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안녕
_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고별공연 @상상마당
처음부터 끝까지 '남들과는 다른'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하 불쏘클)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들을 쉽게 잊을 수 없다. 리더인 조까를로스(보컬, 기타)를 중심으로 김간지(드럼, 퍼커션, 랩), 유미(드럼, 퍼커션), 까르푸황(베이스), 후르츠김(멜로디언, 건반), 홍키퐁키(전자기타)라는 심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멤버들로 이루어진 이 밴드는 얼터너티브 라틴 혹은 민속 그루브 밴드, 마초밴드, 그리고 신파밴드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복고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한 촌스러운 옷을 차려입고 썬그라스와 콧수염을 맞춘 채 무대에 올라서는 이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당황하기 쉽다. 그러나 <석봉아>, <악어떼> 등 키치적이면서도 흥겨운 음악들이 흘러나오는 순간, 당신은 ‘왠지 병신같지만 멋있어’를 외치며 이들의 팬이 될 것이다. 흥미롭다고? 다음 불스쏘 공연에 가기 위해 ‘주간 클럽 공연 정리’ 게시판을 뒤적거리는 당신, 이미 늦었다.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담아 말한다. 이들은 2010년 9월 3일 고별 공연을 마지막으로 해체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두 번 추가로 오픈한 예매 티켓이 모두 매진되고, 현매 티켓까지 매진된 공연이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관객들로 꽉 들어찬 상상마당에서 팬들은 '진짜 해체해?'를 서로에게 되묻고 있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선 많은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안녕이라고 말하지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실 고별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팬들의 상당수조차 정말로 그들이 해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워낙 농담을 좋아하고 자주하는 이들이었으니, 단독공연을 홍보하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기 위해 고별과 해체라는 ‘무리수’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았다. 보컬 조까를로스가 공연 중간 끊임없이 ‘이번 공연이 끝’이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후에도 해체를 믿지 못하는 팬들의 질문이 쇄도하기도 했다. 애초에 인디씬에서 그 맺고 끊음, 특히 '끊음'이 분명한 밴드가 있었나. 밴드 고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기념 공연까지 한다는 것은 불쏘클 팬들에게는 한편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가혹한 일이었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었다
약 350명의 관객들로 상상마당이 가득 차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요즘 대부분 클럽 공연과는 다르게 남성 관객이 유난히 많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불쏘클 스스로 자신을 '마초밴드'라 칭했던 것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게스트로 옥상달빛이 무대에 등장해 불쏘클 멤버 이름을 한명씩 호명하며 추모(?)분위기를 연출한 후, <미소녀 대리운전>을 그들만의 색깔로 편곡해 들려주었다. 옥상달빛의 건반 김윤주는 '로리타 곤잘레스'로 분해 불쏘클 멜로디언 세션을 맡은 적도 있는 바, 고별 공연 게스트로 참가하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 퍼커션의 김간지
불쏘클의 새로운 EP앨범을 소개하는 홍보 영상이 한참 상영된 후, 유난히도 화려한, 조까를로스의 멘트를 빌리자면 '무리수를 많이 둔' 옷차림으로 그들이 등장했다. 흰색 러플과 망사 등 화려한 의상으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 이들은 <이발사 대니얼>을 시작으로, 감각적인 드럼 연주가 인상적이었던 <원더 기예단>과 후르츠김의 멜로디언 솔로로 시작한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를 연주했다. 많은 관객들이 ‘이 공연이 마지막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별 멘트도 없이 세 곡이 연주되는 동안 관객석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나 관객석에서 들려온 '사랑해요'라는 진지한 목소리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조까를로스가 '지금까지 선곡은 신파 특집이었다'고 소개하자 공연의 긴장은 점점 풀려갔다. 객석 곳곳에서 남성팬들이 '가지마요'라고 굵은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멤버들의 표정은 썬그라스와 콧수염 뒤에 감춰져 있었다.
