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靑眼.靑庵 이현렬]

그 때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靑眼 庵 이 현 렬

물길을 따라서 조상들의 흔적이 있었던

숲 속에는 노루와 멧돼지가 서성일 뿐

바닷가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남천으로 흘러갔나 푸른 물로 변화였나

남해로 숨어들어 제주도로 갔나

남해가 있는 땅에 살았던 기억이

류큐로 건너간 이름이 사할린에 걸렸나

옥돌같이 살던 넓은 땅이 여섯달만 빛나고

잠들어 버린 푸른 들판이 가물거리는

태양을 지고 팽창하는 우주의 흐름에

발 맞추는 낮은 땅에 유목민으로

칼을 갈든 읽어버린 시간을 찾을 길 없는

나그네가 사라진 땅에 목을 거는 풍화가

계속되고 새들이 나르는 바닷가에 수풀은

있으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네

바람 절벽에 갈매기만 보금자리를 지키고

말 발굽소리가 들리고 파도치는 소리가

어울리는 군사들의 합창이 거품으로

솟아나는 소용돌이가 군마 속에 잠들어간

인걸(人傑)들이 달려나오는 파도가 만든

세월이 생명의 물길을 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