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그가 헌재에서 증언하는 모습과 방송에 출연한 영상 밑에는 어김없이 멋있다, 품격 있다, 기품 있다, 신뢰가 간다, 차기 국정원장 감이다, 심지어 당신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등의 상찬이 넘쳐난다. 심지어 네이버에는 그의 팬카페까지 생겼다. 팬카페에 올라온 글의 제목만 봐도 헐!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심지어 아이돌에게 따라붙는 ‘입덕’이란 제목까지 보인다. 어어... 이거 좀 위험 싸인이다.
윤석열이 국회의원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했을 때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은 행동은 당연히 잘 한 일이며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하자. 거기서 더 나아가지 말자. 그가 윤석열의 명을 어긴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었을 뿐이다.
그의 부친에 이어 그도 평생 조선일보만 구독했던 사람이었고, 국정원 블랙 요원으로 간첩을 잡았던 사람이며, 윤석열을 좋아했던 사람이다. 평생 조선일보만 구독했던 사람의 뼛속과 영혼에 무엇이 새겨져 있을 것 같은가.
그가 체포 명단을 밝힌 것은, 윤석열의 계엄이 2시간 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나 윤석열의 탄핵이 명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자리에 서야 살아남을지 알기 때문이다. 만일 계엄이 성공했다면 그는 지금쯤 자신이 좋아했다던 윤석열을 위해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지금 평생 자신이 몸담았던 보수 진영에서 자신을 ‘빨갱이’라고 공격하기 때문에 자신이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억울함을 풀기 위해 그에 맞서고 있을 뿐이다. 그가 보수 진영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180도로 돌아서서 진보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이쪽으로 넘어올 거라고 착각들 하지 마시라.
홍장원을 칭송하거나 추앙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윤석열의 경우를 생각하시라. 그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하고, 마침내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내고, 문재인 정권 초창기에 적폐 청산 수사를 했을 때 그는 진보 진영의 우상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들었던 우상이 그동안 우리의 뒤통수를 어떻게 후려쳤는지 기억하시라.
지금의 홍장원 차장의 우상화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잊지 말자. 그는 평생 조선일보만 봐 온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