'만화 주제가로 제작됐지만 만화는 아직 제작이 안된' <마도로스K의 모험>은 화려한 조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조명에 어울리는 혼신의 멜로디언과 공연 중간마다 기타와 드럼 스틱을 돌리는 무대 매너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다. 이어 '헐리웃 법칙에 따라 속편 제작된' <마도로스 K의 모험 2>는 1편과 비슷한 멜로디에 좀 더 빠른 비트의 신곡이었다. 이어서 또다른 신곡, <사이보그 여중생 Z 2>는 평소 불별쏘가 들려주던 간소한 '얼터너티브 라틴'음악과는 조금 다른, 화려하고 다채로운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해체를 축하(?)해준 많은 밴드들
* 친근하고 편안한 공연을 보여준 강산에
공연 제 2부는 <와그라노>, <명태>등 히트곡들을 들려준 강산에의 연주로 시작됐다. 약간 의외의 게스트였지만 혼자 기타를 들고 앉아 자연스레 노래하던 보헤미안적인 모습이 불별쏘의 평소 모습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음을 잘못 잡아서 관객에게 묻고, '사실 리허설을 안 했다'고 고백하며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어진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게스트 공연은 불스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이들은 시나위의 <은퇴선언>을 불렀을 뿐 아니라, 불스쏘의 상징과도 같은 콧수염을 붙이고 <석봉아>를 편곡한 곡을 들려주었다.
* 불스쏘의 상징 콧수염을 붙이고 공연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베이스 이주현)
이번 불스쏘 공연에는 유난히도 많은 동료 뮤지션들이 고별을 지원하고 축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연 전 매표소 옆에는 크라잉넛이 보낸, ‘경축 불나방스타 해체’라고 쓰인 화환이 놓여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2부 게스트 공연사이에는 크라잉넛 한경록과 옥상달빛, 장기하, 10cm 등 뮤지션들이 불스쏘 해체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영상으로 전했다. 특히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라이벌이었던 또 하나의 헤비메탈 밴드가 사라져서 아쉽다'는 인상적인 멘트를 남겼다.
* <석봉아>에 맞춰 율동을 유도하는 조까를로스
조 카를로스가 '열라 길다'고 예고했던 2부 본 무대가 시작되었다. 조 카를로스는 ‘컨셉 밴드는 끝까지 컨셉으로 가야 한다’며 별다른 멘트를 하지 않았다. 김간지의 코러스가 돋보이는 신곡 <뛰뛰빵빵>에 이어 관객들에게 특유의 율동을 하게 했던 <미소녀 대리운전>, 큰 호응을 얻어낸 <악어떼>와 <수지 수지>, 그리고 불후의 명곡 <석봉아>까지 그들의 1집 앨범과 새로운 EP에 실린 곡들의 거의 대부분을 연주했다.
* "함께불러 알앤비~" 밴드 악기를 버리고 마지막 곡을 부르는 불스쏘
앵콜곡 <시실리아>에서 조까를로스는 멤버들을 소개하고 지금까지 <악어떼> 공연에 쓰였지만 ‘이제 필요 없어’진 악어 인형을 관객석에 던졌다. 두 번째 앵콜곡이자 불스쏘가 부른 마지막 곡이 신곡 <알앤비>였던 것은 의미심장했다. ‘미안 멤버들아 이제 인디밴드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이젠 알아 이런 비호감적인 음악을 해봤자 더 이상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는 홍대 앞에서 기타 메고 폼 잡지 않을 거야 함께 불러 R&B’라는 가사의 이 노래에서는 고별과 해체조차 즐겁고 위트 있게 하려는 이들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끝까지 쇼하는 걸로 봐주세요"
모든 곡이 끝나고, 조까를로스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했습니다.'라고 말할 때까지도 관객들은 해체를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진짜 해체야?'하는 탄식이 군데군데서 흘러 나왔지만 뮤지션의 의도대로 끝까지 즐거운 분위기로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음악이 멈춘 후에도 많은 팬들은 공연장을 뜨지 못했다. 축제의 열기가 남아 있는 이 공연장을 떠나면 불쏘클의 해체가 더 이상 장난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을 걱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안녕 불쏘클! 그들은 밴드는 해체되지만 그 멤버들은 각자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강조해 나갈 것을 내내 강조했다. 공연에서 말했듯이, 가슴속에 쏘울이 있다면, 우린 언젠가 이 더러운 홍대 바닥에서 우연히 지나치겠죠.
불나방 스타 소세지클럽_ 석연치 않은 결말 생생포토 보러가기 ☞
* 공연 동영상 링크 (출처 uTurnD님)
<석봉아>
http://www.youtube.com/user/uTurnD#p/u/0/Og2qqtbetug
<알앤비> (필청!)
http://www.youtube.com/user/uTurnD#p/u/2/Ckz6yRTBhGQ
글/ 심미섭
사진/ 심솔
2010.09.06
idea in
첫댓글 기사 잘봤어요~ 마치 고별 특집기사 같네요..아 슬프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