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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치즈 슬라이서 없이 살고싶지 않다"
"고양이들이 신발을 신고 있다"
"야채들은 채식주의자들을 싫어한다"
가끔은, 내 스마트폰에 설치된 언어학습 앱인 듀오링고가 이상한 문장을 띄울 때가 있다. 그건 항상 날 피식 하고 웃게 만든다. 하지만 최근, 앱에 이상한 버그가 생긴 것 같다.
난 독일어를 다시 공부하는 중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은퇴하신 독일어 선생님이었고, 내가 자랄 때 독일어를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지금, 난 29살이고, 내가 결혼 한 이후로 엄마랑 거의 연락을 한하고 살았기 때문에(엄마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하셨지만, 세상에, 내가 여자와 결혼한 이후로 날 멀리한 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싶다) 내가 다시 독일어를 공부해 보니, 얼마나 많은 것을 잊어버렸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난 내가 공부했던 걸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고, 독일어는 직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실력 평가를 보기로 했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독일어를 이해하는 속도는 아주 빨랐지만, 단어가 잘 기억나지 않았고, 문법과 사물의 '성별'부분에서 조금 애를 먹고 있었다. 독일어에서 모든 것은 남성, 여성, 중성의 성을 가진다. 정말 ...궁뎅이 아래의 고통일 수 밖에 없다, 내가 제대로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원문은 It's a pain...der arsch)
어쨌건, 내가 지금 겪고있는 앱의 버그는, 사용자가 공부하고 있는 언어를 따라 말해야 하는 질문이 나올 때 발생하는 듯 하다. 앱은 아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내 마이크도 마찬가지. 난 제대로 답을 말한다.
하지만 앱이 나에게 말하게 시키는 문장이 일반적인 독일어는 아닌 듯 하다. 내 독일어 실력이 아주 출중하진 않지만, 독일어가 어떻게 들리는지는 알고 있다. 문장의 발음은 비슷하긴 한데, 그와 동시에 상당히 이질적이다. 독일어와 같은 알파벳으로 쓰여 있긴 한데, 발음은...좀 오래된 것처럼 들린다. 더 거친듯한 소리. 가끔 "발할라"라는 단어를 알아 들을 수 있긴 했다. 모음 발음이 다르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내 발음은 계속 나아지고 있었다. 여전히 발음이 헷갈리긴 했지만. 난 앱 관리자에게 문의를 넣어보았다. "독일어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말하기 연습의 몇몇 질문이 독일어가 아닌 듯 해요. 아마 옛 북유럽쪽 말 같아요" 질문과 함께 그런 문장이 나온 화면의 스크린샷도 몇 개 보냈다.
답변은 상당히 빠르게 돌아왔다.
"그 질문은 우리가 넣은게 아닙니다. 혹시 앱 업데이트가 밀리거나 탈옥 버젼의 앱을 쓰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아니면 인터넷에 올리기 위한 장난 문의입니까?"
버그에 대한 문의 메일을 보낼 때 만우절이 끝나길 기다렸어야 했나 생각했지만, 268일 연속 학습을 끊고 싶지는 않았고, 여전히 앱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아서 난 듀오링고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도, 난 스크린샷과 앱이 하는 질문을 녹음해서 여행을 아주 많이 다니는 우리 오빠랑 전에 다녔던 대학교의 독일어 교수님께 보냈다. 교수님께서 다른 언어의 교수님들과 상의를 해보셨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둘의 답변을 기다리며 앱을 계속 사용하는 와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 말은, 그래,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최근들어 이상해 졌다고는 하지만, 내가 야외에서 듀오링고로 연습을 하고 있을 때면, 그리고 그 이상한 문장을 말할 때면, 난 천둥소릴 듣거나 번개를 보곤 한다. 그리고 종종, 폭풍이 몰아치곤 한다. 걸으면서 발음 연습을 하거나 운동하면서 할 때면, 난 내 뒤를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곤 한다. 다른 누군가의 숨소리와 함께. 이건 당연히, 날 아주 불안하게 했다.
그래서 난 앱으로 연습하는 걸 그만뒀다. 280일이나 연속으로 출석을 했기 때문에, 상당히 아쉬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다음날, "깨어났다" 라는 말 외엔 표현할 길이 없이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앱으로 강좌를 중간 쯤 듣고 있었다. 앱을 사용하는 걸 그만 둘 수 없는 듯 했다.
그리고 오늘, 난 뭔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 내가 테라스에서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난 도로 맞은편의 공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쾅 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내 눈 앞이 번쩍 하고 빛났고, 난 거대한, 반쯤 형체가 갖춰진 회색 존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걸 보았다. 하지만 내가 연습 문장의 마지막 단어에서 머뭇거리며 잘못 발음하는 순간, 그건 사라져 버렸다.
그 후, 잠시 뒤에, 난 우리 오빠랑 교수님에게서 동시에 연락을 받았다. 오빠는 이 버그가 아이슬란드어가 섞여 들어간 거라고 판단했고, 내가 사진 몇 개를 더 보내준 후에도, 21세기의 언어학습 앱에서 현대에서 쓰는 단어가 단 하나도 없는 것 때문에 헷갈리긴 하지만, 여전히 아이슬란드 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수님은 다른 사람들과 버그에 대해 이야길 해 보셨고, 마침내, 중세 역사학자인 지인에게까지 그걸 보여줬다고 한다. 난 그들이 보낸 이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건 고대 북유럽 언어였다. 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과, 내가 듀오링고를 그만 둘 수 없다는 점들을 봤을 때, 난 내가 결국 이 마지막 문장을 제대로 발음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
첫댓글 쓰는 앱이라 홀리듯 들어왔소만... 버그일지 귀신일지 괴담은 괴담이구랴... 영어만 해야겠소...ㅎ
끝까지 발음하면 발할라에서 토르가 내려오는 것 아니오!! 쇟같으면 해보겠소 사용자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