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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丙戌 스무이레
들머리에
5월 정기산행이 대둔산으로 잡히자 지남철에 쇠붙이 붙듯 줄줄이 이름들이 달렸더랬습니다 정말 만나본지가 오래 된 님들도 속속 모였고 드디어 사흘 전에는 정원이 다 차서 시방부턴 예비명단에 올립니다 라고 근래 보기 드문 끗발도 부렸고요
그런데 믿었던 아자씨들이 도끼 들고 설치는 바람에 끗발은 한방에 식어버렸지요 급기야 좌석 둘 남았다고, 여유좌석 둘 있다고 동네방네 방을 붙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일에는 행불성 불참자가 또 쪼인트를 세리 까는 통에 결국 스물 네명, 세가 만발이나 빠졌을 추진위원님들 속 까정 쓰렸을 테지요
출발에 맞춰 비는 내리기 시작했지만 예상하고 각오 한 터라 덤덤 했지요
헐헐... 등짐 속엔 우산, 비옷, 스패츠, 뽀송뽀송빤스,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아이젠도 들었었었을 걸요?
하지만 대둔산만큼은 구름이 도왔는지 바람이 도왔는지 기상청 아자씨의 오발탄인지 이런 완전무장이 애물단지가 되고 우린 희희낙락 무사귀환 합니다
서면역에서 산가치님과 우연히 만난다
책방 앞에는 버스가 서너 대 섰다 6시40분 능선님들은 아무도 안 보인다 꽤 일찍 도착했나보다
버스에 일착으로 오르고 자리를 이리저리 고르다가 전망 확보 확실히 되는 출입문 쪽 맨 앞줄에 보따리를 푼다
시간이 되자 좋은인연님, 노루목님, 가을무지개님, 금정산님, 나랏님보다 뵙기 힘든 님들이 차례차례 모여들고 막간을 이용해서 골초님들은 뽈다구가 쏘옥 콧구멍이 발씬발씬 하도록 끽연의 즐거움을 만끽 한다
출발 07시00 시간엄수
때마다 강조하는 사항이지만 오늘도 공갈로 끝나나 보다 벌써 7시하고도 10분이 넘었는데 행차를 아니 하신다 이때 급보가 날아든다
“ 주례역 사상사고, 행차지연 양해요망 ” 이 무신 살 떨리고 영양가 없는 통신인지...
07시20분 쯤 버스 문 닫았지 싶다
운전석 뒷 좌석은 금정산님 차지 언제 뵈어도 힘이 철철, 원기왕성, 요새는 백두대간 종주팀의 일원으로 맹활약 정말 겁나부러요
날씨예보에는 27일 전국에 비 충청도는 종일 비 내리고 10~20mm란다 꽤 걱정스러웠는데 버스가 움직이자 참말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0900
대진 고속도로 진주 분기점, 비는 계속 오락가락 오려면 미련두지 않게 확실히 오던지 기도하는 사람 헷갈리게도 한다
주말인데도 고속도로는 엄청 소통이 잘 된다 일기예보 탓 이려나 어쨌든 말궁둥이 후려친 듯 기사 아저씨 신이 났고 덩달아 우리는 느긋하다
비는 점점 많이 내리고 버스 안은 웅웅 거리는 엔진소리만 들릴 뿐 너무 조용하다 모두 잠에 빠졌나 보다
0938
육십령터널, 전라북도경계를 알리는 표지판이 연달아 지나간다
누군가 물었지 육십령 뜻을 그리고 금정산님 가라사대 “ 옛날에 도적늠들이 많아서 60명이 모여야 고개를 넘었지 ” 아무도 토를 안 다는 걸 보니 참말인 갑다
그런데 터널을 빠져 나오자 도로에 물기가 하나도 없다 뽀송뽀송 한 것이 때깔도 곱다 힉 이 무신 재수있을 징조?
