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와 IT기업을 맡고있는 하임숙 기자입니다.
팬택이라는 회사를 아십니까?
1991년 삐삐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 97년 휴대전화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98년부터 미국 모토로라의 자본을 유치해 모토로라에 휴대전화를 납품하기 시작한 회사입니다. 지난해는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휴대전화 제조 자회사인 큐리텔을 인수하기도 했죠.(지금은 유명 탤런트가 된 박진희가 옆이 트인 치마를 들어올리며 광고하던 바로 그 '걸리버'를 만들었었죠)
팬택은 박병엽 부회장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박 부회장은 올해 40세로 젊은 나이에 우수한 중견기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는 처음 결혼했을 때 10평대의 조그만 전세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매출 1조6000억원대(올해 예상)의 중견 기업의 오너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평소에 기자들 사이에 '통 큰 인물'로 통합니다. 워낙 성격이 호탕하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형님', 나이가 적으면 '동생'으로 부르는 바람에 어찌어찌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을 '가족관계'에 얽어매는 묘한 재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팬택의 오너이기도 했고 홍보실장이기도 했습니다. 기업의 홍보실이 따로 없어서 오너가 직접 대외 활동에 나서면서 기업홍보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이달 들어 '기업홍보실'을 출범시켰습니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홍보맨들을 직접 스크린해서 불러모아 10여명으로 구성된 홍보팀을 꾸린 것입니다. 다음은 이 소식을 접한 뒤 그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커나가는 중소기업의 고민과 의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왜 갑자기 홍보실을 만들었나?
=우리도 9월중순부터 내수에 들어간다. 팬택&큐리텔을 통해서다. 2년은 고생할 각오돼있다.
그런데 기업브랜드를 만드는 건 광고만이 아니다.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야한다. 이를 고민했다. 홍보는 전문성이 있어야하는데....
홍보란 술 사고 밥 사는 게 아니다. 기업문화를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홍보맨이다. 그래서 10여명을 스크린해봤고 괜찮은 인물들을 뽑았다.
앞으로 홍보실에 IR 기능도 줄 예정이다.
-어떤 대우를 해줬나?
=연봉은 원하는 대로 부르라고 했다. 내 철학이다. 좋은 사람을 뽑을 때는 무조건 최고 대우를 해준다. 헬스 골프 등 회원권도 최고급으로 준다. 개인적으로 말고 공적으로는 무조건 한도없이 써도 된다. 필요한 것은 다 해준다.
대신 이들도 최선을 다해주지 않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마포 상암동에 사옥도 짓는다고 들었다.
=원래 전세로만 다니려고 했다. 근데 현재 직원들이 모두 4군데 사옥에 나뉘어 있다. 서울시에서 마포 상암동에 20층짜리 IT 타워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건설주를 찾는다는 얘기들 듣고 사업계획서를 넣었다. IT 업체인데다 외국기업의 지분도 있는 우리가 제격이었다. 현재 진행중이다.
-갑자기 내수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뭔가.
=한국시장에서 삼성, LG를 피해 다니면 한 6∼7년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망하게 된다.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면 차라리 에네르기 넘치는 젊은 시절에 걸어야한다. 부딪혀 이겨내지 못하면 어차피 죽는다. 오늘 당장 이기겠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독을 품고 기술력으로 상품력으로 내일을 준비할 것이다.
(박 부회장은 내수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상당히 오랫동안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는 지난해 삼성에서 애니콜 신화의 주역이었던 이성규 당시 이사를 삼성전자와 법정분쟁까지 치러가면서 사장으로 모셔왔습니다. 삼성이 부당 스카우트로 제소했지만 결국 팬택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삼성이라는 기업을 보면 알 수 있다. 내수기반이 확실해야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도 대접받는다.
내수에서 일정정도 뒷받침해주고, 수출도 지금처럼 드라이브 걸면 언젠가는 일류기업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