식, 지금 고모댁갔다고 했지 ? 기혁이 말론, 그새끼 친척형 보러 대전내려갔대!!!!
친척형이란 둘이서 놀겠냐 ? 걔가 대가리에 총 맞았어 ? 니가 당한거야 !!! 니가 속은거라고 !!!!! "
" ................. 하, 말도안되. "
" 오한성은, 니가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못된다고. 김우리처럼 너한테 잘하던 새끼도 없었는데. 그새끼 놓치고,
그렇게 방황하더니 결국엔 잡은 상대가 오한성이야 ? 언제든지 너 뿌리치고 떠날 오한성 ? "
" 아니라고해줘. 아니라고. 연경아 ? 잘못들은거지 ? 그렇지 ? "
" 빨리 말해주지그랬어. 왜 숨겼어. 바보야. 나한테 조금만 더 일찍 말했다면, 괜찮았잖아. 응 ? "
" ........흐흑....... "
" 어쩌면 좋냐. 어쩌면 좋아. "
첫눈에 반했다고 믿었는데.
첫눈에 반했다고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다고 나도 믿어버렸는데.
아니었구나.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없다는 것을,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어.
- 지이이잉
쇼파 위에 던져 놓았던 핸드폰이 한번 울렸어. 아마도 문자인듯, 빠르게 내가 핸드폰을 집어들었어.
액정에 찍힌 이름, 오한성이었어.
그래. 그럴리가 없어. 며칠째 연락이 없던건,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꺼야.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테고, 사랑한다고 말해줄거야 .그렇지?
하지만 떨리는 손으로, 겨우 폴더를 열었는데. 열어봤는데, 하하.
' 미안. 우리 여기서 그만 끝내자. 나 너무 힘들어서 안되겠어. 진짜 미안해. ' - 한성
숨이막혔어.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고, 억지로 참아왔던 눈물샘이 터져버렸어.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해할 수가 없어서, 받아드릴 수가 없어서 통화버튼을 눌렀어.
제발, 제발, 제발.
떠나지마. 나 버리지마. 나 너에게 전부를 주고 싶었고, 전부를 줬잖아. 이러지마, 한성아. 제발 이러지마.
니가 이러며, 니가 이렇게 날 버리면 나 진짜 다시는 못 일어설 것 같아. 제발, 제발. 제발 !!!!!!!!!!!!!!
'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삐........ '
" 흐흑......흐흑....... "
" 바보야. 그만해. 그만둬. 천하의 정진소가 자존심 버리고 이게 무슨짓이야 !!!!!!! "
" 니가 날 어떻게 버려 !!!!!!! 니가 날.....나를 !!!!!!! 야 !!!!! 오한성....!!!!!!!!!!! 말해봐, 전화 받아 !!!!!!!! "
그렇게 난 정신을 잃었나봐.
아마, 전부 잊고 싶었나봐.
일어나면 나는 오랜시간 긴긴 꿈을 꾼거라고, 누군가가 말해주길 간절히 바랬나봐.
오래도록, 아니. 어쩌면 평생 쿨쿨 자고 싶은 심정이었어.
우리를 잃을때보다, 더 미칠듯이 아파왔어.
내 마음 다칠까봐 그렇게 조심스럽게 사랑했었거든.
그래.
나는 이기적여서, 우리를 사랑할땐, 아니 우리에게 사랑받을 땐,
내가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우리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거든.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어.
내 전부를 걸었단 말이야.
내 전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전부를 걸었어. 오한성, 너에게 전부를 걸었단 말이야 !!!!!!!!
" 진소야. "
" ................... 연경...아...... "
" 후. 어떻게 그렇게 정신을 잃고 며칠을 의식이 없냐. 그정도로 힘들었니 ? "
" 나 아주 슬픈 꿈을 꾼거지 ? 그렇지 ? 하하. 나 너무 슬픈 꿈을 꿨나봐. 기분이 너무 안좋다. 그저 꿈이었지 ? "
" 그래. 차라리 꿈이라고 생각해. 꿈. 현실이아니라고, 꿈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
" 그런데 있잖아, 그런데 연경아.......... 나 벌써 그사람 보고싶다....... 다시 꿈꾸고 싶다...... 다시.....다시..... "
" 그만해. 그사람, 다신 만날생각도, 보고싶다고 생각도 하지마. 잊어버려. 그냥, 보내자. "
" 안믿었는데. 니가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존재한다고 했을때, 나 웃어넘겼는데. 나 진짜였어.