길이 때깔이 고와서 인지 내닫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 다그닥 다그닥 ” 아니 아니지 “ 콰콰콰 콰콰콰 ”
10여분을 더 달리자 무주군 덕유산휴계소를 지난다
이제 햇볕은 쨍쨍 유리창도 반짝
또 10여분을 씽씽 드디어 충청남도 금산군경계를 지난다
얼마나 더 왔을까 추부, 금산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버스는 갓길로 빠져 나와 추부 톨게이트에 들어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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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나와서 20여분을 이리저리 돌아 나가자 전라북도 완주경계 표지판이 나타난다
......시방 헷갈리는 중이다
전라북도 무주에서 충청남도 금산으로 또 전라북도 완주로?
그것도 채 5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에그그 말자 길치 수준인 내게는 당근으루다가 접수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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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관리사무소 앞을 한 무리의 아이들이 떠들어 댄다 아이들의 엄마들도 수다를 떠는데 억양과 말투가 묘하다
전라도억양에 경기도 말씨가 섞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낯설다
갑자기 바가지 속이 반짝 한다
“ 바라 바라! 일마야 조용 안 할끼가? 칵 세리뿔라 고마 ”
“ 보소! 아지메 아따 대기 시끄럽네 먼 이바구가 그리 많소 ”
흐흐흐 알라들이랑 아줌씨들 왠 낮 도깨빈가 하고 기겁을 하것지?
오나 가나 매표소는 있기 마련이지만 볼 때마다 생돈 뜯기는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줄 서서 들어가는 우릴 천원짜리 지폐로 보는 듯한 눈길도 썩 맘에 안 든다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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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산으로 길이 시작 되는데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이름도 괴상하다
입장휴계소란다 그래 끝까지 입장이고 돈이고 그렇다 말이제
에라이 세가 만발이나 빠질 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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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숲으로 나 있다
볕이 없어 걷기에는 그만 이지만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갈증이 나기 전에 미리미리 마셔야 한댔지
몇 모금 마시는데 물이 달다 이미 갈증이 시작 됐나보다 쵸컬릿도 두어 알 까서 먹고 단디 해 보지만 첨엔 언제나 힘들다
누구지?
(능선에서 참가자 실명 알아 가지고 통합정보에 가서 사진 대조해서 알았지 무작정오르기님 이란 걸)
씩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무전기를 들었다 뽀대나게, 빨간옷도 입었고... 맞네 기다린 눈치네
아하 내가 꼬랑지 인가 보다
그래서 물었지 날 기다렸냐고 그렇단다 또 물었지
내가 꼬랑지냐고 또 그렇단다
낙오방지 체포조에 걸려서 똥꼬가 움찔 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받고 보니
처량한 생각이 든다
앞산도 아닌데, 시간도 넉넉한데, 이 무슨 시츄에이션?
뜨벌 언젠가 내가 한번 무전기 잡는 날에는 적어도 맨 뒤에 처지는 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얼 반 돌아 가실 줄 아시셔
빨간 옷에 빨간 모자까지 하고 “ 어허 동작보소 ” 해 감시롱...
