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도 보고 산도 오르고(1)-청계산 국사봉
변산바람꽃
온 세상 사람들이 봄이라 했건만
봄다운 봄이 아닌 세상
잔설 갓 마른 길섶에
가느다란 몸 찬바람에 맞서
봄을 만들어 가는 너!
변산바람꽃
―― 송삼석, 「변산바람꽃」
▶ 산행일시 : 2025년 3월 13일(수),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코스 : 금토동 금토마을,두레이골,국사봉,녹향원 갈림길,청계사 갈림길,청계산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8.0km
▶ 산행시간 : 4시간 30분(10 : 26 ~ 14 : 56)
▶ 갈 때 : 세곡사거리에서 231번 버스 타고, 테크노밸리 서문에서 내려 국사봉 들머리인 금토마을까지 걸어감
▶ 올 때 : 청계산주차장에서 10번 버스 타고 인덕원역에 가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10 : 26 – 테크노밸리 서문, 산행시작
11 : 03 – 청계산유격장 교장
11 : 20 – 변산바람꽃 탐화( ~ 13 : 10)
13 : 40 - 국사봉(國思峰, 542.0m)
13 : 51 – 안부, 녹향원 1,100m, 국사봉 614m
14 : 00 – 계곡, 청계산주차장 0.78km, 국사봉 1.13km
14 : 13 – 노루귀 탐화( ~ 14 : 22)
14 : 44 – 청계사 갈림길, 국사봉 1,714m, 청계사 850m
14 : 56 – 청계산주차장, 산행종료
15 : 28 - 인덕원역
1주일 전에 변산바람꽃을 보려고 왔으나 잔설과 얼음으로 뒤덮여 한 개체도 보지 못했다. 그 후 매일 인터넷을 뒤져
변산바람꽃이 피었는지 확인하였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날이 따뜻해지자 마음은 조급해지고 더는 기다리다 못해
다시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금토동 금토마을 두레이골로 간다. 구간별 누적거리를 재보았다. 테크노밸리 서문 버스승강장에서 금토마
을까지는 1.4km, 국사봉 등산로 오르다가 등산로 벗어난 경고판까지는 1.6km, 철조망 넘어 사면 돌고 계류 건너기
까지 2.1km, 임도로 올라 청계유격장 교장까지 2.7km, 계곡 양쪽 번갈라 오가며 처음 변산바람꽃을 만나는 지점까
지는 3.2km이었다.
선답자의 인적도 아울러 찾았다. 작년에 보았던 데는 몇 번이고 살폈다. 아닌 게 아니라 ‘잔설이 갓 마른 길섶에’
네댓 개체 변산바람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그 둘레를 발걸음 조심하도록 돌멩이로 둘러놓았다.
반갑다 말을 다할까. 한참을 이들과 머무른다.
조짐이 좋다. 이럴진대 저 위쪽은 만발했으리라. 두 눈 부릅뜨고 계곡을 살피며 오른다. 예전에 등로 한 가운데 피었
던 변산바람꽃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군락지였던 갈참나무 아래도 황량하다. 여기도 누군가 나뭇가지를 둘러놓아
발걸음을 조심하도록 했다. 두어 바퀴 돌았다. 딱 두 개체만이 자그마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이 왔는지 확인하려
는 척후병이리라.
계곡 건너 약간 평평한 공터와 그 위 비탈진 바위 주변도 배낭 벗어놓고 오르락내리락 하며 살핀다. 보이지 않는다.
괜한 발걸음인 줄 알지만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덩굴 숲 뚫고 더 위쪽으로도 가본다. 허탕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맨 처음 누군가처럼 나도 새로운 군락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인적 없는 이 골짝 저 골
짝을 살핀다. 운이 좋았다. 간절하면 감응한다. 문득 한 개체가 눈에 띄자 납작 엎드려 눈 맞춤한다. 여기에 얘만 있
을 리 없어 허리 굽혀 주변을 살피자 나도 여기에 있으니 보아달라는 듯이 너도 나도 얼굴을 내민다. 이곳은 어쩌면
나만 아는 군락지이리라. 흐뭇하다. 오늘 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은 넉넉하다. 갑자기 허기진다. 이들 옆 평평한 바위
골라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커피까지 타 마신다.
적막한 산중이다. 이제 막 눈이 녹은 낙엽 위로 살며시 얼굴 내민 변산바람꽃이 해맑다.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 파인
더로 들여다보면 그 숨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셔터 누르면 움찔하고 놀라는 것 같다. 그러나 이내 예쁘게 찍어달
라는 듯 방긋 웃으며 자세 고쳐 잡는다. 이때는 생각도 시간도 멈춘다.
