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약속 장소에 좀 일찍 도착했어.
맥주를 드시고 계시던 주인아저씨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뽑아온 안내장(이거 보고 들어온 사람 있어? 근데?)을 밖에다 붙이니까 성아가 들어왔어.
혼자 있을 땐 몰랐는데, 그때부터 설레기 시작하더군.
"과연 몇명이나 올까? 오늘 분위기 재미있을까?"
사람들이 7시를 훨씬 넘어서 오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인지...
난 은엽이랑 달리 생각보다 훨씬 빨리 사람들이 들어온다 생각했어. 그것도 떼로.
예전 2002년에 9시 이전에 취해서 죽어버렸던 아픈 기억을 뒤로 한 채
이번엔 절대 안죽고 끝까지 가겠다고 다짐한 나.
맨정신으로 열심히 회비를 걷기 시작했어.
회비를 걷는 건 금방 끝나고 이내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 드문드문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오더군.
간신히 한숨돌리고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어느새 사람들은 길게 늘여놓은 테이블에 가득찼어.
그런데....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더라.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끼리 앉아버리게 된.. 그것도 길고 긴 한 테이블에서.
주인아저씨는 이 상황을 감지하시고 자꾸 '마이크를 쓸테면 써라'라고 했는데....
나는 끝까지 괜찮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던것 같아.
그때는 각자 즐겁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깨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만 있었는데
다들 서로의 이름은 한번쯤 듣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사실 고등학교때는 한번도 말을 해보지 못하고 여기서 처음 이야기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런 친구들을 위해 자기소개 시간을 갖지 못한 건 좀 아쉬워.
이렇게 뭔가 아쉬운데 아쉬운데... 하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했는데...
어느새 시간은 벌써 12시.
난 인오가 2차를 잡자고 할때 벌써 12시가 되었다고는 생각도 못했어.
12시가 되었지만 거의들 집에 가주지 않았고 분위기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거든.
게다가 난 이제 막 술을 먹으려던 참이었다구 ^^
어쨌거나 이어진 노래방과 감자탕집.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건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거야.
저번엔 너무 일찍 죽어서 이야기를 못하고
이번엔 돈을 걷느라 여유가 없어서 이야기를 못했나?
아니, 어쩌면 그걸 핑계로 나도 쑥쓰러워 했는지 모르겠어.
너희들과 좀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
재인이가 말한대로 분기 1회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1년에 한번이라도 꾸준하게 만났으면....
지금처럼 스스럼없는 느낌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아! 2005년이 가기 전에 또 한번 크게 모이자구!
그땐 정말 제대로 놀아주겠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테닷^^
첫댓글 나 그 안내장 보구 감동먹었자나~^^ ㅎㅎㅎ역쉬 수영이얌!!그래 이번해 가기전에 거국적으로다가 함 더!!!콜~
안내장이란것도 있었나.....????????????
허극...수영이 서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