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일요일 오전 오랜만에 후배의사 원시권선생과 팔당 쪽에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하고
10시경 약속을 하였으나 시간보다 먼저 아파트 아래에 와서 전화가 온다.
갖고 온 차는 전에 한번 타 본적이 있는 폭스바겐의 골프가 아닌 니싼 SUV이다.
전에 자기가 이 차를 타다가 처가 애들 가까운 학원태워다 주러 요즈음 타는데
기름을 왕창 먹어 지금 개업을 하는 인천을 왕복하다가는 많이 드는 기름값으로
살림이 거덜날 정도이나 오늘은 그래도 안전한 이차를 몰고 나왔다 한다.
선배 오찬규선생님과 원선생 고등동창 한분을 같이 태우고 올림픽도로를 경유한다.
가는 길에 차에 대한 나온 이야기 중 하이브리드는 어떤가? 하였더니
원선생이 차값도 비싸고 몇년에 한번씩 비싼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디젤이 대세라 연비도 좋고 생각보다 조용하단다.
원선생동창이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날으는 차가 나오질 않을까요? 하나
에너지가 고갈되어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오선배가 답한다.
하남을 지나며 "엄지식당"을 가보셨어요? 하고 오선배에게 물으니 가보지 못하였다 한다.
굴비두마리 굽고 두마리는 찌개로 시키면 좋았었다.
아직도 그곳에 있을까?
오선배의 굴비예찬론이 이어 진다.
여름 찬물에 밥말아 소위 마른굴비를 찢어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는데.
오선배의 말씀이 83년 가족들과 휴가를 떠나 하룻밤을 자고 나니까 중국 비행기가 공습을 한다. 하여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하고 걱정을 하였다.
사실 나도 그 때 백담사계곡에서 가족들과 밥지어 먹고 놀다 동해안으로 넘어가는데 차들이 반대로 달리더라.
연유인즉 중국 민항기가 춘천 공항에 불시착 한것.
이는 공습(airraid)가 아니라 응급불시착(emergncy landing)이다.
한해 뒤 호주 멜본에 교환교수로 가 있었을 때.
같이 연구실을 쓴 중국 여교수가 엉겁결에 우리나라에 불시착한 중국 승객들에 대한 대접이 너무 후해서
그 때 중국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불시착하여 난소시(南朝鮮)에나 가볼까? 하는 말이 유행이었다 한다.
카페거리를 지나 길이 그동안 원체 많이 바뀌어 6번도로 건너편 들어가는 입구를
약간 헤매고 난 뒤 비가 오락가락하여 오히려 시원한 한강변을 따라 아래의 음식점에 도착하였다
도토리를 주로 하는 음식점이라 다이어트에 좋고 주변의 경관도 좋아 강남 아줌마들 한테 인기만땅인 곳이란다.
과연 10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도 주는 대기 번호표가 10번이고 얼마있지 않아 주차장이 거의 가득차서
더 먼 주차장에 차들이 주차를 시작한다.
여러 채의 건물로 된 이 식당은 보는 바와 같이 초입에는 스패니쉬 스타일.
이런 문을 지나 들어가면
아담한 장원이 꾸며져 있다.
정원의 끝은 바로 강이다.
요런 조형물도 만들어 두었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하도 많아 군데군데 대기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강변 쪽에서 바라 본 음식점 전경
강쪽에는 부들이 자라고 있으나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다.
작은 연못도 있고
자그마한 섬들이 안개 속에 조는 듯 누워 있다.
비비추가 한창 꽃을 피운다.
여기도 대기실 중의 하나로 천장에는 팬이 돌아가고 있으며
앞에는 나무를 때는 난로가 겨울용으로 예비되어 있다.
눈올 때 길만 괜찮으면 한번 쯤 와보아도 좋을 터.
오늘은 휴일이라 세트 메뉴가 되지 않는다.
묵사발이라. 이는 메뉴 이름으로는 적당한 말이 아니다.
메밀묵을 안칠 때 물과 메밀의 배합이 적당하지 않으면 아침에 묵이 엉기지 않고 퍼져 버리면
이걸 묵사발이 되었다.
이는 마요네즈 소스 만들 때도 배합이 맞지 않으면 분리되는 것과 같은 이치.
내가 자란 대구에서는 묵이라면 당연히 메밀묵인줄만 알았으나
서울에 와서 청포묵도 먹어 보고, 부산처가에서 우무가사리로 만든 한천도.
