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 Z맨, 그리고...

[Bergkamp]

※ 과거 스톤콜드군이 언급했듯이, 샤킬 오닐은 (그의 다미네잇함 때문에) 리그에서 가장 치사한 파울을 많이 당해온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강력한 육체를 바탕으로 한 발군의 재능 때문에 루키시즌부터 로포스트를 점령해온 이 선수는 오히려 그 덕에 더블팀,트리플팀을 당하는 등 수많은 고난을 겪어야만 했지요. 비록 그의 팔꿈치가 종종 논란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지난 십수년동안의 그는 가해자보단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드림과 파이널에서 맞붙은 후인 95~96 프리시즌때 결국 오닐은 맷 가이거의 반칙으로 인해 엄지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고 맙니다. 그리하여 시즌초반 22경기를 결장하게 되지요. 그동안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오던 오닐의 플레이스타일은 이 시점을 계기로 더더욱 진화의 가속도를 타게 됩니다.

전처럼 주로 힘을 이용해 위치를 장악하여 몇 번의 피벗 후 파워풀한 덩크를 작렬시키는 빈도가 차츰 줄어들었고, 경이적인 체격조건 뿐만 아니라 훌륭한 운동능력도 십분 발휘하여 스핀무브와 턴어라운드 훅슛을 더 자주 사용하는 한편, 포스트업 상황이 아닌 페이스업 상황에서의 시야를 넓혀 미드레인지에서의 어시스트에도 더 재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전처럼 무리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경기를 장악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 것입니다. 그 댓가로 그는 30세가 되던 해까지 세개의 챔피언 반지와 여러 개인 타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 97~98시즌. 주전을 전원 물갈이한 'New' 캐브스는 참 재미있는 팀이었습니다. 블럭버스터 트레이드를 통해 '레인맨' 숀 캠프를 영입했고 피닉스로부터 슈터 웨슬리 퍼슨을 데려온 그들은, 나머지 주축멤버를 4명의 루키로 채워 한 시즌을 꾸려나갑니다. 주전 PG로 득점력보단 어시스트가 돋보였던 단신 브레빈 나잇을 기용했고, 퍼슨이 SG로 뛸때는 SF에 세드릭 헨더슨/SF로 뛸때는 SG에 데릭 앤더슨을 중용하여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꾸려나갑니다.

그러나 당시 캐브스 리빌딩의 (미처 예기치못했던) 핵심은 다름아닌 Z맨, 지드루나스 일가우스커스라는 루키 센터였습니다. 세트오펜스를 중시하는 마이크 프라텔로 체제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는, 7-3이라는 좋은 신장과 비교적 민첩한 신체를 십분 이용하여 그야말로 '효율적인' 농구를 구사합니다. 근본적으로 사보니스같은 '괴물'과는 거리가 멀었고 신체 자체가 강한 선수는 아니었기에 로포스트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높은 타점의 볼 컨트롤과 군더더기없는 움직임...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성실한 자세는 그의 미래에 대한 많은 기대를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발목이 나갔죠.

오랜 공백기와 오랜 재활기간 후에 다시 코트에 돌아왔습니다. 철심박은 발은 예전만큼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는 차츰차츰 리그에 다시 적응해 나갑니다. 루키시즌에 종종 보여주던 포스트업의 빈도를 한층 늘여 자신의 주된 공격옵션으로 삼았습니다. 전처럼 몸놀림이 민첩하지는 않지만 코트에서 끊임없이 움직여가며 팀플레이에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만29세인 지금 리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올스타센터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킹 제임스와 함께 루키시즌 이후 7년만의 플레이오프 출전을 목표로 뛰고 있네요.





※ 연세대 시절부터 서장훈 선수는 코트에서 그야말로 '전쟁'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엄청난 신장과 좋은 기본기는 이미 한 대학생을 국보급 센터의 자리에 올려놓았고, 덕택에 그는 상대하는 거의 모든 팀들의 집중 견제 대상이자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맙니다.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한 상대들이 매 경기 구사하는, 보이지않는 치사한 반칙과 위협적인 더블팀,트리플팀이 그를 항상 괴롭혔지요.

키와 바디밸런스를 제외한다면, 서장훈 선수는 그다지 '축복받은 신체'를 타고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군살은 없지만 그렇다고 근육질의 몸도 아니며, 근본적으로 몸싸움이 심한 운동을 부담없이 소화할만한 강골(强骨)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드한 움직임보다는 농구센스와 마인드가 더 돋보이는 선수라고나 할까요.

큰 부상과 해외진출 실패 등 몇 번의 위기와 고난을 벗어난 후, 스스로 슈팅에 재능이 있음을 알아차린 그는 점점 센터보다는 포워드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프로데뷔 이후 여러 용병들이 로포스트에서의 그의 부담을 덜어준 덕에, 그는 자신의 또다른 재능을 마음껏 발전시킬 계기를 맞이하게 되지요. 중국과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그의 그러한 재능은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그런 변화한 플레이성향이 소속팀이나 국가대표에게는 종종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서장훈 선수의 그런 모습을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KBL에 새로 등장한 (업그레이드) 용병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화려함보다는 기본기와 성실성이 더 돋보인다는 것이 이전 용병들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흑인이 대부분인 그러한 용병들 중 유독 한 선수가 제 눈길을 강하게 끌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분들이 그 선수를 주목하고 많이 사랑하고 계시더군요.

신체조건,운동능력에서 흑인을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흑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보이는 선수. 그 신장대의 빅맨으로서 위력적이진 않지만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과 착실한 기본기, 그리고 대단히 성실한 자세로 한 팀의 골밑을 완전히 책임져주고 있는 선수. 무엇보다도 KCC의 R.F. 바셋을 집으로 돌려보낸 선수.

'채치수' 크리스 랭.
이 백인 용병선수의 플레이에서, 제가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바래오던 한국 국가대표팀 주전센터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서글퍼지는 이유는 왜일까요.

[스포츠맨쉽]

좋아하는 사람 중 저도 들어갑니다..ㅋ, 랭 선수.. 잘 안풀리는 경기에서도, 그 선수의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보고 싶은 경기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