골 건너편에 한 사람이 내려오고 있다. 중년 남자다. 내가 덩굴 숲에 가려 안 보일 수도 있어 헛기침 크게 하며 인기
척을 했다. 나 있는 데로 온다. 수인사 나눈다. 의왕시에서 매봉 오르고 석기봉과 이수봉 넘어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
고 한다. 청광종주를 하려고 했으나 지인으로부터 변산바람꽃은 이번 주를 넘기면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서 이곳
을 온다고 한다.
이곳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인적이 없는 건 금년 봄에 눈 녹고 내가 처음 와서다.
]이분은 수년래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곳도 매년 물난리를 겪는 통에 변산바람꽃이 점점 줄어든다며 퍽 안타까워
한다. 둘이 변산바람꽃을 찾으니 발품을 훨씬 던다. 이 꽃도 보시라 서로 알려준다. 이분은 휴대폰 카메라로 변산바
람꽃을 찍는다. 지금은 휴대폰 카메라도 DSLR 카메라 못지않게 화질이나 화소 등 성능이 뛰어나 무거운 DSLR 카
메라 대신 가벼운 휴대폰 카메라를 애용한다고 한다.
나도 화질 화소 등 성능과 접사에 있어서 휴대폰 카메라의 우수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휴대폰은 피사체 그 자체에
대해서만 중점을 둘뿐 피사체 주변 환경의 표현은 무시한다. 나는 그게 대단히 못마땅하다. 특히 야생화 사진은 꽃
그 자체는 물론 주변의 환경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분은 노루귀까지 보러 갈 것이라고 한다. 노루귀는 청계산맑은숲공원 가는 도중에 국사봉 서쪽 아래 골짜기에
있다고 한다. 그간 말로만 듣던 청계산 노루귀인데 아니 볼 수 없다며 나도 노루귀를 보러 가겠노라고 따라 나선다.
그리던 님을 보자는데 천리 길인들 멀까. 내년에 다시 꼭 오마 하고 변산바람꽃과 헤어지고 국사봉을 오른다. 이분
은 나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가파른 사면을 평지처럼 잽싸게 오른다. 임자 만났다. 땀 뺀다.
금방 국사봉 능선 안부인 철조망을 넘는다. 두레이골 뿐만 아니라 이곳에도 보안시설이라며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
판은 백산연구소의 명의다. 이분의 보충설명이다. 백산연구소는 정보사의 다른 이름이고, 금토마을 두레이골의
청계유격장은 HID 요원 훈련장이라고. 그런데 청계유격장은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그나마 그곳에 변산바람꽃이
남아 있는 것은 백산연구소가 아직까지 출입금지를 풀지 않고 있어서이기도 하단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
로 동의한다.
국사봉을 간단히 넘는다. 이분은 예전 화대종주 등 본인의 산행이력을 넌지시 내비친다. 내가 지금도 젊게 보이는데
예전이라고 하니까 어색하다고 했더니 막 환갑이 지났다고 한다. 나보다 10년은 젊다. 한참 좋을 때다.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자 갈림길 안부에서 오른쪽 녹향원 1,100m 쪽으로 방향 튼다. 길 좋다. 완만한 사면을 길게 돌아내
린다. 이분은 나를 위해서 어려운 길을 피하여 안내한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농가와 농장 철조망이 둘러친 계곡에 다다르고 인적 흐릿한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얼마를 올랐을까 노루귀가 아무
래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이분은 자기가 빈말 했나 싶어 무척 초조해 한다. 낙엽 쌓인 돌길이 나오고 바위 밑에
노루귀 가족이 떼로 봄나들이 나온 현장을 목격한다. 환호한다. 엉뚱한 데 살피고 있는 나를 부른다. 나로서는 서울
이나 다름없는 청계산에 노루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한 감동이다.
우리 둘만 알자고 다짐하고 노루귀 가족의 번영을 바라며 조용히 골짜기를 빠져나온다.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청계
사 갈림길과 만나고는 아스팔트 포장한 대로다. 대로 옆에 등산객을 위한 데크로드가 있다. 데크로드를 간다. 데크
로드는 청계산주차장 가까이 이어진다. 화장실이 나오자 화장실을 들르는 사정으로 이분과 헤어진다. 오늘도 인생
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를 만났다.
노루귀
첫댓글 드디어 변산아씨를 알현하셨군요. 힘들게 찾으신만큼 그 상큼함이 화면을 뚫고나올 것 같습니다. 산행고수도 만나 노루귀까지 만나셨으니 횡재하셨네요.ㅎㅎ
그렇습니다.
청계산은 한적하여 더욱 좋았습니다.
앞으로 매일매일이 퍽 바쁘게 생겼습니다.^^
보고도 모르고 알지도 못한 변산바람꽃과 시.
참으로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마음과 몸이 행복해 지는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아시면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봄이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봄꽃들의 분투 덕분인가 합니다.^^
봄꽃들이 무척 아름답군요..바람꽃과 노루귀를 한꺼번에 봤으니 행복하시겠습니다..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바야흐로 일년 중 가장 바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