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페친 중에는 이른바 보수 우파인 분들도 여럿 있다. 어떤 분들은 정치적 지향이 다르면 페절한다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분들이 어떤 사고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하기 때문이다. 왜,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지 탐구조건이 충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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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되는 합리적 보수는 존중해 마땅하다. 오프에서도 논쟁은 하지만 무난한 사이로 잘 지내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한다는 분들의 대부분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방적 조롱을 하거나, 욕설을 섞어 감정적 배설을 하는 분들이 상당수라는 것이 실로 유감스럽다.(나는 SNS에 횡행하는 이런 상대비하적 언어폭력을 극혐한다. 이른바 진보 좌파를 주장하시는 분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있지만, 그 어느쪽이든 이것은 그저 말하는 자신을 위한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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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분이 김진홍 목사의 설교에 감동했다며 올렸기에 시간을 들여 들어보았다. 대체 이분은 어느 시대를 사시는지 깜짝 놀랐다. 더욱이 요즘 유명세를 올리고 있는 역사 강사 전한길이 멘토로 삼는 분이라니 더 놀랐다. 전한길의 역사 지식은 이분의 무논리한 논리를 간파할 수 없을 정도로 성긴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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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이 체제경쟁을 한다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삼권분립과 국민주권주의를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란 말인가. (우리 헌법 전문에도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향함을 명시하고 있음.) 오히려 헌법을 파괴하고 삼권분립을 해체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자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자임이 자명하지 않은가. 그러니 민주주의란 단어로 민주주의를 배격하는 것은 혹세무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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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 시대가 올까봐 그걸 경계한다고 하는데, 국회를 무력화하고 정적들과 반대세력들을 모조리 처단하여 입틀막하고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하는 시대를 열려고 한 윤석열의 비상계엄이야말로 바로 그 전체주의를 실현하려 한 것이 아닌가. 이야말로 가장 북한과 닮은 체제를 이룩하고자 하는 것인데 전체주의를 경계하면서 이러한 행위를 옹호하는 모순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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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 운운 하는데 국힘당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20대 대선 이후 부정선거 고발에 대한 126회의 재판이 모두 근거 없음으로 판결난 것 아닌가. 스스로의 믿음에 반하는 판결은 모두 판사들이 오염되었다고 주장하고, 의혹만 제기할 뿐 우리 선거 시스템상 부정선거가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듣지 않으려 한다면, 스스로 설득될까봐 두려워하는 증거일 뿐이다. 이런 말이 듣기 싫은 증상이 있다면 자신이 ‘맹목적 믿음’ 신도가 아닐지 의심해봐야 한다. 어쩌면 이런 의심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애초 ‘맹목적 믿음’ 신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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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가 좌파에 점령되어있다고 친절하게 NL, PD계열을 설명하는데 그거 다 케케묵은 옛날 운동권 시절 이야기일 뿐 아닌가. 그 시절 그 운동권들이었던 이재오, 김문수 등이 오래전에 보수정당으로 넘어가있는 시대에 지금 그런 계열이 어디에 존재하는가. 솔직히 지금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누가 북한을 추종한단 말인가. 그런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고 해도 한줌의 비주류에 불과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어언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본주의 시스템을구축해온 나라에서, 무수한 국민들의 피와 눈물로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일으켜세워온 나라에서, 대체 무슨 이익이 있다고 이 나라를 북한에 갖다바친단 말인가. 이런 리얼리티 1도 없는 만화같은 발상에 옳소를 연발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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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법치를 부정하는 자가 누구인가? 지금 위헌적 비상계엄에는 입도 달싹하지 않고 법에 따른 체포를 ‘납치’라고 말하는 자가 누구인가? 탄핵 재판은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다루는 것인데, 계엄이 부정선거와 야당의 폭주 때문에 일어난 거니 ‘봐주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말을 토해내는 당신은 과연 법치를 옹호하는 게 맞는가? 정권과 정책을 비판하면 다 ‘반국가세력’인가? 우리 편 아니면 다 ‘반국가세력’이고 ‘반국가세력’은 다 ‘척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당신은 과연 민주주의자 맞는가? 반국가세력은 ‘빨갱이’고 “빨갱이는 다 죽여도 돼”라고 말하는 당신은, 우리나라가 미얀마나 르완다 같은 대량 학살을 자행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과연 애국자가 맞는가? 이 시대에 고문과 학살과 1인 장기집권을 획책한 비상계엄 계획을 하느님이 주신 기회라고 말하는 당신은 과연 진정한 종교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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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한 하느님과 예수님과 부처님이 궁극으로 설파하신 것은 ‘사랑’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교 설화는 지옥문 앞에서 한량없이 울고 있다는 지장보살의 설화다. 지장보살은 생전의 죄업으로 지옥에 가는 중생들이 안쓰러워, 지옥으로 가는 중생이 한 사람도 없게 될 때까지 자신의 성불을 미루고 중생을 구제하겠노라 서원하셨다 한다. 약한 자에 대한, 가난한 자에 대한, 상처입은 자에 대한 사랑의 언어는 예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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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의 권력에 빌붙는 종교, 권력을 다투는 종교, 스스로 권력이 되어 증오의 언어를 전파하는 종교가 저주굿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종교의 이름이 한량없이 부끄럽고 처참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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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인터넷에서 지장보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