생각만 해도 뿌듯하네 그랴
무슨 늠의 길이 죽자 살자 기어 오르기만 하노
내리막도 필요엄따
그냥 평평한 평지만 쬐끔씩 나와주면 그래도 좀 수월 안 하것나
하초 부실한 늠 쥑일라꼬 작정을 해도 분수가 있지
무신 늠의 돌계단이 수캐 좆 자랑 하드끼 툭 하믄 나오고 툭 하믄 불거지노
삼선다리 철계단에서 시체놀이 해 보지도 못 하고 여기서 시체 되믄
누가, 언늠이 책임 질 것고
거기다가 경사는 우째 이리 심하노 차라리 고마 발딱 세우고 말지
그라믄 하초에 바람 숭숭 부는 늠이나 안 부는 늠이나 똑 같을 것 아닌가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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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빠지게 왔더마는 구름다리 밑이다
나뭇잎 사이로 잡히는 구도가 딱 이다 그래서 얼른 폰카에다 주워 담고
모퉁이 돌아 서니 우와 금강구름다리가 썩 나서는데 계곡 이 쪽 저 쪽을 쇠판과 쇠밧줄로 엮어 척 걸어 놓은 것이 운치가 철철 넘친다
계곡도 천길 낭떠러지는 아니어도 수십 수백 길은 되고도 남겠다
다리 입구에는 지리개굴님이 디카들고 섰다 독사진 한방 씩 놔 주는데 참 부지런도 하다 싶다 누가 시켜서 하라 카믄 단박에 때리 쥑일라 칼끼라
일기예보 덕을 여기서 보는 갑다 토요일이믄 터져 나가고 난리가 났을 건데 여유있게 폰카도 찍어보고 버티고 서서 케이블카 올라 오는 것도 구경하고 여유작작이다
얼얼하게(?) 한방 박고 다리를 건넌다 폰으로 셀촬을 해 보는데 바가지만 나오고 웃기지도 않는다 보다 못한 제비님이 찍어 주겠단다 파란단추 일러주고 바로 자세 잡았지 단추는 띡 띡 아마 요따우 소리를 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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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다리 밑이다 금강다리에서 20여분 몸부림 쳤나보다
이 자리도 목이 좋은가 스님 한 분 목탁을 두드리며 관셈보살 염불로 시주접수 중이다
아까 금강다리 입구에도 있더마는.... 불심이 없어서 일까 선뜻 지폐 한 장 꺼내 들 맘이 없다
가만히 보니 쩐 보따리를 푸는 사람이 없다 적어도 시방타임으로 저 스님 공염불 하지 싶다 쓱 지나치는데 이상하게 바가지가 끌끌하다
드댜 말로만 듣고 그림으로만 보던 삼선다리 앞에 선다 한번 올려다 본다 아 띠바 그냥 가자니 하초만 부실한 게 아니고 맴도 허 하다고 골마다 방송 나가지 싶고 앵겨 붙자니 아랫도리 감당이 불감당이고 딱 진퇴가 양난이다
가자
고목나무에 매미 붙듯 붙어서 뽈뽈뽈 함 가보지 뭐
대 여섯 계단을 올라서는데 목을 언 늠이 잡아 빼나 사정없이 오그라 들고 똥짜루는 수 삼일 똥 한번 못 뺀 변비통 마냥 자꾸만 밑으로 처지면서 후회가 가슴을 친다 “ 내가 미칬제 으이? ”
앞에 섰던 총각은 벌써 저 만큼 멀어졌다 앞이 훤히 뚫려서 인지 계단이 벌떡 일어서서 마빡에 딱 붙을 것 같고 뒤는 돌아 볼 엄두도 못 낸다
엉거주춤 마른 침만 꼴딱꼴딱 울대는 오르락 내리락...
그런데
사타구니를 동심원처럼 그리면서 두 쪽을 중심으로 저릿한 것이 히익 이 무신 수상한 느낌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아랫도리 수습이 안 되고 손도 풍 맞은 것처럼 샤블샤블 떨리는 것이 드디어 시체가 되는 구나 충청도 금산 땅 산 중턱 철계단에서 내 인생 조지는 구나
그랬는데 참 희한도 하지 어느 순간 폰으로 저 위에 가는 총각 똥꼬를 겨누고 파란 단추를 누르고 있는 게 아니겠어?
