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 여행 -몽환의 풍경 천자산 원가계 이시은
장가계의 백미인 천자산 원가계와 양가계를 보기위해 백룡 엘리베이터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가계 여행에서 세계 제일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백룡 엘리베이터 역시 외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중에서 속도. 크기. 높이가 세계 제일이란다. 원가계를 보기 위해 산 정상으로 고난스럽게 산행을 하지 않으려면 타야만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다. 산꼭대기까지 암벽에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삼 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엘리베이터이나 절반 가까이 바위 속으로 연결되어 있어 엘리베이터 속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도 잠시다. 2004년 4월에 완공되어 국가산림공원 입구 금편계곡, 수요사문으로부터 천자산 장가계와 원가계를 연결하고 있어, 교통난과 불편함을 해결한 엘리베이터이다. 절벽에 설치된 335m를 오르는데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불과 2분 안에 원가계를 조망 할 수 있는 산 위로 올라섰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하늘을 찌를 듯한 암봉들이 다가서고, 경탄을 넘어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3억 8천만 년 전 바다가 융기되어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상상의 세계처럼 생소하고 기이한 봉우리들이 3000여 개가 있다는 장가계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천자산이다. 처음에는 해발 1200m 정도의 평지였던 곳이 억겁의 세월 동안 무른 흙이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깎여 나가고, 바위만 남아 직선으로 서 있는 암봉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대개의 봉우리들의 높이가 비슷하며, 400m 전후의 높이란다.
백장절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길이가 백 장丈, 약 300m에 이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실제 높이는 400m 가 넘는다. 깎아지른 절벽에 여러 봉우리들이 겹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기세를 보이는 천연장성. 여기저기 막대기를 촘촘히 꽂아 둔 듯 솟아 있는 암봉들이, 소나무로 머리에 관을 쓴 것 같은 모습을 마주하고, 누가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있을까.
저 암봉들을 사진으로 보아오면서 한번 다녀가리라 하였으나 이제야 찾아왔다. 장가계의 절경을 보면서 늦게나마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여행길에서 장가계를 못 가봤다고 했더니 "장가계를 보지 않고 중국여행을 했다고 하지 말라"던 가이드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늦은 것이 빠른 것이라고 했던가. 4박 6일의 일정 동안 산을 오르내리는 것이라, 시설이 잘되어 있지만 걷는 시간이 많아 피로함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더 늦기 전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사진을 찍으며 원가계의 풍광을 담아본다.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고 경이롭지만, 원가계의 백미는 혼미대와 건곤주. 천하제일교라 할 수 있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암봉들이 촘촘히 서 있는 혼미대의 풍광과 마주 섰다. 손 내미는 암봉들과의 만남을 어떻게 형언해야 할까. 아! 하는 외마디 감탄 외에 어떻게 필설을 가할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는 풍경들은 몽환적이다. 날씨가 좋아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밑자락까지 모습을 드러낸 암봉들을 보면서 하늘에 감사했다. 이렇게 심산의 알몸을 볼 수 있음은 신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위로 오를수록 몸집이 굵은 건곤주가 암봉들 사이에 몸매를 드러내고 서 있다. 영화 아바타의 나비행성 비행전투 촬영지로 유명해진 암봉이다.
이렇듯 명산에 오르면 소원하나씩을 빌고 싶어서 일까. 천하제일교를 향해 가는 길에 작은 연못 장수담(長壽潭)을 만났다. 돌로 만든 거북이들이 놓여 있고, 살아 있는 거북이가 물속에서 느린 몸짓을 하고 있다. 거북이 등에 글을 써 넣으면 장수 한다고 한다. 거북이를 파는 상인이 장수를 도우려는 듯 목을 느리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소망인가 보다. 이런 명산에서 장수를 빌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컵에 담겨진 수박을 사서 갈증을 해소하고 천하제일교로 향했다. 하늘 아래 첫 번 째 다리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하제일교 아래로 나타나는 경치는 또 다른 장관이다. 높이 300m에 달하는 거대한 돌기둥이 맞닿아 만들어 진 아치교 형태의 폭 2m 길이 20m의 천연다리다. 다리 주변에 빨간 천들이 매달려 있고, 촘촘히 달아놓은 자물쇠로 사람들이 염원을 표하고 갔다. 자물쇠를 걸고 열쇠를 산 아래로 던지면 그 사랑은 영원히 이어진다고 한다. 누구나 사랑은 영원으로 이어가고 싶은 바람인가보다. 그 바람을 비는 행위는 사랑이 영원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가이드의 안내로 사람들이 적은 사잇길로 향했다. 모처럼 한적한 산길을 걷는다. 현기증 이는 절경에 젖었던 감흥을 안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여행은 기대와 설레임을 안겨준다. 꿈길을 걷는 듯 도취되었던 원가계를 뒤로하고 양가계로 발길을 옮기며, 눈앞에 그려질 풍경을 기대하는 마음이 즐거움으로 그득하다 .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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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시은의 문학 마당 원문보기 글쓴이: 이시은
첫댓글 얼마전 다녀온 길이라
기억이 새롭습니다
다녀오셨군요.
글을 보면서 다시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한번은 가야 할 곳
미리 글로 구경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접 보는 것이 제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