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에 들어서면
2주 전에 대출했던 책을 반납하고 새로 구입한 도서를 모아둔 서가 쪽으로 자연스레 가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독서 취향이 약간 바뀌어있는 걸 발견한다
예전엔 우선 소설코너에 들러 국내작가, 외국작가 가리지 않고 소설을 먼저 집어 들었었는데
요즘엔 관심 가는 소설작가가 소설을 내놓지 않으니 맨 먼저 가는 곳은
도서분류표 600에 해당하는 예술코너다
특히 그림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단번에 분류번호 600번이 있는 서가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집에 와서 보면 문학 분류번호인 800 번은 한두 권이고 대부분이 600번이 붙어있는 책들이다
세계의 건축물에 한동안 관심을 가졌던 적도 있어 분류표 600 코너에서 책을 주로 고른다
말하자면 편식이 심한 것이다
그런데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이 나보다 신간을 먼저 빌려가 읽은 흔적을 몇 번 발견했다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연필로 밑줄을 그은 것을 발견했다
지인에게 빌려온 책이라면 지인이 밑줄을 칠 만큼 관심 있어하는 구절을 꼼꼼히 읽으며
그에게 감동을 준 부분은 어떤 포인트일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을 게다
그런데
공공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면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물론 나도 문장이 특별히 맘에 들거나 까맣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 여유 있을 땐 다이어리에 옮겨 적기도 하고 급하면 폰으로 사진을 찍어 남겨두기도 한다
전에도 이렇게 연필로 밑줄 그은 책을 읽으며 이 사람 이 문장이 엄청 맘에 들었나 보군 하고 지나쳤었는데
이번에 선명한 연필 밑줄을 또다시 발견하고
혹시 동일인이 아닐까 혐의를 가져본다
그것도 분류번호 600번 중 회화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발견한 것이니만큼
이 사람은 나와 비슷한 독서취향을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는 추리까지 하면서 말이다
본인은 꽤 진지한 책 읽기였을지 몰라도 공공도서에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너무 재밌게 시청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에서
만화가게 알바를 하는 남주혁이 만화반납을 하는 김태리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반납하는 만화를 꼼꼼히 넘겨보며
-이 코딱지 네가 붙인 거야?
-(어이없어하며) 뭐라고?
-사장님이 책 파손된 데 있는지 코딱지 붙여놨는지 일일이 확인하라고 하셔서
이 코딱지는 너무 크다 이거
- 나, 아니거든 나이가 몇 갠데 만화책에 코딱지를 붙여
-(무심하게) 흐, 어릴 때는 붙였나 보네
이 장면이 나올 때 엄청 웃으며 봤는데
공공도서관에서 반납하는 책도 뭐 이런 절차가 필요한 건 아닌지 잠깐 웃기는 생각을 했다
코딱지나 밑줄이나
푸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