나, 오한성 첫눈에 반했었어. 그런데, 첫눈에 반했는데, 하하. 첫눈에 반했다고....... 나도....나도........ "
" ............ 이 바보야. 이 바보 멍청아. "
내가 견딜 수 없었던 사실은,
한성이 나를 버렸다는 현실이 아니라, 첫눈에 반했던 내 사랑이 물거품처럼 쉽게 끝나버려서.
한성이 나를 버렸다는 현실이 아니라, 첫눈에 반했는데 한성은 나를 첫눈에 반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며칠을 술에 기대어, 끊었던 담배도 입에 물었어.
친구들은 천하의 정진소, 자존심 밖에 없던 내가 골골 대는 모습에 하나같이 한숨을 쉬었고,
술에 취해서 핸드폰을 내가 손에 쥐기만 하면, 내 핸드폰을 빼앗곤 했지. 혹시나 내가 자존심 버릴까봐.
천하의 정진소 자존심 무너질까봐 친구들이 더 나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어.
오한성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어.
아니, 어쩌면 들리는데 내 귓가에는 전해지지 않게 친구들이 입을 막았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견디고 견디다보니까,
그사람이 눈에서 멀어지니까, 몇번 본적도 없는 사람이니까 잊혀지기 잊혀지더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 4, 마지막, 널 사랑했던 이유.
\ 12월31일.
대학생이 되고, 처음 맞는 새해였지.
21살이 된다는 설레임, 그리고 이젠 스무살이 아니라는 서러움이 밀려들었지.
친구들은 모두 새해에는 한잔을 해야 한다면서, 들뜬 기분으로 호프집으로 들어섰어.
' bar(바) '
그날, 한성을 처음 만났던 그 bar(바)였어.
연경이는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지만, 1차는 여기서 마시고 2차를 가면 된다는 지영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
괜찮다면서 연경의 어깨를 두어번 치고는 다들 지하로 내려갔어.
한 잔 , 두 잔, 기분좋게 술이 들어가고 있을 때, 그쯤이었나봐.
" 어! 기한아 >< "
" 쟈기. 여기서 먹고 있었어 ? "
" 웅웅! 역시 우린 통하나봐. 우리 오늘은 친구들 끼리 놀자고 했는데, 이렇게 만났네 ? "
지영의 남자친구, 기한이 눈에 들어섰어.
이미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서 찾는 사람, 찾고 있는 사람, 이미 몸이 반응하는 사람, 오한성 이었지.
여전히 멋있고, 여전히 키가 큰 한성은 담배를 입에 물고 가만히 서있었어.
그리고 얼핏 나와 눈이 마주쳤지.
" 친구들끼리 놀아. 재밌게 놀다 가세요 ! 제가 다 계산해 드릴테니까요 "
" 쟈기야. 안그래도 되는데 "
" 괜찮아. 쟈기 친구들이잖아 ! 쟈기, 많이 많이 먹고 가 ! "
" 응응. 사랑해, 기한아 ! "
" 응. 나도. 뽀뽀 "
" 닭살이야!!!!!!! "
두 커플의 애정행각에 친구들은 모두 웃으면서 야유를 보냈고, 기한은 지영의 볼에 입을 마추고
기혁과 서웅, 그리고 한성과 조금은 떨어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어. 하지만 자꾸 내 시선은 그쪽을 향했지.
" 지영아. 우리 좀 만 마시고 일어나자. 여기 분위기 별로야 "
" 왜 ? 우리 쟈기가 계산한다는데 ? 많이 마시고 나가자 ? 응 ? "
" ....... 후..... "
" 연경이 너 오늘 이상하다 ? 왜그래 ? "
" 아니야 ! 자자, 다들 짠 하자 "
애써 내가 웃으면서 잔을 들었고, 다들 따라서 잔을 부딪혔어.
