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김문억
먼 바다 주유천하 바다엔 길이 없어
물을 떠나 뭍으로 출가를 했다
태백 준령을 넘어 수도를 시작했다
알몸으로 눈비를 맞으면서
금식으로 비대한 살을 뺀다
꼬챙이로 꾹꾹 몸을 찌르고
쏟아 붓는 잠을 쫓아내고
속박을 벗기 위해 내 몸을 속박했다
부릅뜬 눈으로 소리치면서
뼈와 가죽만 남은 고행을 다 마친 뒤
지엄한 계戒의 종문宗門에 들어, 북어北魚
법명法名 하나 받았다.
김문억 최상하 공동시집<하나+하나=하나1991파루>중에서
대구목과에 속하는 명태를 말려서 부활 한 것을 통칭하여 마른북어라고 한다
갓 잡은 싱싱한 명태를 생태라고 하는 것도 마른 북어랑 구분지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안 잡히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동해에서 많은 명태가 잡혔고 우리는 시장에서 생북어 라는 이름으로
얻을 수가 있었다.
지금 작품에서 얘기하는 북어는 용대리 덕장에서 다시 태어난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호명되고 있는 대부분의 명품 바다 고기는 바다에서 잡은 것을 뭍으로 옮겨다가 가공 되는 것을 말한다
서해에서 잡은 조기가 영광으로 올라와서 굴비가 되고 동해에서 잡은 고등어가 안동으로 올라가서 간고등어가 되고
흑산도에서 잡은 넙치가 나주에서 톡톡 쏘아대는 홍어가 되고 포항 앞바다에서 잡은 청어나 꽁치가 구룡포에 들어가서 과메기가 된다
이는 모두 자연환경에 따른 지리적 환경과 기온을 이용한 결과물로 사람들의 지혜에서 재생된 물고기의 진맛이다
마른북어는 북태평양에서 잡아 온 생물 明太를 겨울동안 용대리 덕장에서 눈비를 맞으면서 부활된 名品으로 맛이 별나게 다르고 좋다. 정확한 이름으로는 마른북어라 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그냥 북어라고 부른다. 物件이다
생물 명태가 마른북어가 되기 까지는 추운 한대서 눈비를 다 맞고 겨울나기를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참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수행 스님들이 득도를 얻기위한 고행 길이나 다름 없다.
지엄한 계戒의 종문宗門에 들어, 북어北魚라고 하는 법명法名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그렇다.
산소에 성묘를 할 때도 막걸리 한 잔에 북어 한 마리만 올려도 불효 소리를 안 들었고
옛날 어른들이 출입문 위에 북어 한 마리를 매달아 놓고 액운을 쫓아내기로 맘 먹은 것을 보더라도
북어는 전통적으로 최고의 명품에 속한다.
그래서,
北魚는 明太가 얻은 法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