옆의 울산 시골 출신 원선생 친구가 우무가사리라 말하니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는 학꽁치 맑은 국이나 대구탕에 "까실이"(홍조류의 일종)를 넣는다며
앙장구와 군소까지 말하였다. 서울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그리운 해산물들.
우선 동동주를 한통시킨다. 그제의 과음과 어제의 운기조식으로 몸이 약간 회복되니 또 술생각.
마시니까 옥수수 알갱이가 씹히니 이건 옥수수 동동주인가?
약간 빈혈기가 도는 김치와 무나물을 한방 수육에 곁들여 먹는다.
오늘의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이다.
도토리 전병은 속이 두부로 채워져 있어 좋았다.
도토리 묵무침
도토리 전
오선배가 운을 뗀다.
이야기는 전 정권때 북에 심어놓은 우리 첩자들이 전멸하였다는 것.
나 역시 정보계통 부대에 있었기 때문에 이는 좀 안다.
왕년에 감청부대장이었던 한철용소장이 SI(significant intelligence) 열다섯글자인
"상부의 명령만 내리면 즉각 발포한다."는 것을 합동정보참모본부에서 제대로 올라가지 않고 깔아 뭉개어
우리가 당하지 않았나? 하고 Blackbook을 들고 국회에서 질타하였다.
그 때 국방장관이 김동신인가, NSC 회장은 이종석이었고.
참수리호가 격침되고 난 후에 김대중대통령은 장례식에 한번 찾지도 않고 한일 월드컵을 갔었다.
식사로 시킨 도토리 비빔국수와 아래는 도토리 온면.
젊은 사람들은 비빔국수를 나누어 먹고
노인네들은 온면을 나누어 먹고, 나이 차이다.
나는 항상 몇 젓가락 먹다가 아차! 사진하고 찍으니.
이게 프로와 아마의 차이이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동동주까지 마셨어도 시간은 겨우 열두 시 반.
서울로 들어가면서 비를 피하고 편의점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맨다.
오선배님이 계속 편의점에서 얼음을 찾고 있는 이유는?
화이트와인을 한병 가져오셨기 때문이다.
올림픽도로에서 빠져나와 드디어 잠실 선착장의 편의점에서 얼음을 사서 갖고 온 통에 채운다,
아니 다른 안주로 앤쵸비, 바케트와 호밀빵까지 가지고 오셨다.
여기에서 한강 예찬론이 펼쳐진다.
그렇다. 도랑같은 세느강, 넓기만한 뉴욕의 허드슨강, 바지선이 다니는 라인강,
런던의 템즈강과 로마의 테베강도 별 볼일 없다.
비는 왔다가 갔다가 한다.
이 우중에도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도 있어 구경을 하니까 쑥 물에 빠져 버린다.
오선배가 준비해 오신 호주산 샤도네이
이런 앤쵸비를 열면
앤쵸비 두마리가 똬리를 틀고 들어가 있다.
앤쵸비를 펴서 바케트에 얹어 안주로.
한강을 바라보며 화이트와인을 마시며 신선놀음을 한다.
다음에는 내 와인셀러에 있는 "브루넬로 델 모탈치노" 한병을 가져오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한장 찍었다.
오선배의 저 백속에는 최신형 아이패드가 들어있다.
이 사진은 오선배의 아이패드로 찍은 풍경을 메일로 보내어 왔다.
아! 오늘도 즐거운 하루이었다.
"원선생, 고마우이"
첫댓글 도토리로도 많은 음식을 만드네요.... 나는 도토리묵에 익숙하게 자랐습니다. 어릴쩍부터.... 환자들 중에서도 자기가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가져다 주는 이도 있었지요.... 도토리, 두부 등은 먹고난 후에도 어딘지 허전한 느낌이 있어서, 기름진 고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돼지 삶은 것을 내 논 모양입니다. 비오는 한강변이 운치가 있습니다.
7월 21일은 토요일인데... 아직도 술이 덜 깨셨나요? 어쨌든 인간들이 그렇게 많은 도토리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먹어버리면 겨울에 다람쥐는 무얼 먹고 살까요?
맞아요. 그래서 나는 산에 가면 그런 건 절대로 건드리지 않고 겨우 아는 산딸기, 머루나 다래정도만 맛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