하지만 꽤 술을 많이 마신 나는 , 한성을 본 순간부터 느꼈어.
오늘, 한성과 마주하겠다고.
오늘, 그렇게 참아왔던 말을 한성에게 건내겠다고.
오늘, 매일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한성에게 건내겠다고.
이미 핸드폰 에선 지워진 번호.
하지만 머릿속은, 손가락은 절대 잊지못한, 번호를 찍어내렸어.
' 잠깐 볼 수 있어 ? '
' 누구 ? '
' 정진소. '
' 그래. 금방 나갈게. '
이미 나라는 여자를 지웠다는 듯이.
누구냐고 묻는 한성의 문자에 심장이 한번, 자존심이 한번 무너졌어.
나는 잊지못하고, 지우지못했던 한성의 번호였는데,
한성은 그렇게 쉽게 잊었고, 지워버렸던 나의 번호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 시작했어.
화장실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왔어.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한성은 나오지 않았어.
추위를 견디다 못해 내가 다시 bar(바)로 내려갔어.
" 니가 인간이야 ? 어 !!!!!! "
" 후..... 기혁아, 쟤 좀 어떻게 해봐. "
" 연경아. 너 왜그래 ? 왜 한성이한테 그러냐 ? "
" 그건 오한성, 저 개자식한테 물어봐 니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 니가 사람이야 !!!!! 짐승이지 !!!!!! "
" 허.....허연경. "
연경이와, 한성이, 그리고 기혁이.
셋이서 실랑이를 버리고 있었어. 아마도 연경이는 술에 취한 듯, 한성에게 따지고 있었어.
아마도 나 때문이겠지.
" 미안. 미안해. 기혁아, 한성이 좀 진정시켜. 내가 연경이 데리고 나갈게. "
" 그래. 알았어. "
화가 난 듯, 씩씩 거리는 한성과, 난감한 기혁이.
지영이와 친구들은 의아한 듯 우리를 쳐다보고, 나는 웃으면서 연경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
연경은 펑펑 울기 시작했어.
" 흑흑....... "
" 그만해. 내가 해도 내가 얘기해. 연경이 니가 끼어 들 얘기, 아니야 ! "
" 미안. 미안. 그런데 너무 화가 나서. 아니, 오한성..... 아.....몰라 ! "
" 진정해. 내가 얘기할테니까, 응 ? 내가 다 끝낼게 . 오늘이 마지막이야. "
연경이는 그렇게 한참을 울고 또 울다가, 겨우 진정이 된 듯 일어섰어.
먼저 집에 가겠다고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연경의 뒷모습을 보고 서있는데,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어.
한성, 오한성이더라고.
" 오랜만이야. 잘지냈어 ? "
" 그냥. "
" ........... 그렇구나. "
" 할 말 있다고 해서 나왔는데. 할 말이 뭐냐 ? "
" 뭐 ? "
" 없어 ? 없으면 그냥 들어가고. "
" 오한성. 넌 나한테 할 말 없니 ? "
" 무슨말이 듣고 싶은지 모르겠다, 난. "
멍하니 서있는 나를, 차갑게 내려보는 한성은 이미 예전의 한성이 아니었어.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는 기분,
심장이 욱신 욱신 아려오는 기분, 눈물이 차올랐어.
" 너, 나 가지고 장난친거였어 ? 그런거였어 ? "
" 장난 ? 왜 그러냐 ? 우리가 뭐 어디까지 갔다 왔다고, 며칠만나고 끝난 사인데 장난이라니 ? "
" 며칠만나고 끝난 사이 ? "
" 우리가 얼마나 오래 만났다고, 너 지금 보니까 되게 웃긴다, 정진소 ? "
" 오한성. "
" 왜 ? 그래서 뭘 ? 다시 사귀자고 ? "
" .............. "
차갑게 나에게 말을 건내는 한성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어.
그런데 마지막 그말,
마지막으로 건낸 그말에 심장이 떨리는 건 뭐지 ?
