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걸 밝히는 건 믿거나 말거나 지만, 나는 한국의 남성이고 게임을 좋아한다. 그리고 최근엔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이렇게 말하면 “메갈이세요?” 라는 아주 고정적인 답변이 돌아오는데,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메갈이냐는 말을 들으면 황당한 것이, 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소위 메갈리아 노선을 탄 사람들과 많은 언쟁을 했다.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그들과 생각을 완전히 공유하지는 않는다. 결정적으로 내가 그들과 함께할 수 없다고 결심한 이유는 메갈리아에서 이태원 살인사건을 갓양남이 한남을 죽인 사건이라고 표현하고, 남성 성폭행 피해자에게 조신하지 않아서 당했다는 등의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을 보면서였다. 이런 행위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것뿐이라고 생각했고 이 부분에서 갈라섰다.
저런 사람들과 토의를 하면 나한테 한남이라고 한다. 근데 웃기게도 또 다른 쪽에선 나한테 메갈이라고 한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다고. 나도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뭘까? 왜 어딜 가나 메갈 한남 골고루 소리를 듣고 살까? 그래서 난 메갈이냐고 질문 받으면 당신 멋대로 생각하시라고 말한다. 어차피 답은 상대에게 정해진 것 같다. 일단은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남성 게이머 한 명으로 이 글에선 이해해 줬으면 한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이런 얘기를 하려고 쓴 글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게임 커뮤니티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의문이다. 수시로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난다. 한남이라는 단어를 쓴 사람이 혐오자라는 것이다. 한남이란 단어가 한국 남성을 일반화하고 비하하는 단어라는 것, 맞는 말이다. 성재기란 인물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한 사람의 죽음을 재기라고 희화화 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것, 이것 모두 맞는 말이다. 개인적으론 이런 단어들에 동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최대한 지양해 왔고 저런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비판도 많이 했고 언쟁도 많이 했다.
그런데 동시에 내가 의문인 것은 지금 거의 대부분의 게임 커뮤니티들이 메갈을 공격하는 것으로 결집하는 현재 분위기다. 일단 이것부터 정의해야 한다. 메갈을 왜 싫어하는가? 혐오 사이트라서? 이 부분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놓고 보면 의문이 생긴다. 과연 우리 게임 커뮤니티들은 어떠했는가?
나는 롤을 좋아한다. 내가 소라카 같은 여성 캐릭터를 고르면 ctrl+3을 누르며 박는다며 시늉을 하는 사람이 심심하면 한 번씩 나온다. 벽에 점멸을 쓰고 못 넘어가면 벽임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도 빈번하게 보인다. 이즈리얼에게는 노란 머리 고아라는 뜬금없이 고아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해댔다. 대회에서는 선수의 경기력이 안 좋다고 홀로고스트라는 독일인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단어까지도 빈번하게 사용한다. 게임을 처참하게 지면 강간당했다는 말도 자주 봤다. 과거에 이런 단어들이 불쾌하다고 지적하면 뭐라고 했었는가? 씹선비라고 했다. 정말 웃기게도 요즘은 메갈이라고 한다. 롤을 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패드립을 듣지 않는 이상 그 이외의 어떤 비하/혐오 발언도 용인 혹은 묵인하고 있었다.
롤 바깥으로 넘어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남이란 단어가 특정 성별을 일반화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요즘은 여자를 아예 ‘그 성별’ 이라고 비하한다. 페미니스트의 의견을 반박해보라고 했더니 쿵쾅이라면서 인신공격을 해놓고선 자기들끼리 맞는 말이라고 깔깔대고 있다. 어디 여자 뿐인가? 청소년들을 급식먹는 벌레라고 하는 것은 요즘 혐오 단어 수준에도 들어가지 못 한다. 걸핏하면 사람들에게 죽창 찌르면 한방에 죽는다는 폭력적인 드립을 즐겨 써 왔으며, 별 이유 없이도 노인들을 틀딱이라 비하하는 것도 매우 빈번했다. 장애라는 단어는 게임을 못 하는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 수시로 쓰이고 있다. 동성애 관련 논의를 하다 보면 똥꼬충이라는 비하 단어는 100% 나오며, 아직까지도 흑형이란 단어가 인종차별적인 단어임을 인지 못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 단어 모두가 대다수의 게임 커뮤니티에서 아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고 큰 비판을 받지 않는다. 디씨같이 좀 더 과격한 사이트로 넘어가면 애미가 뒤졌다는 말은 아주 일상적인 감탄사에 불과하다. 매일같이 말끝마다 애미가 뒤졌다고 하던 사람들이 메갈에서 애비충이라 하는 단어에는 모욕감을 느낀다니? 이상하지 않나?
오유나 나무위키 같은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맘충이란 단어가 왜 사용되고 어머니가 왜 벌레같은 존재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사례를 붙여가며 설명하는데, 한남충이란 단어에 대해서는 혐오단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노인이 잘못하면 노슬아치 꼰대고 엄마가 잘못하면 맘충이고 애가 잘못하면 급식충이고 여자가 잘못하면 김치년인데 남자가 잘못한 게 한남충이 되어선 안 된단다. 그걸 자기네들 식으로 근거를 구구절절 붙여놓는데 보고 있으면 그냥 황당하기만 하다. 언제부터인가 네이버 스포츠 게시판에는 여자를 욕하고 조롱하는 글이 심심찮게 베스트 댓글에 올라가 있다. 한국에서 제일 큰 포털사이트가 이 꼴이라니.