휘유
마지막 계단을 밟는다 얼른 빠져나와 철책 옆에 기대어 정신을 챙겨본다
대견해서 장해서 이 장면도 폰에 담아야지
하지만 계단 끝에는 가 보지도 못 하고 겨우 철책에 허리를 걸고 비스듬히 한 장면 잡아본다 에고 새 가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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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제1봉 마천대다
여느 봉우리의 모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꼭 통신 중계탑같이 생겨 먹은, 이름 하여 開拓塔이라는 것이 희고 둥그런 가락지를 다섯 개나 휘감고 버티고 섰는 꼴이 내 눈에는 영 아니올시다다
그래도 물증은 남겨야지 폰 꺼내 꼭 눌러 담는다 산 아래로 풍광이 기가 막히다 올망졸망 집들과 굽이치는 능선과 봉우리 그리고 저 하늘의 구름까지 어울림이 가히 몽혼적이다
서둘러 돌아 나오니 앞 사람이 벌써 저 만치 간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12시넘은지가 언젠데 밥 묵자 소리를 안 한다 보따리에는 김밥이 두 줄이나 들었는데... 살짝 기분이 나쁠라 카네
산장 쪽으로 방향을 잡는가 보다 밥 묵자 소리 들을려면 부지런히 따라 가는 수 밖에, 여기는 오전에 비가 좀 내렸나 보다 길이 질퍽 거린다 뒤 따라오던 노루목님이 쫄딱 쫄딱 미끄러진다 이크 조심해야지
잠시 발 쉼 하는데 누군가 배를 깎아 한 조각 씩 돌린다 이건 배가 아니다 꿀인겨 두런두런 얘기 끝에 두 사람이 여지껏 안 보인단다 그것도 처녀 총각이.. 응큼한 유부남들 말 하는 것 함 들어보지
“ 고만 놔 도라 총각 장개 가야 될 것 아이가 ” 글쎄올시다
한참 입방아를 찧었네 폰 호출해서 처녀총각 딴 짓(?) 못 하게 단속하고 앞서 간 일행을 무전기로 불러본다
점심먹자고 빨리 오란다 점심 소리에 귀가 번쩍 그랴 점심 묵으야제 싸게싸게 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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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대 대피소에서 보따리 보따리를 푸는데
제리뽀 그릇에 담은 산사춘, 쇠주와 족발, 새우튀김, 도야지 편육, 제피무침, 김밥, 걸지게 먹고 배 쓰다듬으며 일어서니 부러울 것이 없도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이 눈빛이 수상하다
권하는 슈울도 마다 하고 커다란 눈망울만 빙글빙굴 돌리는 주마간산님이다
오늘은 아니 산속에서는 결단코 비주류로, 두꺼비 모가지를 비틀어도
잔을 채우지 않는 절개(?)로, 뭔가를 보여 주겠단다
그 참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 갈라꼬 저리도 악착같은지
저러다 생병이 나것네
새벽2시까지 펐다더마는 후윳증인가?
껍데기 색깔은 시방으로도 쓸만한데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네 그랴
빗 방울이 떨어진다 그러나 우린 이미 점심을 다 쪼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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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대 입구, 밍기적 거리며 굼뜨게 후미에 붙었더니 선두는 벌써 낙조대로 가고 없다 낯 익은 지리개굴님의 보따리만 뎅그러니 놓였다
낙조대가 뭐 하는데요 물었더니 제비님 가라사대 새 새끼 떨어 진 자리라고 농을 한다 흐~음 새 새끼 떨어진 자리라고 라고라?
