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내는 차에 짐들을 실을 때 “여보, 밥 여기 있어요” 하고 밥 보따리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한참 잘 놀다 점심을 먹으려는데 밥이 없어요.
당황한 아내가 “당신, 짐 실을 때 밥 못 봤어요?” 그러자 “난 챙길 게 많으니 밥만은 당신이 챙기라고 했잖아!”라며 서로를 탓하며 티격태격하다 보니 맘들이 상했어요.
그냥 보따리를 싸서 혼자라도 돌아올 수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소중한 건 밥이 아니라 가족이 기분좋게 잘 쉬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얼른 기분을 전환할 겸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었습니다. 자칫 하찮은 일이 소중한 걸 좌우할 수도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본말전도라고 하지요. 정말 소중하고 근본적인 목적을 잊고 하찮은 것 때문에 일을 그르칠 때 쓰는 말입니다.
안식일의 근본 목적이 하느님을 더 깊이 만나고 사람들 가운데 그 사랑을 내보이고자 함일진대 유다인들은 그런 안식일에 그토록 오랜 세월 고통받던 병자를 낫게 했다고 예수님을 박해하기 시작합니다.
돼지가 꼬리를 하루 종일 흔들어도 파리 한 마리 쫓지 못하듯 바쁜 생활 속에서 오늘 목표는 무엇이며 소중한 것을 우선 순위로 먼저 하고 있는지, 하찮은 일로 소중한 이웃을 감싸주기보다는 비난하며 미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사보다는 불평에, 칭찬보다는 비판에 익숙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모든 것은 본말이 있고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어 선후를 아는 것이야말로 도(道)에 가깝다.’(「대학」, 1편 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