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나의 카페 생활 시작은 카페 <아름다운 60대>에서부터였다.
나보다 7년 선배인 쥐띠 녹진 님이 멘토였고
(전 교육부 국장),
나는 그와 함께 수필방에서 주로 활동했다.
어느 날 오프모임에 나갔더니 녹진 님이
나와 민들레 여사(당시 운영자)를 양손에 붙잡더니
사진을 한 컷 찰칵! 하고나서,
둘이 서로 잘 어울려보라는 거였다.
그것 참!!
그러나 나는 그제나 지금이나 숫기가 적을 뿐 아니라
너무 개방적인 여성은 호감이 덜 가는 편이다.
수필방에 송모라는 여성이 있었다(46년생 개띠).
뉴욕 주립대 영문학과를 나왔다던데, 글을 곧잘 썼다.
그래서 나와 활발하게 글 나눔 하면서 지냈다.
댓글로 소통이 부족할 땐 쪽지가 날아오고,
그러면 나도 다정하게 화답하곤 했다.
그뿐이었다.
그러다가 따오기라는 여성이 들어왔다(41년생 뱀띠).
세종대 국문학과를 나왔다는데 수필가로 등단한 작가였다.
자연히 수필방에 올리는 글도 반듯한 정격의 수필이었다.
이때부터 많은 회원들의 시선이
따오기 님에게 쏠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하매 송모 님이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던지
올리는 글에 이모티콘을 달기 시작했다.
장난끼가 발동했던 것이다.
이것을 본 따오기 님이 태클을 걸었다.
정갈한 수필방에서 그래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수필방 방장을 맡았던 나는
그에 응답을 해야 했는데, 참 난감했다.
그러나 원칙이라는 게 있는지라
‘수필에는 이모티콘을 달지 않는 게 온당합니다.’라고 했다.
결국 송모 님이 문제를 야기했지만
따오기 님에게 송모 님이 판정패를 당한 꼴이 되었다.
이때부터 송모 님으로부터 쪽지가 자주 왔다.
나를 사랑해왔다는 거다.
그런데 그걸 몰라주고 자기를 단지 글감으로 쓰고 있는 내가
밉다는 거다. 그것 참!!
나를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태연할 뿐 그네가 좋다 싫다 할 것도 없이
평온하게 글을 올렸고,
또 그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었다.
그런데 나를 사랑한다니...?
이때부터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나를 사랑한다는데 도대체 무얼 보고 나를 사랑한다는 걸까?
생기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수필방 방장으로서 번개 공지를 했다.
신사동 네거리 어느 중국집에 원탁테이블 두 개를 예약해놓고
“번개 공지를 합니다. 두루 오셔서 담소 나누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이다.
약속된 시각이 다 되었는데
다른 회원들은 다 와서 착석했지만
송모 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미련이 있어서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20분가량 뒤에
그네가 긴 복도를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수군대는 소리도 들렸다.
“별로 이쁘지도 않은 게...” 그런 소리들이었다.
내가 보기엔 중년여성으로서 반반했는데 말이다.
하긴 우리 일행 중에 미스 충청도로 뽑혔던
‘로즈’ 라는 뱀띠 여성도 있었으니까
그에 비하면 밀리는 건 당연했다.
번개모임 중에 여러 회원들이 송모 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왜 늦게 왔느냐는 거였는데,
자연스럽게 송모 님이 따돌림을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것 참!!
모임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그네로부터 장문의 쪽지가 와있었다.
“나는 석촌님을 사랑해왔는데
사랑의 항아리는 깨져 물이 흘러나갔고,
항아리는 기울 수도 없게 되었다.”는 거였다.
그것 참!!
내가 따돌림 한 것도 아니요
자기를 좋다 싫다 무어라 표현한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내가 볼 땐 그만하면 오프에서 벗 해도 괜찮겠던데...
아쉬움도 있었다.
그로부터 여기저기서 저주의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여성들의 치맛자락만 따라다닌다는 거였다.
그것 참!!
그러던 어느 날 카페지기로부터 문자가 왔다.
“석촌님 스스로 탈퇴하시든지 아니면 강퇴당하시든지
양단의 하나를 택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
왜냐고 물으니 무조건 그렇게 하라는 거였다.
그래서 글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일주일을 달라고 하면서
자퇴하기로 했는데,
당시 카페지기는 39년생 남성이었지만
카페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건 44년 생 민들레 여사였다 한다.
그 민들레 여사는?
얼마 전 녹진 님이 나와 서로 잘해보라는 그 여성이었는데...?
그래서 아름다운 60대에서 탈퇴하고
아름다운 5060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어느 날 탁구장에서 탁구를 하고 있노라니
아름다운 60대의 카페지기와 운영자 민들레 여사가 찾아와
떡 동고리 하나 건네주고 가더라.
나는 그걸 화해의 제스쳐로 이해하고 잘 받아들였다.
내가 아름다운 60대에서 나오니
로즈 님도, 따오기 님도 나와 우리 카페에 들어왔다.
로즈 님은 나와 사진방에서 어울렸고
따오기 님은 나와 수필방에서 어울리면서 방장도 했다.
그러다가 둘 사이에 무엇이 틀렸는지 한참 싸우다가
모두 나가버리고 말았다.
이제 나는 누구를 사랑해야 하나...?
남성 휴게실의 신사 여러분들이시여!
시기 질투도 조심하면서 살아갑시다.
첫댓글 모렌도 왈
석촌님~사랑합니당!
뭐..이런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ㅎㅎㅎ
그렇겠지요.
사랑은 무슨 사랑.
나머지는 시기 질투고요. ㅎ
그런 여인이 저에겐 왜 없을까요?
니는 거울도 안보냐?
하실려고 했죠? ㅋㅋ
그게 다 헛것이에요.
헛것이 붙는 사람이 있고
안 붙는 사람이 있고.
밖에서 여성을 오래 쳐다보면 안됩니다.
옆에서 보는이가 질투하고
끼리끼리 음해하고 싸우고
저는 밖에서 오래 쳐다보는 일이 없습니다.
스스로 다가오면 따뜻하게 맞아줄 뿐이지요.
떠나가면 떠나보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