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화룡점정 – 제목을 붙여라
네이버 블로그 - 와이진로그/ 제목붙이기는 어려워..
신문은 ‘1면 머릿기사 제목 장사’라고들 한다. 누구나 신문, 잡지를 볼 때 제목부터 본다. 제목에서 흥미를 느끼면 본문으로 눈이 간다. 그렇지 못한 기사는 읽힐 기회를 박탈당한다. 의미 없는 글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사 보기 ‘30-3-30 법칙’이다. 처음 30초 동안 제목과 부제와 사진을 보고, 읽기로 마음먹으면 3분 동안 기사 앞부분을 보며, 마음에 들면 30분 동안 끝까지 읽는다는 것이다.
책도 제목이 중요하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래 책 제목은 ‘유 엑설런트’였다. 시장 반응이 거의 없었다. 책 제목을 바꿔 달자 큰 성공을 거뒀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생각해낸 본인 책 제목 『여보, 나 좀 도와줘』도 성공적인 제목 중 하나다.
책 사는 사람은 제목과 지은이, 목차를 본 후,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목차도 제목이다. 목차 아래에는 중간제목이란 것도 있다. 책에 있어서 제목, 부·장·절의 제목, 그 아래 중간제목은 사람 뼈와 같다. 그만큼 중요하다. 일반 글에 있어서도 섹시한 제목이 절반 몫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섹시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관심이 가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첫 번째가 궁금증이다. 동공이 커지면서 ‘이게 뭐지?’라는 의문이 들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동기부여다. ‘이 내용을 보면 틀림없이 당신에게 이런 점이 이익이 될 거야’와 같이 얻게 되는 이점이 무엇인지 보여줌으로써 보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제목의 조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그래서 의문형을 자주 쓴다. 「역사란 무엇인가」처럼 말이다.
길어도 상관없지만, 최대한 압축하는 게 좋다
신문 기사 제목이 그렇다. ‘경제위기 터널 지나’
글 내용과 동떨어지면 곤란하다
나는 A를 전달하고 싶은데 듣는 사람은 B로 알아들으면 낭패다. 너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엉뚱한 제목을 달게 된다. 인터넷상에서 많이 쓰이는 소위 ‘낚시’라는 것이다. 지양하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내용을 함축하는 제목이 바람직하다.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일탈도 나쁘지 않다
‘목동마을 사람들은 불도저가 미웠다’는 한국일보 기자였던 소설가 김훈이 쓴 기사 리드이다. 1980년 서울 목동 재개발 때였다. 당시로선 엄청난 파격이었다.
호소형, 청유형도 자주 쓰인다
2005년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시대를 엽시다’라는 호소형 제목의 연설문을 발표했다.
유행을 따라가는 식상함을 피한다
제목에도 유행이 있다. 책 제목이 그렇고 영화 제목이 그렇다. ‘살인의 추억’이 히트를 치니 ‘○○의 추억’이 유행했다. 정 안되면 편승이라도 해야겠지만, 그것으로는 중간밖에 될 수 없다. 제목도 참신함이 생명이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면 좋다
너무 분명하면 여지가 없다. 상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약간은 모호하게 하는 것도 좋다.
제목과 유사한 것으로 주제문이라는 게 있다. 글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최복현은 그의 책 『닥치고 써라』에서 주제문을 작성하는 이유 네 가지를 든다. 첫째, 글의 방향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둘째, 글의 범위를 좁혀서 구체화하기 위해서, 셋째, 글의 주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넷째, 글의 결론을 미리 정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그 요건은 좀 다르다. 표현이 정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글 쓰는 사람의 관점이 드러나야 하고, 논리적으로 증명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연설문에는 제목이 없다. 광복절 경축사와 신년 기자회견 모두 연설문에만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었다. 국정 전반에 걸쳐 다루는 두 연설은 핵심메시지가 한 개가 아니고 여럿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의도한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 묻는다. ‘내용을 다 쓰고 제목을 다는 게 맞습니까? 아니면 제목을 달아놓고 내용을 쓰는 게 맞습니까?’ 선택은 자유다.
내 친구 중에 명함에 ‘작가 아무개’라고 쓰고 다닌 녀석이 있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글은 한 줄도 써보지 않는 상태였다. “네가 무슨 글을 썼다고 작가냐?” 하고 물어보면 앞으로 될 거란다. 실제로 작가가 됐다. 제목을 먼저 써놓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운 사례다.
하지만 나는 다 쓰고 제목을 다는 쪽이다. 출판사에서도 그렇게 한다. 물론 가제는 있다. 이름 없이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가제가 최종 제목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책 내용이 완성되면 그때부터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제목을 놓고 고민한다. 책 판매에 제목이 미치는 영향은 그의 절대적이기에 그렇다. 그런 점에서 제목 달기는 글쓰기의 첫 번째 순서이면서, 글쓰기를 마무리하는 화룡점정과도 같다. < ‘대통령의 글쓰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강원국, 메디치미디어, 2020)’에서 옮겨 적음. (2020.10.06. 화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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