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를 훔쳐대는 그라운드의 '양상군자'들이다. 이들에게 도루를 내줄 때 늘 포수의 어깨를 탓하지만 실제로 절반의 책임은 투수에게 있다.
'투수의 도루저지율'이라는 가려진 잣대로 투수들을 들여다보면 색다른 결과가 나온다. 주자들이 도루를 시도하기 어려워했던 투수로는 최상덕(기아)과 리스(전 한화), 박지철(롯데). 최상덕은 지난시즌 도루를 감행한 주자 12명 중 8명을 잡아냈다. 리스와 박지철도 최상덕과 같은 6할6푼7리의 높은 도루저지율을 보였다. 특히 리스는 배터리인 강인권의 낮은 도루저지율(0.169)을 극복하고 일군 기록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위 5명이 모두 오른손투수라는 점. 1루주자의 움직임을 쉽게 볼 수 있는 왼손투수 가운데는 현대 마일영이 17차례 중 9차례(0.529)를 잡아내며 6위에 올라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주자들에게 가장 만만한 투수도 왼손잡이 오상민(삼성)이었다. 지난해 말 SK에서 이적한 오상민은 16차례 중 단 한차례만 주자를 잡아내 '왼손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는 도루가 어렵다'는 통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포수 양용모가 2할1푼7리라는 저조한 도루저지율을 낸 것도 오상민의 불명예 기록을 부채질했다.
지난시즌 투수 3관왕인 LG 신윤호도 도루저지율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신윤호는 28명의 주자가 도루를 하는 동안 고작 7명만 아웃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