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謝 빚'은 '금전 빚'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필자가 주)학산비트로 故이원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천주교양산공원묘지로 간 것은 꼭 '感謝 빚' 때문만은 아니다. 고인은 생전에 내 안의 빛나는 1%를 인정해 준 몇 안 되는 분 중 한 분이셨다. 그리고 늘 자존감 있는 삶이 무엇인지, 나다운 진정성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떠올리게 하셨다.
비트로팀의 대학생 재능기부에 대해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힘을 실어 주셨던 그 정성을 어찌 잊겠는가.
지난 4월 19, 20일 비트로배 제43회전국화곡어머니테니스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품질 좋은 참가 품을 협찬해 준 주)학산 비트로의 영향력이 컸다. 특히 올해 화곡대회가 속해 있는 생활체육대회 우승자는 카타나 카토에서 우승자로 인정하지 않아 여러 가지 애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가 많았다.
5월 15일, 화곡대회결산에 대한 감사 발표를 한 그 이튿날 천주교 양산공원묘지로 출발했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나 혼자 왕복 운전하기가 쉽지 않아 ktx를 이용하기로 했다. 부산역까지 ktx로 가서 다시 서울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로 환승해 물금역에 내렸다.
물금역에서 천주교 양산공원묘지까지는 승용차로 30분.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근처에서 꽃을 준비했다. 생화, 그것도 흰 국화만 가능하고 많이 가져가면 짐도 많아진다는 꽃집 주인 할머니의 말씀대로 소소하게 준비했다.
천주교 '하늘공원'에 도착했으나 27단 3열 14번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가족 봉안당 게시판에 26단까지만 표시 되어 있어 당황하게 했다. 봉안당 관리실로 올라갔다. 그곳에 놓인 지도의 표지판을 사진으로 찍어 다시 내려왔다.
비에 젖은 낮은 비석들을 헤아리며 더듬더듬 찾았다. 처음이라 헤매는 것은 당연하다. 하얀 십자가 아래 270314. 베드로. 드디어 나는 고인을 만났다.
"회장님, 저 왔어요!!"
"........."
무수히 많은 상념들이 스쳐갔다. 화곡대회 협찬 20년을 넘기면서 때론 모진 인연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어깨가 무거워지셨을 것이다. 그러나 고인은 그 오랜 세월동안 화곡클럽 회원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셨다. 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셨던 고인에 대한 고마움을 어찌 잊겠는가.
이제 평안하게 잠들어 바람소리, 새소리, 곁에 핀 들꽃의 움직임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셨을까? 너무 늦은 방문이었으나 잘 치른 화곡대회며, 비트로팀 재능기부며 이런 저런 말씀을 드리고 나니, 마치 곁에서 "잘하고 있어 듬직하다"는 칭찬의 환청이 들려오는 듯 했다.
그때서야 사방을 둘러보니 앞산에서 뿌옇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곱디 고왔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해도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퍼져 나갈 수 있다'던 法句經의 구절대로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생전의 덕을 베풀었던 그 흔적들이 훈훈하게 했다. 비는 부드럽게 계속 내리고 있었다.
바로 서울로 돌아오기 섭섭하여 통도사 자장암에 들렀다. 자장암의 '백팔번뇌를 잊게 하는 아름다운 계단'을 내려와 울산으로 가는 3000번 버스에 올랐다. 40분 만에 울산역에 닿았다. 그곳에서 서울로 오는 KTX를 타니 한결 쉽게 올 수 있었다. 밤 열두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해 하루를 뒤돌아 보았다. 다음 번 하늘 공원을 방문할 때는 작은 화분에 생명력 좋은 꽃 하나를 심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움 준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화곡클럽 이수령 회장, 허갑석 형님의 협찬, 그리고 또 한 분, 고맙습니다.
2018.05.17 송선순 비트로 팀장 씀
양산에서 울산으로 가는 3000번 버스는 양산 이마트 앞에서 승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