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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사
가을이 익어가는 오늘 저녁, 설석헌 강은이 선생의 ‘우리그림 어울림전’의 문인화 전시회를 마음을 모아 축하드립니다.
설석헌 강은이 선생은 제가 1975년 광천여중에서 3학년 때에 담임을 한 제자입니다. 금년 5월에 서울 예술의 전당의 국전 초대작가 문인화전에서 강은이 선생의 그림과 글씨를 감동적으로 보았습니다. 국전의 초대작가가 된 제자의 문인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전을 연다고 하니 강은이 선생이 자랑스럽고 훌륭하여 기쁨은 두 배로 크며 존경하는 마음까지 합하여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강은이 선생은 학교 때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학급대항 합창대회에서 무용을 한 것이 생각납니다. 아마 그때부터 예술에 대한 재질이 있어나 봅니다. 동생도 시인으로 시집을 내고 활동을 하고 있으니 문학과 예술의 집안입니다.
강은이 선생은 영·정조 때에 시·서·화의 3절로 문인화의 새 전기를 마련하여 그 당시 ‘예원(藝苑)의 총수(總帥)’라 일컬은 표암 강세황 선생의 후손이라 합니다. 아마도 이런 가문의 맥을 이어받아 많은 대회 입상을 하고 국전 초대 작가가 되었으며 또 전국의 많은 초대전에 출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빛나는 개인전도 열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강은이 선생은 결혼하고 아들 둘을 낳아 기르며 살림하는 주부로 늦게서야 그림과 글씨에 뜻을 갖고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니 저는 정말 불가사의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어느 날 하루아침에 오늘 날의 문인화가 강은이 선생이 되었겠습니까?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봉인 추사 김정희 선생은 ‘평생 먹을 갈아 열 개의 벼루를 밑창 냈고, 일천 자루의 붓이 몽당붓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천재의 대가도 이러한 노력을 했다는데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의 강은이 선생의 노력은 어떠했겠습니까? 다행히 훌륭한 스승님을 만났지만 그야말로 불철주야 쉬지 않고 각고의 피나는 노력으로 오늘이 이루어 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강은이 선생이 전공하는 문인화는 기법에 얽매이거나 사물의 세부 묘사에 치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지 그리고자 하는 사물의 진수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학문과 교양, 그리고 서도(書道)로 연마한 필력을 갖춘 상태에서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준비하여 영감을 받아 즉시 그린다는 것입니다. 문인화가들은 필력이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그림에 기교가 나타나지 않도록 치졸(稚拙)한 맛을 살려 그림으로써 천진(天眞)함을 강조하여 사물의 내적인 면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런 면으로 보면 문인화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림을 보기도 이해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림과 글씨를 잘 모릅니다. 그러니 그것을 볼지도 모릅니다. 강은이 선생이 갖다 준 도록을 보고 또 오늘 전시회에 와서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문인화의 본뜻과 강은이 작가의 내면을 생각하며 내 마음에 담아 보려하였지만 그림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여 담기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선 영·정조시대 유한준은 ‘그림은 그것을 아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보는 사람이 있고, 소장하는 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알게 되면 곧 진실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곧 진실로 보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림을 아직 알지도, 사랑하지도, 보는 사람도 못되지만 오늘 전시회를 계기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좋아하다 보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진실로 알게 된다하니 문인화를 공부하며 좋아하려 합니다.
강은이 선생은 도록에서 ‘이루기’전에 ‘어울려 봐야’ 하지 않나 싶어 전시회 이름을 <어울림>이라 붙였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늙은 옛날 선생이 보면 설석헌도 이제는 ‘갖추어 이룬’ 경지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울린다는 것은 친하다는 것이니 친하면 벗이니 이제는 강은이 선생의 가장 친한 벗은 문인화요, 문인화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요, 문인화 없이는 설석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설석헌 강은이 선생! 그동안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취묵헌 선생님께서는 ‘그냥 즐겨’라 하셨다 합니다. 나도 이제 문인화를 사랑하며 즐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말한 표암 강세황 선생은 76세에 금강산을 다녀오고 기행문과 그림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강은이 선생도 앞으로 꾸준한 열정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여 우리나라 문인화의 대가가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계속하여 오늘 같은 전시회를 5년, 10년, 20년 후까지 이어가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중견 문인화가가 되었으니 스승으로써 후진을 양성하여 아끼는 제자를 많이 두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우리그림 어울림전’을 축하하며 우리 설석헌 강은이 선생의 앞길에 무한한 영광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2016년 9월 26일 한면우
스승님은 어버이와 같다 선현께서 말씀하셨는데 개인전을 앞두고 선생님께 부탁드린 축사가 하도좋아 이메일로 받아 설은묵연에 설석헌 강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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