저렇게 혐오가 범람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정말 회의감이 든다. 대체 이 커뮤니티들은 왜 메갈을 공격하는가?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을 보면 별반 다를 것도 없다. 한남이라는 단어를 묵인했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비슷한 레벨의 혐오 단어들이 수시로 넘쳐난다. 난 한 번도 “이 사람이 디씨를 한대요 거릅시다.” 라는 말이 대대적으로 도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매일같이 애미가 뒤지고 장애가 있다고 하는 게시판인데 말이다. 그런 사이트들이 한남이라는 단어가 딱 하나라도 들어간 문장은 철저한 검열을 한다. 한남이란 단어가 있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고 그 사람을 공격한다. 맨날 애미가 뒤지는 사이트를 쓰면서 말이다.
나는 메갈을 옹호하자, 메갈을 긍정하자 이런 말을 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건 그 이전의 문제다. 과연 한국 인터넷 사회들이 메갈을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혐오를 배제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는지, 최소한의 자정을 하기는 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외부를 비판하기 전에 내부의 자격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남성들은 일베와 메갈 같은 사이트를 앞에 내세우며 “우리는 그들보다는 낫다” 라고 자기만족을 해 오지 않았는가? 자신이 다니는 커뮤니티 내부에 혐오 단어가 너무 많았고 전혀 자정 되지 않은 것은 간과한 상태로 외부를 혐오자라고 비판하기만 했다. 페미니즘 이전에 휴머니즘의 문제다. 이런 자정활동이 동반되지 않은 채로 “페미니즘은 인권운동인데 변질되었다.”, “성평등은 지지하지만 페미니즘은 지지하지 않아요.”, “미투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되었다.” 등을 떠드는 사람들은 모순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제발 본인부터 잘 하자. 자기반성이 없고 행동하는게 없으니까 어느 순간 꼰대가 되고 혐오자가 되어도 자각이 없는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런 말을 하면 메갈을 옹호한다, 메갈식 논리다 같은 말을 쓴다. 난 한 번도 혐오 표현을 긍정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난 메갈리아를 하지 않고(애초에 이 사이트는 이제 없다) 워마드에 동조할 생각도 없으며 미러링이란 방식이 언제나 효과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곱게 김치녀, 된장녀 쓰지 말자고 할 때는 안 들어주더니 이 난리를 치니까 겨우 좀 들어준다.” 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이 난리를 치니까 비로소 사람들이 조금씩 “혐오표현이 만연한 사회가 문제”라고 한다. 그 동안 말 할 때는 뭘 했고? 이러니까 메갈을 하지 않았음에도 “(니들 식 논리면)나는 메갈이다” 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번 되묻고 싶다. 당신이 애용하는 커뮤니티, 당신이 그 동안 써 왔던 단어들. 과연 안녕하십니까?
첫댓글 걍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도 여자가 썼으면 존나 팼겠지 남자가 쓰니까 수긍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대로 써있네. 메갈 워마드가 너무 격해서 반발심 산거라는 사람한테 보여주고싶다
맞는말 이젠 자기 비위를 거스르는 여자는 다 메갈이라 함ㅋㅋㅋㅋㅋㅋ
공감가는 글이네 여태 김치녀 된장녀 잘써왔으면서 한남충 애비충 단어 몇개에 빼애액하면서 자들자들 하는거 좆같음~
얜 좀 머리가 돌아가네 ㅋ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화자의 성별에 따라 또 말의 무세가 달라지네.. 그래도 남자인데도 이 현상을 잘 꼬집었네
댓글에 몇몇 병신은 또 나대네
공부 헛으로 하진 않았나 봄
이런 글은 또 남자가 썼다고 덜 깐다 한남들이
애초에 길어서 읽지도 못했을 듯
글 좋은데 댓글 개빡친다
이글 보니까 존나 막막해진다 어휴ㅜㅜ
댓글 화딱지
여자들은 이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걸..저렇게나 길게 써도 알아먹을까 말까하는게 사회수준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건지
맞는말하네 페미니즘 이전에 휴머니즘 ㅇㅈ
이것도 솔직히 남자가 쓴거라고 안 믿김. 최대한 중립적으로 보이게 설득하려고 여자가 쓴 거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 그만큼 한남에 대한 기대치가 1도 없다
그래 한남은 남펜이 처리해라 여자들은 여자들 챙기기에도 바쁨~
이걸 남초 사이트에 돌리라고... 이해할란가는 모르겠지만..이제 기대도 안해
와 글 잘썼다 맞는말하네
논쟁수준이 메갈 생겼던 갓초반으로 돌아가고있는 느낌 본문에서 얘기하는건 메르스갤러리 시절부터한 미러링의 기초지식수준인데 여자들끼리는 탈코 논쟁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아직도 자댕이들은 미러링개념도 몰라서 설명해주고있다니
자댕이들은 모르는게아님 누구보다잘알면서 눈막귀막하고있는거지
맞는말진짜...ㅋㅋ
아니 저걸 이해 못 한다고? 대체 지능수준 무엇..?
와 글 진짜 잘 썼네.
ㅋㅋㅋ 아니 근데 그러면 그렇게 여성혐오와 장애인 소수자 혐오가 판칠때 말리지 그랬어 장애인 혐오 소수자 혐오도 여자들이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뭘 이제와서 웅앵. 남초가서 얘기하세요
저런 사람이 세상에 많았으면 인류애 생길듯
공부 괜히한게 아닌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