아 뜨벌 뜬금 없이 내가 그 새 새끼 짝이 나는 건 아닌지 하는 별 괴상하고 요망스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드는 게 조망이 일품이라는 낙조대라 하는데도 가 볼 염이 안 난다 점심 먹은 게 체하나 싶다
고개를 넘듯 내리막길을 간다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렸다
갑자기 이파리 위에 부닥치는 빗소리가 귀를 즐겁게한다
나뭇잎에 부서지는 빗소리는 어느 악기소리 보다 감미롭다
땅위에서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천상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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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다 어디서 이리 물이 콸콸 쏟아질꼬 물 맛은 달고 시원하다
물통에 가득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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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사 입구다 독경소리 은은히 울려 퍼지고 산행을 마무리 하는 맘들마다 저 소리에 필이 꽂히려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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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나가는 길이 온통 시멘트 길이다 이것도 저 위에 절이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겨 보지만 걸음이 편하지 않다
길 옆 곳곳에 소리통이 달렸고 그 속에서 령들을 달래는 스님의 목소리가 적막을 깬다
가만 오늘이 음력 초하루지 제를 지내는가 보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인생이 무상함을 새삼 알겠다
1435
저기 다리 건너 빠스 꽁무니가 보인다
산행을 마치면서, 기다리는 빠스를 볼 때면 반갑기도 하지만 마치 주인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충성스런 말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싫지가 않다
길 옆 개울엔 맑은 물이 넘친다 먼저 온 님들이 발 담그고 씻기에 여념이 없다 보따리 내려 놓고 나도 발 담궈 본다 물이 많이 차다
나타났다 알탕족들
골수가 아니면 어찌 저리 서슴없이 알몸으로 물에 들리요 부럽다
알탕족이기에 앞서 대책 있는 리필청춘임을 몸으로 말 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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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위태위태
참고 참았던 먹장구름 속의 빗방울들이 둑이 터지듯 땅으로 내려 앉는다
알탕까지 마치고 제 자리 마다 조선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앉자말자
기다린 듯이 쏟아지니 이게 무슨 조환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느긋하게 비 구경 하면서 돼지 소풍가는 날에 반드시 하는 일을 우리도 마무리 삼아 시작한다
“ 자리에 없는 사람 손 들어 ” 이 멘트는 출발 할 때부터 금정산님이 날린 파울성 점호 구호다
자리에 없는 늠이 무신 재주로 손을 드노 그랬거나 말았거나
아무도 손 안드는 걸 보니 다 있는 갑다
빠스 문도 닫았고 이제는 콧구녕 파는 일만 남았는데
갑자기 뒤에서 한사람 없단다
누구야 도대체... 괜히 콧등에 주름 한 번 잡아보는데 산가치님으로 밝혀진다 폰으로 전화를 해 보지만 먹통이다
바깥에는 억수같은 비가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당장 피멍이라도 낼 것 같이 으르릉 대는데, 급기야 지리개굴님 우산 들고 쫒아 나온다
타이밍도 절묘하지 막 문열고 내려 서는데 비 사이로 달려 오는 모습이 보인다
후두둑 비를 털고 올라 서는 산가치님 손에 두툼한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산나물이라나 뭐라나
헐헐 홀로 나물 캐다가 골로 간 사연도 모르시나 봐
하긴 골로 간 주인공은 처녀니까 경우가 좀 다를란가 모르지만
골로 가는 게 뭐 별건가 이런 날 이 산중에 나물 캐다가 오리 알 되면
그게 바로 직빵으로 골로 가는 거지 뭐
어쨌거나 산가치님이 산나물에 콩깍지가 씌어 대미를 꿰어 찼고
할 건 다했으니 산행의 마무리에 미련도 아쉬움도 있을리 없지
말은 이따만한 눈깔닦개로 써걱 폼 나게 누시깔을 한 번 닦고 비에 젖은
갈기를 털어 굽을 세운다
이젠 가야지? 마지막으로 자막성 멘트 함 하고...
가슴을 저 진초록의 숲에다 헹궈서 툭툭 털어 어디다가 널어 볼까
봉우리에 널면 바람이, 햇살이 말려 주려나 하얀 솜구름 뭉게뭉게 피면 오마니 품 만큼 폭신한 그 위에 널어나 볼까
초록으로 물든 그 파란 가슴에다 이제 무엇을 담고 무엇을 새겨 볼까
벗님들아
세파의 아픔이 고통으로 다가와도 퍼붓는 저 비 구름 위에도 태양은 늘 빛나고 있듯이, 태양이 지켜 섰듯이 우리에게는 저 숲이 저 산이 지켜 섰음을 가슴에 담고 새겨서 늘 잊지 마세나
첫댓글 사진이 보이지 않습니다. 컴에 있는 사진을 앨범방에 올리고세요..
저는 잘 보이는디요..기본앨범에 올맀심다 구경 하이소
그 참 ....AS가 필요 하네요 인건비도 비싼데 그림 뺍니다 앨범에서 보세오~옹
역시 좋은글!! 수고하셨슴다.
얼~쑤~
소오강호...두번 죽다
역시 명 문장... 재미난 글에 다시 감상에 젖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