어쩌면 다시 내곁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는 건 뭐지 ?
" 그래. 다시....다시 사귀자. "
" 모르겠어 ? 나 아직도 그여자 못잊었어. 그여자, 못 지우겠더라. 그래서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거야. "
" 나한테 와서 잊어. 그러면 되잖아 ? 너만 사랑했니 ? 너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척 하지마. "
" 난 그여자 평생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자신도 있어. "
" 한성아......... 이러지마.....응 ? "
" 후.... 그럼 오늘 사귀고, 내일 헤어져도 사귈래 ? 훗 "
잘근잘근.
바닥까지 추락해버린, 이미 짖밟힐대로 밟혀버린 자존심이 보였어.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어.
버릴대로 버렸고, 짖밟힐대로 밟힌 자존심을 보고, 그제서야 내가 정신을 차렸어.
미쳤구나.
미쳤었구나, 정신을 차린 사이엔 이미 내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였어.
" 아니야. 됐다. 그정도로 내가 싫다면 오지 않아도 좋아. 나 그정도로 자존심없는 여자 아니잖아. "
" 그래. 알았다. 그럼 난 이만 들어갈게. "
" 잠깐, 잠깐만 한성아. "
막 돌아서는 한성을 잡아 세웠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자존심 버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눈물이 차오르고, 손이 떨려왔어.
입술을 깨물고, 또 깨물었어. 겨우 입을 열었어.
" 우리가 얼마나 만났다고 그러냐고 물었지 ?
그런데 있잖아, 한성아. 사랑은 말이야 그렇더라고. 나도 지금에서야 알았는데, 너랑 내가 얼마나 만났냐 .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냐. 그게 중요한거더라고.
내가 널 아주 잠깐 만났고, 아주 잠깐 행복했어. 그런데 난 너를 아무 많이 사랑했어. 그랬다고. "
" ............. "
" 첫눈에 반했었어.
그냥, 잘나지도 않은 너. 첫눈에 반해서, 너한테 전부를 다 주고 싶었다.
그래서 너한테 자존심도 다 버렸고, 그냥 다 버렸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버렸다고 생각할게. "
그리고 먼저, 이번엔 내가 먼저 돌아섰어.
한성을 두고, 흔들리지 않는 척, 아프지 않은 척, 돌아섰지만 많이 아팠어.
나는 사실 듣고 싶었어.
미안하다고, 나 그여자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를 곁에 두면 니가 너무 아플까봐. 다칠까봐.
그래서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널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버린거라고.
사랑했었다고.
아주 잠깐이지만,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그런 핑계라도, 변명이라도 듣고 싶은 욕심이었나봐.
사랑해.
그래도 사랑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했어.
너를 아주 잠깐, 처음 본 순간 부터 반했고, 미칠듯이 심장이 뛰었어.
다시 너를 봤을 때, 니가 갖고 싶었고, 어쩌면 니가 내 것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어.
그런데 결국엔 우린 인연이 아니었나봐.
그런데 내가 지금 너무 힘든건, 내가 지금 너무 아픈건,
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현실인가봐.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사랑하고 싶어서 전부를 주고 싶었는데, 너는 아니었나봐.
내가 너를 사랑한 이유는,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이유따윈 없어. 내 눈이, 내가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야.
' 정진소가 오한성을 보고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야. 그게 이유야. 이유 아닌 이유. '
[사랑하는바보] - 첫눈에 반하다. THE END
안녕하세요.사랑하는바보입니다.
제가 ㅠ_- 한달을 넘게 잠수를 탔습니다. 이유없이요. 하하.
머리가 복잡해서 글이 잘 써지지 않아서 고민하고 고민하다
오랜만에 찾아뵈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저에겐 힘이라는 걸 아시죠 ?
사랑합니다, 여러분. 전 이만 히히 ^,^**
요즘은 다른 작가님들의 소설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역시 사랑하는 바보님의 소설이 재밌네요.ㅋ.ㅋ 그리구 『그런데 나는 너를 아무 많이 사랑했어.』 이 부분 아주죠..? 오타..? ㅋㅋ
★L.pi님.안녕하세요.아....오타가났군요.감사합니다><!!! 제 소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ㅠ_-! 슬럼프 덕분에 소설을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하고요 다음 소설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좋은하루되세요 !
