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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친구들 몇이서 산행을 했다. 쉽지 않을 또 한 해의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한 결의로서 등산만 한 게 있을까? 그래서 거의 매년 신정에는 산을 오른다.
등산 약속을 했던 친구 하나가 엊저녁에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었다. Happy new year.... 그리고 'bong gok'이라고 그의 호를 영어로 썼다.
장난기가 동했다. 삼척동자는 영어가 짧은 탓으로 길게는 못쓴다. U too. 라고 짧게 답하고 삼척동자의 호, 안산(安山)의 소릿값에서 <산이 아니다>는 뜻을 취했다. 그래서 내 호 안산은 영어로 'No mountain'으로 바뀌어 문자를 날렸다.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구파발 역에서 내렸다. 나 말고는 아직 아무도 없다.
개찰구 앞에서 기다리는데 두 친구가 도착했다.
약속시간이 지나도 문자 보낸 친구가 오지 않는다. 전화를 했다.
어디야!!! 집이지. 아니 등산가자고 했잖아? 아직도 집에 있으면 어떻게 해! 너! 산에 안 간다고 해서.... 무슨 소리야! No mountain이라고 했잖아!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내 장난이 지나쳤구나! 새해 첫날부터 코드가 맞지 않으니 금년 신수도 심상치 않구나. 했다.
어쩌겠는가?
지금이라도 냉큼 집을 나서서 뒤따라오든지 안 오겠다면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그건 말뿐이고 도착한 세 남자만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일품인 북한산 의상봉∼문수봉 능선을 좋아한다. 지하철 구파발 역에서 북한산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백화사 입구에서 하차, 백화사 쪽으로 오르다 첫 번째 건물을 지나 두 번째의 백화사 안내판이 걸린 건물 왼쪽 샛길로 들어선다.
철조망 샛길로 300m쯤 오르다 오른쪽 철문을 통과한 다음 철조망 옆길을 따른다. 백화사 직전 샛길로 들어선 뒤 30분쯤 지나면 의상봉 북사면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능선에 올라서고 이어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시작된다.
의상봉 정상을 지나 문수봉까지 가는 사이 가사당암문(袈裟堂暗門), 원각문(圓覺門·), 청수동암문(靑水洞暗門) 등, 산성문을 세 개 지난다. '북한산 공룡릉'이라 부를 만큼 경관이 뛰어난 구간으로, 거의 다 우회로가 나 있다. 오랜만에 밟는 능선의 바위에서 바라보는 노적봉 백운대 인수봉이 장관이다.
의상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암릉을 타고 용혈봉을 향한다. 남으로 비봉능선이 펼쳐져 있고 짙은 구름사이로 새해가 얼굴을 내민다. 암릉을 타고 넘고나면 제법 까다로운 슬랩 구간이다.
용혈봉 정상에서 침니를 타고 내려선다. 용혈봉을 내려서면 곧 원각문이 나오고, 이어서 증취봉을 우회한 다음 의상봉 암릉에서 가장 아슬아슬하면서도 묘미를 맛볼 수 있는 나월봉 오름길이 나온다.
무너져 내린 성곽 돌무더기가 삼국의 영고성쇠를 말해주는 듯하다. 정상능선 오른쪽으로 난 크랙을 따라 올라간다. 크랙 구간이 끝나면 한동안 암릉길이 이어지다 막판에 가서야 암릉이 끊긴다.
여기서는 경사면의 슬링을 잡고 왼쪽 도보 등산로로 내려선다. 저만치 동장대에서 대남문에 이르는 산성이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펼쳐진다. 문수봉 우회로 대신 바로 문수봉길을 타고 오른다.
의상봉∼문수봉간 암릉종주가 끝이 났다. 문수봉을 넘자 저만치 대남문이 보이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대남문까지 세 시간 남짓이 걸렸다.
양지바른 대남문 앞은 크고 작은 바위들을 자리삼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이런 때는 옹색하지만 눈치껏 비집고 앉아야 한다. 친구가 가져 온 팥떡이 입에서 달디 달다.
구기동 길로 하산을 한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몰려온다. 산하촌 말걸리 한잔으로 정해 새해를 맞는 축배를 든다.
건강을 위하여! 우정을 위하여! 그리고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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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새해 첫날을 친구분들과 멋진 산행으로 시작하셨네요....안산 = 노 마운틴...ㅎㅎ잼나네요....삼척동자님 늘 건강하시고 웃음 가득한 한 해 되세요^^*
"신년산행/북한산 의상봉~문수봉 능선 "이 인터넷신문 조선.com에 오늘의 블로그로 추천되었습니다.
미드 마운틴 문안이요. 어제 구례에서 올라와 컴앞에 앉았네. 좁은 암릉사이의 산사나이에 소생을 중용한 안산의 배려에 감사하오. 올해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큰 발전을 기대하면서...
ㅇ어이 安山 오래간만이네 글속에 산길 눈에 선하군. 늦은 새해인사지만 올 한해 무탈하시고 만사형통하시게나.... 仁舟광택
仁舟선생 다녀가신 줄도 모르고 있었네. 새해 덕담 고맙고 선생도 만사형통 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