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 예방, 공의와 공동체 회복에 달렸다” | ||||||
기독교학술원 ‘자살대책과 한국교회’ 발표회 | ||||||
| ||||||
최근 신학자들은 한국 교회가 자살에 대한 ‘개인적이고 심리학적인 접근’에서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개인이 자살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개혁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개인적 심리학적 접근과 함께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살의 가장 높은 위험인자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특히 경기침체 및 불황으로 인한 생활고와 삶의 질 저하, 실업의 장기화에 따른 삶의 의욕상실,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비정규직이 확산으로 노동에 대한 분노와 좌절, 여기에 점점 심해지는 사회 빈부의 양극화 현상 등이 크게 작용한다.” 기독교학술원이 3월 7일 과천소망교회에서 ‘자살대책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열었다. ‘목회적 차원에서 본 자살과 그 대안’이란 제목으로 설교한 박종서 목사(양지평안교회)에 이어 등단한 곽혜원 박사(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는 ‘자살에 대한 종교사회학적 대책’이란 주제로 발제를 하며, “사회경제적 상황이 자살을 양산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혜원 박사의 지적처럼, 한국 사회는 1990년대 중반까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10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IMF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 13.1명으로, 1998년은 18.4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2000년(13.6명)까지 감소하던 자살률은 2002년 카드대란이 일어나 17.9명으로 늘어났고, 그 영향력이 나타난 2003년 22.6명으로 급증하며 자살률이 20명대를 넘었다. 또한 2008년(자살률 26.0명)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이듬해 자살률은 31.0명으로 30명대까지 넘어섰다. 곽혜원 박사는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가 우울증을 가중시키는 병리적 실체로 나타났으며, 여기에 더해 성공지상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이 약해져 자살이 극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 자신을 붙들어줄 공동체적 사랑과 연대가 있다면 이토록 자살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공동체 결속력이 급격히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살이 개인의 심리적 문제에 앞서 사회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면, 교회의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자살 위험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미봉책이 될 뿐이다. 곽혜원 박사의 진단에서 우리는 자살예방을 위한 두 가지 대책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는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개혁시키는 일, 둘째는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신학적으로 설명하면, 하나님의 공의를 이 땅에 실현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곽혜원 박사는 “성경은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 미슈파트와 츠다카 곧 공평과 정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두 기둥으로,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가장 원하시는 삶의 열매였다. 한국 교회는 사회 속에서 공평과 정의를 실현하고 약자를 보호하라는 성경의 명령에 귀 기울여야 한다. 불의한 사회경제적 체제를 개혁하고, 사회에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곽 박사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존 상생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한경쟁 약육강식 승자독식이 난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약하거나 낙오된 사람은 실패자 패배자로 낙인이 찍힌다. 이런 사회 속에서 실패자 패배자는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며 결국 자살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곽 박사는 한국 교회가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약육강식의 사회 분위기를 상생과 공존의 분위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소외된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김향숙 박사(하이패밀리 가정사역원장)는 자살예방을 위해 가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가정은 자살예방의 최전방”이라며 “가정의 회복이 자살예방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김향숙 박사는 자살은 순간의 충동적 행동이 아니라 오랜 기간 내적갈등과 외적고통의 마지막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살자는 처음에 말수가 적어지고 외롭다는 말을 자주하고 의욕이 없는 상태(녹색신호)에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감정기복이 심하며 쉽게 상처받고 화를 내면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단계(황색신호)로 들어선다. 이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극단적인 감정상태를 자주 보이고 자기 물건을 나눠주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상태(적색신호)에 들어간다. 김 박사는 누군가 이런 상태를 보이면 충고나 설교를 하지 말고 공감과 이해의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