항상 읽기만하고 리플을 오늘에서야 달게 되네염 재밌고 슬픈글 너무 잘 보고있어염^^ 그리구 말없이 글 몇개 퍼갔어염 ㅠ 메일을 보낼려고 했는데 아직 제가 등급이 낮다 보니...메일과 쪽지 못보내고 여기에 리플달아염 죄송합니다 ㅠ
★한비랑하나님.안녕하세요.하하..제 소설이라는 것 , 밝혀주시고 퍼가면 괜찮아요. 막 자신이 쓴 소설처럼 올려놓는사람들이 잇거든요. ㅠ_- 그건 좀 작가한테 불쾌한일인거 아시죠? 하하! 제소설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 ^,^ 소설 늘 재밋게 읽어주세요. 좋은하루되세요 !
항상 제목옆에 사랑하는바보님 아디를 써놨구염 'ㅁ';; 출처두 같이 올렸어염^^;;미리 메일을 보내드렸어야했는데 죄송해염 ㅠ그리구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0^ 리니지2 섭게시판에 올렸는데 여기 카페말고도 사랑님 펜 또 많다는걸 알아주세염 >_ <
아진짜오랜만이에요ㅜㅜㅜ한동안소설이안올라와서진짜답답했는데 오랜만에 올라와서 좀늦게 봤어요 ㅜㅜ아진짜재미있어요ㅜㅜㅜㅜㅜㅜㅜ진짜장난아니다....ㅜㅜ아이거번외는없는건가요ㅜㅜㅜ?
★촐랑촐랑☆님.안녕하세요.하하><제가이번소설을 너무 늦게 올렸죠?슬럼프에빠지는바람에...죄송합니다.그래도이렇게 저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요 ㅠ__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번소설은,번외편을 준비하지 못했답니다. 이해해 주시고요 다음 소설을 기대해주세요 !!
정말많이 기다렷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ㅎㅎ드디어올리셧군요 역시기대를저버리지않으세요>_<ㅎㅎ!!!!!!11자주자주 와주세효 ㅎㅎ
★큐트선호님. 안녕하세요. 하하 ! 저 많이 기다리셨어요 ? 제가 너무 늦게 찾아왔죠. 죄송해요 ㅜㅜ 바쁘다고, 힘들다는 핑계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그래도 제 소설 찾아주셔서 감사하고요,앞으로 자주 찾아올게요 ! 그러면 좋은하루되세요 !
아휴-그냥 또 감탄사가 흘러나옵니다! 후후 역시 사랑하는바보님!! 최고에요^^ 오랜만에 잘보고갑니다^ ^
★슬퍼지자-님.안녕하셨어요!하하>< 잘지내셨죠? ㅠ0- 저 오래기다리셨죠?제가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곧 다음소설 올릴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히히 ! >< 늘 건강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ㅜ_-! 저도 감기조심하꼐요
아ㅠㅠㅠ여자 너무 불쌍해요.잘 보고 갑니다
★풀잎한조각님.안녕하세요.하하! 소설 재밌게 읽으셨나요 ? 여자가 조금은 안타깝죠. 하지만 남자를 너무 쉽게 믿고 사랑한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ㅠ_- ! 늘 좋은하루보내시고요 감기 조심하세요 !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려서 다행입니다
죄송한데요 ㅜㅜ 맞춤법 틀린게 몇개 있네요.. 어떻해 가 아니고 어떡해구요, 코를 가르킬 만큼 이 아니고 가리킬만큼이에요 ㅜㅜ 알면서 귀찮아서 안고치신건가요-ㅂ-
★원숭이네누나님.안녕하세요? 하하 죄송합니다. 소설을 빠르게 쓰다 보니까, 오타아닌 오타. 틀린 맞춤법이 잇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런 실수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둘가님.안녕하세요?아...그렇죠? 하지만 세상엔 불쌍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슬프고 아프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와서 웃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