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학기 초가 되어 너무 바쁘고 어수선하지요?
그래도 지금쯤은 한결 나아졌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먼데 이동하신 선생님들이 많이 궁금하군요.
저도 꽤 먼 출근길에 담임에 겸임에 학생기획에 환경정리다 뭐다 무척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종일 카페 한번 열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날도 있었습니다.
전보다 힘이 좀 딸리긴 하지만 향후 제 10년의 교단은 끄떡 없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없던 힘도 절로 나는 충전용베터리?
우리 계발활동-들꽃탐사반원들입니다.
방과후학교는 무려 열 네명이나 되구요.
전교생 일흔 셋에서 보자면 꽤 많지 않은가요? 쑥도 캐고 생강나무를 코끝에 대보기도 하면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큰개불알풀'은 왜 그리도 모두들 좋아하는지^^
곰보배추(천식)를 묻는 아이도 있었고, 운지버섯(항암)을 마셔 보았노라는 아도 있었습니다.
큰개불알풀
누구 샘을 생각 하면 담 너머 신이(목련꽃 덜 핀 송이:비염)가 안타깝고,
곰보배추(배암차즈기)와 조릿대(감기), 머위꽃(관동화:기침 천식)을 보면 또 누구 샘이 생각 나
마음이 쓰였습니다.
저는 벌써 시작한 '효소'는 지천에 널렸는데 언제 만나 함께 할까 풀만 보면 아깝지 뭡니까?
원추리 새순이 많이도 올라왔습니다.
별꽃(곰밤부리), 광대나물(코딱지나물), 냉이, 달래, 쑥, 소리쟁이, 머위, 뱀딸기,
꼭두서니순, 갈퀴덩굴, 지칭개, 떡쑥, 달맞이, 개망초, 민들레, 자운영들....
고개 넘어 아내와 함께 캔 곰보배추는 이렇게 일부 말리고,
뜰의 신이도 꽤 많이 땄고,
집 뒤의 머위꽃(관동화)도 솔찬히 널었습니다.
수확이 이른 봄부터이니 온 세상이 다 내 밭이고 내 농장 같습니다!
팽나무
바닷가로 내달릴 때 그 백수해안도로 쪽이 아닌 염전 쪽 허름한 길을 택합니다.
염전 한 복판엔 우리 반 세진이의 집이 있고
'마파도' 영화에도 찍혔다는 이 멋진 팽나무들과는 대조적으로
쓸쓸하고 가난하고 어둡고 못 생긴 우리반 아이들의 집들이 다닥다닥 앉아있습니다.
그러나 난 그 아이들의 동네를 샅샅이 다닐 때에도
집과 골목은 찍지 않고 차마 멋진 데만 골라서 찍습니다.
눈이 내린 듯한 이 곳은 '전망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간 끝자락에서 찍은 것입니다.
기인 황무지 개펄의 한 구석이 이토록 멋진 사진이 될줄이야!
무얼 보고 전망이 좋다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아이들...
과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화순을 착각했던 순간,
우리반 실장 찬민이의 집 가까이에서 만난 고인돌이다.
이 작은 수선화는 수수하고 착한 우리반 아이들을 쏙 빼닮았다.
수선화
진희네 빈집 토방에
쑥쑥 솟은 수선화
경미집 뒤안 무너진
흙담 가에도 피었다
봄비라지만 아직
뼛속까지 시린데
밭이랑 에움길 따라나선
홀아비 두 집 딸
빗속에서 손짓하며
하얗게 웃고 있다.
해남 우수영중 때 가정방문을 하고 돌아와 배 깔고 지은 시다.
헉, 오늘 집에 와서 찍은 우리집 진돗개(찰수:察守)의 그거다.
집에 드는 여러 손님(뱀, 삵, 두더지, 새, 개구리, 벌, 나비, 땅강아지, 고양이...)들을
무차별 괴롭힌 죄가를 요즘 톡톡히 치르고 있는 개다.
성격과 외모 두뇌 이런 것은 모두 쥔을 잘 닮았는데^^ 그 못된 사냥의
업보는 깨지 못하여 제 몸집의 반이나 되는 삵을 최근 살생한 댓가로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데
동안 여러 대의 주사를 맞았고 스프레이 피부약을 바르고, 내 약과 효소를 먹어치웠다.
긴병꽃풀
그런데 이게 무언가!
놈이 마당귀의 풀을 여러 번 먹고 토해놓은 것은 곁에 다른 것들은 내버려둔 채
오롯 긴병꽃풀(금전초:피부병)과
갈퀴덩굴(팔선초:항암)이었다.
많이 대견해 하는 내 앞에서 아내와 딸은 킁 하고 코웃음만 날렸다...
갈퀴덩굴
그리고 아내가 거름으로 사논 깻묵(참깨:창종, 해독, 제암)을 잔득 먹고 곱똥을 쌌는데
모두 기름기가 번들번들하다. 긴 설사끼가 완전히 잡혔다.
약을 조금 아는 쥔을 닮은 이 녀석은 이렇게 하여 제 스스로 병을 완치하고 있었다!
첫댓글 찰수가 스스로 나아가듯 쥔장님은 여전하시군요. 샘이 안 계시면 카페가 카페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다 읽었어요? 딱이지요? 도가 높은 전정화샘에겐 잔 복습거리 밖엔 안되겠지만...
샘께 이런저런 이유로 전화를 드려야지 하며 며칠이 지나는데도 전화를 할 틈이 없어요. 올해 맡으신 일이 저와 너무 비슷해요*^^* 2학년 담임하고 학생기획해요. 저는 교실 환경정리 만 하면 되지만, 올해 샘 업무 엄청 많네요~~ㅋㅋㅋ. 오랜만의 담임이라 아이들 자잘한 일통 저지르는 것이 귀여워 죽겠어요.
샘, 똥,,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아요. 카메라 성능인지 기술인지에 경의를 표함,
이보다 더 반짝이는 똥을 보았는데 난 약똥같아 주워먹고 싶던데요^^ 방가지똥이나 애기똥풀보다 어째 뭉클하지 않나요? ㅎㅎ / 3월 31일날 만나면 알찬 성과?를 위해 효소 쪽으로 할까요, 봄다운 등산 쪽으로 할까요?
오빠의 일상이 잘 보이는 글이라서 더 좋네요... 찰수가 정말 기특해요. ^^
동생이 적어준 책들 곧 학교도서관에 꽂힐거야. 잘 읽을게. 김태정의 '한국의 자원식물'이 있으니 한결 들꽃공부가 재미지겠구나. 이꽃저꽃 사진도 찍어서 Q&A방에 올리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거야. 너도 곧 찰수처럼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