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 집중지원 24- 청소에도 때가 있는 법
어제 집중지원으로 김*욱 님께서 지내시는 301호 청소를 돕기로 했기에, 점심 이후 김*욱 님을 찾아갔다.
똑똑.
“김*욱 님, 계세요?”
김*욱 님께선 마침 방 침대에 누워계셨는데,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는지 게슴츠레 뜬 눈으로 직원을 바라본다. 마치 무슨 일로 왔냐는 듯.
“오늘 김*욱 님 방 청소를 하면 어떨까 해서요.”
김*욱 님께선 명확한 발음으로 말을 건네긴 어려우시지만, 표정과 몸짓, 침묵이나 소리의 억양 따위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신다. 청소하자는 직원의 제안에 잠시 침묵하시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신다. 이것은 거부의사.
“김*욱 님께서 하실 수 있는 만큼만 하시고, 나머지는 제가 도와드리려는데, 싫으세요?”
다시 한번 청소를 권해봤지만 여전히 내키지 않으시는 듯, 눈을 감아버리셨다. 난감해진 직원이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자 김*욱 님께서 말씀하셨다.
“내일”
“내일요? 내일할까요?”
“예.”
“그럼 내일 교회 다녀오신 뒤에 같이 청소할까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올게요.”
누구에게나 집안일 하기 싫은 날이 있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싶은 날이 있기 마련이다. 김*욱 님께도 오늘이 그런 날이었을까.
다음날 약속대로 오후에 김*욱 님을 다시 찾아뵈었다. 어제처럼 침대에 누워계셨는데, 오늘은 주무시지 않고 tv를 보고 계셨다.
“김*욱 님, 어제 약속한대로 방 청소 도우러 왔습니다.”
김*욱 님께서 직원을 잠시 바라보시더니, 말없이 눈을 감으셨다. 어제와 비슷했다. 이 또한 거부의사로 보였다.
“어제 약속하시기로는 오늘 교회 다녀오신 뒤에 청소하시기로 하지 않으셨나요?”
직원이 거듭 청소를 권하자 이내 듣기 싫으시다는 듯 아예 벽 쪽으로 돌아 누워버리셨다. 명백한 거부를 표현하는 김*욱 님의 등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김*욱 님께 양해를 구하고 잠시 밖으로 나와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봤다.
‘김*욱 님께서 응하실 때까지 계속 청소를 권해야할까?’
‘김*욱 님께서 원치 않으니 물러서야할까?’
‘김*욱 님께서 원치 않으심에도 계속 청소를 권할 명분과 당위성이 있을까?’
‘당위성이 있더라도, 김*욱 님과 나의 관계가 청소를 권할만한 관계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럴만한 관계가 아니다’였다. 그동안 다온빌에서 근무하면서 김*욱 님과 함께했던 기억이 별로 없었다. 목욕 지원 몇 번, 난타교실 동행 한 번, 간식 꺼내어드린 적 두 번. 아침저녁으로 인사만 드렸을 뿐,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눠 본 적도 없었다. 그런 직원이 난데없이 방으로 찾아와 ‘같이 청소할까요?’한다. 하물며 김*욱 님께서 먼저 요청한 일도 아니니, 그 제안이 달가울 리가 없다. 직원이라도 내키지 않았을 터다.
그렇다면, 청소의 당위성은 충분했는가? 직원이 잠시 301호에 들렀을 때 보이기로는 방바닥은 비교적 깔끔했다. 방에 둔 짐도 얼마 없으시기에 특별히 정리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해 방에서 소변을 보시다보니 침대에 소변을 흘리는 때가 많으시기에 침대 주변 청소는 필요해 보였다. 즉, 당위성은 충분하나 청소를 권할만한 관계가 아닌 상태. 이것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김*욱 님의 전담직원인 이재표 선생님을 찾아갔다. 직원이 김*욱 님께 청소를 권할만한 관계가 아니라면, 그럴만한 관계인 분에게 도움을 부탁해볼 요량이었다. 이재표 선생님께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렸고, 함께 김*욱 님을 찾아뵈었다. 김*욱 님께서는 마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계셨다.
“일어나고 계셨네요? 김*욱 님, 이승학 선생님이 청소 도와주신 댔지요? 김*욱 님이 다 청소하시라는 건 아니고, 어디를 어떻게 청소하라고 일러주시면 이승학 선생님이 도와주실 거예요.”
“예.”
“지금 청소 하실 수 있으세요?”
“예.”
그랬다. 김*욱 님께서 깊이 신뢰하는 이재표 선생님께서 제안해주시니 바로 수긍하시곤 몸을 일으키셨다. 김*욱 님께서 청소하시기로 마음먹으시니 그 뒤로는 수월했다. 김*욱 님께 어디를 어떻게 청소하면 좋을지 여쭈었다.
“어디를 청소하고 싶으세요?
“여기(침대), 여기(바닥).”
“침대랑 바닥이요? 침대는 어떻게 청소하나요?”
“이거.”
직원의 질문에 옷장 위에 놓인 탈취제를 가리키시곤, 이어서 침대 머리맡에 있는 키친타올로 침대를 닦는 시늉을 하셨다.
“침대는 그렇게 청소하셨어요? 그럼 바닥은 어떻게 할까요?”
멋쩍게 웃으시며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신다.
“바닥은 청소기하고, 물걸레로 닦을까요?”
“예.”
“그럼 김*욱 님께서 침대 청소 해주세요. 바닥은 제가 도울게요.”
“예.”
김*욱 님께서 앞서 시범 보여주신 대로, 탈취제를 침대에 뿌리시곤 키친타올로 침대를 닦으셨다. 김*욱 님께서 청소하시는 것을 지켜본 뒤, 직원도 청소기로 바닥 먼지를 청소하고 물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직원이 청소하는 동안 김*욱 님께서 다른 볼일을 보시려는 듯, 방을 나서려고 하셨다.
“김*욱 님, 어디 가세요?”
“위에.”
“지금 김*욱 님 방 청소하고 있는데, 집주인께서 끝까지 지켜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직원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시더니 그대로 자리에 서서 끝까지 직원이 청소하는 것을 지켜보셨다.
“바닥 청소했습니다. 더 청소할 곳 있을까요?”
“아니.”
“그러면 여기까지 할게요. 청소하시느라 애쓰셨어요.”
직원의 말을 뒤로 하고 김도욱 님께서는 방을 나서셨다. 이번 김*욱 님 방청소를 도우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온빌은 입주자의 집이다.
다온빌은 입주자를 전담하여 일상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입주자는 직원의 도움을 받는다.
직원은 입주자를 돕는 사람이다.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직원이 입주자를 지원하는 일 또한 사람과 사람사이 일이다. 입주자이기 때문에 직원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사이 관계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입주자를 잘 돕기 위해서 직원과 여러 입주자 사이 관계가 쌓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 말의 의미를 몸소 깨달았다.
2024년 10월 20일 일요일 이승학
와~ 이렇게까지 궁리하며 도우셨네요. 참 귀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