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41분,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이다. 프랑스(8시간 50분), 미국(8시간 38분)보다 1시간이나 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한국이 꼴지다(2016년 기준). 수면 질도 떨어져 불면증, 기면증(嗜眠症·과다수며증),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한 해 72만 명(2015년 기준)이다. 2010년(46만 1,000명)보다 5년 새 56% 늘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코골이가 불면의 시작?
코를 골기 시작하면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수면에 방해를 받기 시작하면 뇌 기능도 문제될 수 있다.
수면이 짧아지면 뇌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줄기 때문이다.
민아란 한양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로토닌은 뇌에서 충동을 조절하고 올바른 결정을 돕는다"며 "세로토닌이 덜 분비되면 충동성이 늘고 결정 능력도 떨어진다"고 했다.
수면장애가 우울증(일반인 보다 10배 가량 높아진다)과 불안장애, 알코올 중독,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조현병(정신불열병) 등 정신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불변의 밤은 남녀간 차이가 뚜렷하다.
여성 수면장애(42만 7,000명· 2015년 기준)가 남성(29만 명)보다 1.5배나 많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장애(신경과 교수)은 "여성은 임신과 출산,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갱년기 등으로 모든 연령층에서 수면장애가 번번히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수면과 관련 있는 아세틸콜린 신경전달 물질 분비가 감소한다.
이에 따라 생체시계가 혼란을 느껴 밤에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자주 깨게 된다.
수면장애 여부를 알려면 '수면다원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비용이 30~100만 원이나 드는 게 단점이다.
술은 오히려 숙면 해쳐
술로 잠을 청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술은 숙면의 방해꾼이다.
술을 마시면 금방 잠들 수 있지만 자주 깨고, 깊이 잠이 들지 못해 결국 숙면시간은 줄어든다.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도 이완되어 수면무호흡증이 악화될 수 있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코올은 쉽게 잠들게 하지만 유지시키지 못해 오히려 일찍 깨우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녹차나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도 피해야 한다.
몸을 각성해 잠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잠이 안 오면 수면을 유도하는 '트립토판' 성분이 든 우유나 바나나, 상추, 호박 등을 먹고, 졸음을 일으키는 둥글레차도 좋다.
적당한 운동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격하게 누동을 하면 체온을 올려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고 생체리듬마저 깨질 수 있다.
밤에는 요가·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되도록 잠들기 5시간 전에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
운동 후, 장자리데 들기 2시간 전에 반신욕이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 체온을 낮추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숙면하는 법이다.
잠자리는 최대한 어둡게 해야 한다.
잠자리에 누워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TV나 스마트폰과 같은 푸른색 빛을 내는 전자기기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저해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부족한 잠을 한번에 물아 낮에 자기 보다는, 낮에 너무 졸리면 15분 이내, 휴일에는 30분 이내 자는 것이 좋다.
올바른 수면자세는 똑바로 누워 입을 다물고 코로 호흡하는 것이다.
입으로 숨 쉼면 구강이 말라 이물질에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 감기나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구취 등이 생길 수 있다.
무조건 수면제 피하지 말아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수면제 복용이 늘고 있다.
수면제는 항(抗0불아제(벤조다이아제핀)와 신경안정제(할시온), 수면유도제(졸피뎀)가 주로 쓰인다.
비(非) 벤조다이아제핀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은 2013년 19품목 1억 1,310만 정에서 2015년 1억 2,025만 정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따라서 수면제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는 불안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유도, 근육 이완, 경기(驚起)·발작 예방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억지로 뇌파를 졸리게 해 기억력이 떨어지고, 잠에서 깨어도 머리가 띵하고 개운하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역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할싱온(성분명 트리아졸람)도 불안감, 짜증, 건망증, 공격적 성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에서 수면 유도 기능만 작용하게 해 부작용을 줄인 약이 바로 비 벤조다이아제핀 수면유도제(졸피뎀)다.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수면유도제는 부작용으로 졸림을 동반하는 감기약 계열 약이다.
최근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을 보충하는 '서카딘'(서방형 멜라토닌)도 나왔다.
수면제 부작용으로 기억력 저하나 밤에 잠자다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이상행동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수면제를 적정 용량으로 2~3주 정도 단기간 먹는 게 원칙이다.
취침·기상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효과도 떨어진다.
취침시간을 정해 잠들기 전에 바로 먹어야 한다.
수면제를 먹은 뒤 잠자다 돌아다니는 등 엉뚱한 행동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즉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불면증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면 수면제 복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보통 수면제를 3주 이상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우울증·불안장애·수면무호흡증 등 불면증의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원철 강동경희병원신경과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공단도 부작용을 우려해 졸피뎀을 한번에 28일 이상 , 할시온은 21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낮 시간에 너무 졸리는 기면증은 뇌 시상하부에서 각성을 유지해주는 물질인 '히포크레틴'이 적게 나와 생긴다.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하게 졸리면 전문의에게 수면다원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기면증 치료제로는 '프로비질(성분명 모다피닐)' 이 유일하다.
◇ 수면에 도움 되는 음식
① 신선한 채소· 단백질 : 과일, 풍성귀, 채소를 가능하면 많이 먹는다. 저녁 식사로 닭고기와 생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자.
② 섬유질과 곡식류 : 끼니마다 한 조각의 섬유질 빵을 먹으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③ 무기질 제제 : 칼슘, 마그네슘, 철, 트립토판과 같은 비타민 무기질 제제는 수면에 좋다. 칼슘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만드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 낙농품, 뼈째 먹는 식품, 일부 청색 채소에 들어 있다. 철, 구리, 마그네슘도 수면중 다리 움직임을 편안하게 도와줘 숙면에 도움을 준다. 철이 많은 음식은 푸성귀, 달걀, 간, 선지, 고기, 생선, 아보카도, 아몬드 등이다.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은 고기, 해산물이다.
④ 트립토판 : 트립토판은 잠들게 만드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돕는다. 따뜻한 우유, 칠면조 고기, 참치, 치즈 등에 많다. (자료 : 한진규, '수면 벨런스'(다산출판사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