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시인시각]2006. 여름호
나의 사랑 줄리아*
조동범
줄리아와 함께 소풍을 가는 유쾌한 휴일
즐거운 표정의 소풍이 도로 위로 쏟아진다. 깜깜하게 웃으며 자동차에 담기는 나의
사랑 줄리아, 흥겨운 리듬에 담긴 줄리아의 눈빛이 유행가를 게워낸다.
오! 나의 사랑 줄리아.
맨발의 줄리아, 낡은 배낭 속의 김밥을 꺼내어 한 입 베어문다. 지나간 날들이 김밥
에 말려 쏟아진다. 차창 밖으로 검고 긴 건물들이 성기처럼 서 있다.
거대하게 발기된 건물을 헤치며 소풍을 가는, 나의 사랑 줄리아
흔들리는 차창에 맞춰 배낭 속의 음료가 가볍게 팔랑인다. 휴일의 도로는 찬란한
질주로 가득하다.
순간 저편으로 질주의 마지막이 날아오른다. 유행가는 여전히 즐겁게 돌아가고,
팽팽하게 속도가 어긋난다.
경쾌하게 굴러가는 배낭 속의 과일이 핏빛으로 물든다. 줄리아의 눈빛은 서늘하게
물든 리듬을 더듬고 있다. 파편을 밟은 도로 위의 햇살이 분주히 부서진다. 줄리아는
아직도 즐겁게 달리고 싶다. 즐거운 리듬에 맞춰, 흔들흔들, 창밖을 바라보고 싶다.
줄리아와 함께 떠난 소풍이 충렬된 눈으로 줄리아를 바라본다.
즐겁고 유쾌하게 해가 지는 휴일의 등을 돌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검고 긴 건물의 귀퉁이에서
*가수 이용복의 노래를 차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