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 상설관은 이곳에 오게 될 때마다 들어가 작품을 보아왔기에 익숙한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작가 22명의 작품과 관련자료들을 모아 꽤 규모가 큰 전시회를 개최했다
천경자 상설관의 작품도 교체작품이 많아 그동안 못 보던 그림들을 감상할 기회이고(수장고엔 천경자가 기증한 작품이 93점이나 된다)
내가 관심 갖고 있었던 박래현이나 박인경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되니 좋아라 했다
지난주에 짠딸과도 함께 했는데 이번엔 친구들과 함께했다
처음 갔을 때 보았던 작품들이 눈에 아른거렸는데 두 번째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처음에 간과했던 사실들을 다시 확인할 기회여서 또 좋았다
그래서 영화나 전시를 N번째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보다
천경자 작품관은 사진을 찍을 수 없고 그 외의 작품관에서 만난 작품들 몇 점 올린다
그라나다의 도서관 관장
너무나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도서관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장이 있는 그라나다 도서관에 달려가 보고 싶네
여행하면서 그린 작품들의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튀지 않고 따뜻하다
오래 잔상이 남는다
상설관의 작품과 새롭게 걸어놓은 작품들이 꽤 많아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다
옷감가게를 그린 작품인데 이 작품 속의 여인이 바로 천경자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렇게 세련된 옷을 입을 수 있는, 그 시대 여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천경자 자신일 것이다
이 그림들은 제목이 좀 살벌하다
소장굴 수색작전, 헬기 수송작전, 매복작전, 갈대 수색작전 등이다
스케치를 활용한 급히 그린 수채화 같은데, 처음엔 이게 천경자 작품이라고? 하며 눈을 의심했다
설명인 즉
베트남 전쟁 중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한국미술협회 회원 10 명을 베트남에 파견해
약 20일간 머물며 한국군의 활약상을 기록화로 그리도록 했다고 한다
왠지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읽고 있는 느낌이다
<꽃과 병사와 포성>
이 작품은
국방부에 걸려있다가 이 전시를 통해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작품이다
170호나 되는 대작으로 벽을 가득 채운다
베트남에서 돌아와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린 기록화라고 보면 된다
이 작품과 150호 크기의 <목적>이란 두 작품을 200만 원에 팔아 천경자가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니
아니러니 하다
회상 <박래현>
박래현의 이런 화풍을 좋아한다
이 시기의 작품을 많이 만나길 기대했었는데.....
여인 <박래현>
언젠가 그녀의 작품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내로, 아이들 엄마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작품에 몰입하기 어려운 심정을 나타낸 글을 읽을 적이 있다
남편 김기창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름보다
김기창의 아내로 살아야 했던 고뇌를 밝히며
그녀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자 몸부림쳤던 한 여인이 강하게 이입되었었다
가끔은 김기창의 작품 속에 박래현의 화풍이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작품 중에 내가 기대한 작가는 박래현과 박인경이다
장터 가는 길 <박인경>
아쉽게도 박인경의 작품은 이 작품 한 점밖에 전시되지 않았다
그녀의 작품을 많이 보고 싶은데...
2016년 이응로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박인경 개인전이 열렸었다고 하는데
이를 놓친 게 아쉽다
국내에서 그녀의 작품이 활발히 소개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윤정희 백건우 북한 납치 사건에 연루되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장터 가는 길이라는 이 작품 독특하다
한국의 정서가 담긴 그녀의 그리움이나 향수 한 조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격변의 시대,
일제 강점기와 8.15 광복, 한국전쟁, 4.19, 5.16, 군사독재 시대, 등 격변의 시대를 살며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의 역할을 하며 가부장제 속에서 예술의 혼을 펼쳤던 여성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떻게든 그림을 그리고 단체활동을 하며 전시를 이어갔던 그녀들의 노력이 너무나 귀한 작품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