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손주를 데리고 축구교실 등원을 위해 나서던 참이었다 손주가 "할아버지" 하며 다정하게 팔을 잡는 모습을 보더니 함께 탔던 나이 드신 분이 혀를 끌끌 찾다 지금 저렇게 따르는 손주도 나중엔 본 척도 안 한다는 이야기였다. 손주를 다 키워놓고 나니 커서는 불러도 안 온다고. 정을 듬뿍 쏟았는데 정작 손주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마음을 몰라주는 데 섭섭한 정도를 넘어 이러려고 고생스레 돌보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보아 손주 앞에서 조심스러웠지만 "치사랑은 없겠지요. 내리사랑 아닐까요?" 하고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답해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고생스러워 안됐다는 눈치에 말씀 고맙다는 인사치레로 보냈다.
돌아오는 내내 그분 이야기의 여운이 남아 귀에 맴돌았다. 손주 돌봄을 하는 많은 사례를 통해서 비슷한 얘기를 듣곤 했다.
가까운 지인은 맞벌이하는 딸 대신 외손주 둘을 겨우 젖을 덴 갓난아이 때부터 7년간이나 돌보았다. 정이 들 대로 들었는데 그만 부부가 이혼하게 되었고 외손주들이 문제였다. 처음엔 딸이 데려와 키우다가 아직 나이가 있어 재혼하게 되어 양육권을 역시 재혼한 사위에게 넘기게 되었다. 새엄마 에게 넘기긴 죽기보다 싫었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포함해서 행복한 장내를 위해 부유한 그쪽에 눈물을 머금고 양육권을 넘겼다고 했다. 얼마 후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딸과 함께 찾아간 적이 있는데 손주들이 엄마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외면했다. 10년이 가깝도록 정을 쏟았건만 정작 손주들 돌아서다니 너무 서운했단다.
아들네가 맞벌이인데다 아직 손주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돌봄이 필요했다. 서너 살 때까지 엄마는 육아휴직을 하며 아기들 기저귀 갈고 수유를 하고 잘 때까지 안아 어르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교직에 있다보니 비교적 육아휴직 제도가 잘되어 나름 수월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 학사에 이바지한 부분이 부족한 데 따라 진급 등에 불리한 점이 있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볼 때면 모든 게 잊힌다는 아이 엄마의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