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당황하실 수도 있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해서 그동안 페북에 글을 쓰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꼭 말씀드려야 할 사안이 생겼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뉴스타파의 신임 총괄 에디터 한상진 씨가 저에게 “앞으로 4대강 보도는 하지 않겠다”, “뉴스룸에 최승호 선배의 자리는 둘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그동안 적용하지 않은 정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최승호 선배는 뉴스타파에서 나가야 한다. 박중석 대표와 경영팀장에게 그런 의견을 말했고 그들도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저를 뉴스타파에서 축출하겠다는 통보를 한 것입니다.
명분은 그동안 제가 주력해온 4대강 보도가 성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2020년 뉴스타파에 돌아온 뒤 복잡하게 뒤얽힌 4대강 문제를 강력하게 환기시킬 한 편의 영화를 준비해왔는데, 그 작업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도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4대강 보도에 성과가 없었다는 것은 한상진 씨의 주장일 뿐, 저와 함께 4대강 복원을 위해 노력해오신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민간 전문가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 철거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을 때 뉴스타파 보도가 보 철거 결정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4대강 녹조 독소 문제를 발굴하고 보도함으로써 오늘날 낙동강 주민들의 코에서 녹조 독소가 나왔다는 실증적인 연구를 발표하기까지 환경운동가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함께 뉴스타파 보도도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만약 윤석열 탄핵과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면 그동안 준비해온 영화를 공개하는 등 4대강 복원을 추동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한상진 씨는 4대강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저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통해 4대강 문제를 보도하도록 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부터 4대강 문제를 추적해왔고 그 모든 복잡한 사안에 대한 취재를 축적해온 제가 없는데, 어떻게 뉴스타파가 좋은 보도를 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어떤 사안에 대한 보도를 할지 말지는 오직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동안 뉴스타파에는 없었던, 언론인의 자율적인 의사를 결정권자가 억압할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한상진 씨는 자신의 권한도 아닌 ‘나가야한다’는 말을 하면서 정년 규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박중석 신임 대표도 “그동안 정년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는데, 지금부터 적용하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뉴스타파에 돌아온 것은 2017년 12월 MBC 사장으로 복귀할 때 김용진 대표가 ‘꼭 다시 와달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에 사장 임기가 끝난 뒤 뉴스타파로 돌아오는 결정을 했습니다. 당시 뉴스타파에 정년 규정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저는 아마 다른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물론 누구도 저에게 정년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저는 뉴스타파가 ‘흰 머리 휘날리며’ 취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고 일해왔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의 운영규정에 정년을 60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규정은 사문화된 것이고 취업규칙에 정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노조가 정년 규정을 만들자고 회사측에 제안하고 있는 것이 정확한 사실입니다. 저는 정년 규정이 정식으로 만들어지면 그에 따라서 당연히 새로운 출발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도 없는 해고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저는 박중석, 한상진 두 사람의 정년 운운하는 발언은 실제 상황과는 맞지 않는 말이고, 단지 저를 쫓아내려는 하나의 명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저에 대한 미움이 깔려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용진 전 대표가 12년 동안 재임하면서 성과도 많이 냈지만 독선적인 운영으로 후배 구성원들의 비판도 점점 높아졌습니다. 김만배 녹음 보도 이후에 특히 이견이 많았습니다. 저는 후배들의 비판에 일리가 있고 뉴스타파의 미래를 위해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입장에 서서 김 전 대표와 보도 당사자인 한상진 씨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저에 대한 적지 않은 감정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알게됐습니다. 그것이 결국 저를 축출하는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탄압받던 언론인들이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설립한 언론사입니다. 그런데 설립된지 13년 만에 저에게 “앞으로 4대강 보도는 MBC에서 하지 않겠다”고 하고, 뒤 이어 해고한 구 MBC 경영진과 똑같은 행태를 보게 됐습니다. 당연히 저는 이런 행태에 맞서 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뉴스타파의 이미지에 상처를 줄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싸우는 것은 뉴스타파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저야 두 사람의 결정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얼마나 더 뉴스타파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그들의 결정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저에게 한 것과 유사한 일들을 후배들에게 할 것이고 뉴스타파의 자유언론 정신은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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