謹 고 김정례 여사님 영전에 弔
생로병사만이 진실/세훈
살다보면 변수가 너무 많아
무엇하나 믿을 수 없는 세상
세월은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이
생로병사만이 진실이던가?
오늘 아침 비보는 고향의 용현형수님이
89세를 일기로 이승을 달리하시었다.
무안 상동에서 20세에 출가해 오신 고 김정례 여사님은
슬하에 무남독녀뿐인 오직 따님을 믿고 그 세월 집을 지키셨다.
고 나양수 형님은 성취 후
딸 하나 기념인 듯 출산 14일 만에 일본으로 징용 가시어
아버지라고 한번 불러보지 못한 족장의 한 많은 세월이며.
일행들에 의하면 행방불명이란 무소식이 전부였다.
나주 나씨 자가 일촌으로 출가하신
형수님은 오직 시어머님 모시고
외동딸을 길러 교육계의 사위를 맞아드렸으며
큰 걱정은 덜고 집안 대소사 큰상차림의 봉사대장이셨습니다.
집안에서도 가장 믿음직한 형수님의 비보를 듣고
크나큰 지붕이 무너짐을 연상하며 우선 기억나는 대로 내일이면
흔적마저 영원히 떠나가실 임의 영전에 어린 때부터 보아온
줄거리를 이어 남은 가족과 되새겨보려는 마음이다.
전남 무안군 삼향면 유교리 청룡마을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지켜온 그 집에서
외로이 계시기에 출가한 따님은 그제도 전화했건만
홀로 계시니 불안해서 어제아침 전화 불통이어라.
광주 따님 댁을 그렇게 오가시더니
마지막 본가를 잊을 수 없으셨는지
아무 말씀을 전달할 수 없는 외로운 방에서
영면을 택하시어 모든 이의 마음은 안절부절 하여라.
생전에 지켜오시던 마을 뒷산에
미리 예견해 두시었던 선영에 안치되실지니
남은 총생들의 마음 한구석이 텅 빈 채로
생로병사의 진실은 애석(哀惜)함 그지 없소이다. 고이고이 잠드소서!
09.12.09.
첫댓글 집안 형수님께 드리는 조시를 읽으면서 세훈님의 평소 폭넓은 삶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