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정성과 인연, 그리고 삶의 유머
가온 목사님의 「황소개구리」는 단순히 황소개구리에 얽힌 추억담이 아니다. 이 글은 시골 교회의 따뜻한 공동체 문화와 사람 사이에 오가는 신뢰, 그리고 인생의 예기치 못한 전환점을 특유의 유머와 함께 담아낸 수필이다.
글은 IMF 시절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시작된다. 명예퇴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드리워진 시기였지만, 교회 마당과 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득하고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러한 대비는 삶의 무거움 속에서도 자연과 공동체가 주는 위안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화자의 개성이다. 대부분의 목회자가 신앙적 교훈으로 대화를 이끌 법한 자리에서, 화자는 느닷없이 황소개구리를 몸보신용 보약이라며 적극 권한다. 그것도 전문가처럼 단정적으로 말하는 장면은 읽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독신 여성 목사가 주일 점심시간에 황소개구리 보양론을 펼치는 모습은 기존의 목회자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바로 그 자유롭고 인간적인 모습이 글 전체를 생동감 있게 만든다.
이 글의 진짜 매력은 사람들의 순박함에 있다. 화자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실제로 황소개구리를 잡아 정성껏 고아 온 성도의 모습은 요즘 시대에는 오히려 낯설 정도로 순수하다. 그는 목사의 말을 신뢰했고, 그 신뢰는 들통 가득한 국물로 나타났다. 그 장면에서는 목회자와 성도라는 관계를 넘어 서로를 아끼는 인간적 정이 묻어난다.
후반부에 이르러 글은 더욱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화자는 황소개구리 국물보다도 그 안에 담긴 성도의 정성을 복용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해 가을, 예정에도 없던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반전 같은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황소개구리 보약이 정말 효험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독자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된다. 마치 인생이란 계획보다 우연과 인연, 그리고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수필은 거창한 교훈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와 넉넉한 웃음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읽고 나면 황소개구리보다 더 건강한 것은 서로를 향한 관심과 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때로 예상치 못한 순간, 들통 하나 가득 담긴 마음의 형태로 찾아온다는 사실도 함께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이 글은 목사님 특유의 익살과 자조적 유머가 빛난다. 스스로를 "개구리보다 더 개구진 여성 목사"라고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고, 그 웃음 끝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따뜻함이 남는다. 그래서 「황소개구리」는 보약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 이야기이고, 결국은 사랑과 인연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추신> ㅎㅎㅎ 이 글은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에세이였습니다.
특히 서평을 쓰면서도 가장 웃음이 났던 부분은 목사님께서 "황소개구리는 몸보신용 천연 보약"이라고 전문가처럼 강의(?)하시는 장면이었습니다. 보통 주일 점심시간에 목회자라면 성경 이야기나 신앙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느닷없이 황소개구리 효능론을 펼치시니 성도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들었을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 그렇구나" 하고 잊어버리는데, 그 성도님은 정말로 논에 가서 황소개구리를 잡고, 삶고, 고고, 들통에 담아 교회까지 가져왔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황소개구리보다도 성도님의 실행력이 더 놀랍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반전이 압권입니다.
황소개구리 진국을 복용한 후 그해 가을 예정에도 없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설마..."
"정말 효험이 있었나?"
물론 목사님은 끝까지 확답을 안 하시지만, 독자들의 상상은 그 지점에서 활짝 열립니다. 그래서 이 글은 수필이면서도 짧은 유머 소설 같은 맛이 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웃음 뒤에 남는 정서입니다. 황소개구리 국물의 약효보다 더 강한 것은 성도님의 정성이었을 것입니다. 목사님의 말을 믿고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순박한 마음, 그리고 그 정성을 귀하게 여겨 끝내 다 복용하신 목사님의 마음이 글 전체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결국 황소개구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믿어주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웃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글의 진짜 주인공은 황소개구리가 아니라 목사님입니다. 성도들에게 황소개구리 보약을 권해 놓고, 정작 실제로 들통째 받아 들고 난감해하시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거든요. 그 장면만으로도 한 편의 시골 교회 드라마가 완성됩니다. 😊
덕분에 저도 한참 웃으며 읽었습니다. 다음 에세이도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