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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과 꼽추는 마왕을 만나고 슬라임을 퇴치하는 등,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
고 마침내 '요 앞 마을'에 도착했다. 판타지의 주인공들이 새로운 마을에 도
착하면 으레 그렇듯이 그들도 먼저 Inn이라고 씌여진 팻말이 달린 여관을
찾기로 했다.
[러브Inn]
[뜨거운Inn]
[18xInn]
…하지만 어느 곳을 들러봐도 이 어린 소년 소녀가 갈 만한 곳은 없었다.
걷다 못 한 송년이 짜증을 부리며 소리쳤다.
"에이 제기랄! 무슨 마을이 이따구야!"
그러자 꼽추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송년에게 물었다.
"하지만 송년. 우리는 약초를 사러 온거지 무슨 여행하다 마을에 들른게 아
니잖아? 꼭 여관에 갈 필요가 있어?"
"모르는 소리 말아! 어떻게 판타지에 '여자'와 '여관'이 빠질 수가 있어! 게
다가 아직 이 판타지에서는 독자들에 대해 서비스 하는 씬이 없었단 말이
다!"
"미친놈. 이게 무슨 18세 미만 구독 불가 초야설 1인칭 개그 판타지냐. -_-
무슨 헛소리야."
"젠장, 허접이니까 야하게라도 가야지!"
그러나 아무리 글이 허접이라도 작가 자신이 18세 미만이었기 때문에 이
글은 야하게 갈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송년은 하늘을 향해 서럽게
울부 짖었다.
"오 신이시여!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이 여자 잘만 꼬시고 우연을 가장
한 온갖 추잡스러운 자태를 연출하던데 왜 저는 안 됩니까! 하다 못 해 키
스씬도 하나 없는…"
순간 하늘을 가르며 송년의 머리에 벼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엄이 가득한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병…
-신…
-새…
-끼…
그러자 태연하게 길을 오가던 프리스트들이 갑자기 들려온 신의 '병신새끼'
라는 말에 무릎을 꿇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태양의 신 니꼴라이킹덤이시여!"
병신이라고 한게 뭐가 감사하다는건지.
"감사합니다, 바람의 신 알렉산드르몽테스큐시여!"
"감사합니다, 바다의 신 에리조니아에일리언원츄시여!"
"감사합니다, 꿈의 신 룔늬리라쿠타이칼라야마홀리데이뻑큐시여!"
"감사합니다, 불의 신 하라나풀라이고우시라하재오며울랄라이라이라시여!"
"감사합니다, 물의 신 아이니키즈이테쿠사다이보쿠가사사야이테아케루유메
모나미다모와스레테키미요모토메레이타(마사루 주제가인가;;)!"
프리스트들이 서로를 의식해 없는 신까지 막 만들어내며 상대보다 더 기다
란 이름을 주절거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무렵.
갑자기 한 꼬마가 송년과 꼽추에게 달려와 소리쳤다.
"형아들아 내 말 좀 들어봐~!"
꼽추는 갑자기 나타난 꼬마의 등장에 몹시 놀라며 꼬마에게 DDT와 백슬래
셔를 두어방 쯤 먹인 뒤에 자이언트 스윙과 더불어 한국 고유의 기술인 뽀
까뽀X까지 먹였다.
"아아악! 형아 왜 그래!"
"2C8 놈아 나는 남자가 아니란 말이야!"
"그만둬, 꼽추. 작가가 애써 일으켜 준 이 이벤트가 가엾지도 않아?"
송년은 그 상황에서도 작가와의 의리를 잊지 않았다. …멋진 녀석. 약속대
로 서비스 씬은 꼭 넣어… 흠흠;;
"그래 무슨 일이지?"
"갑자기 골드 드래곤이…"
"갑자기 골드 드래곤이 나타나서 행패를 부리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아니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갑자기 골드 드래곤이 나타나서 우리 엄마와
아빠를…"
"갑자기 골드 드래곤이 나타나서 너희 어머니와 아버지를 납치해 갔으니
구해달라고!?"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을 끝까지 들으라니깐! 갑자기 골드 드래곤이 나타나
서 엄마와 아빠를 납치해 갔는데 어떤 멋진 용사가 구해줬다~!"
"그래서?"
"자랑할려고."
……
"죽여."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이벤트용 꼬마는 그 이름값도 못하고 그만 주인공들
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되어 길바닥에 널브러졌다. 물론 현장에 있던
다수의 프리스트들은 하늘을 보며 숨넘어갈 듯이 긴 이름을 외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범죄 행각을 보지 못 했다.
…완전 범죄였다.
"약초 사서 얼른 뜨자."
꼽추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속삭였다. 송년은 알았다는 듯이 손으로 브이
자 사인을 보냈다.
이미 이런 일에 능숙한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