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백을 했었지 / 서형오]
나는
네 지붕이 되고 싶어
방 하나 딸린 집
천장이 되고
벽이 되고
방바닥이 되고 싶어
맨 나중의 시간에
네가 내 바깥으로
아주 나가면
더는 문 닫힐 일 없는
빈집이 되고 싶어
그렇게 나는
너로 그득한
집이 되고 싶어
l해설l
알리다 묻다 깨우쳐주다, 가르치다는 뜻을 가진 한자 告(고)와 검다 캄캄하다 감추어진 나쁜 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 黑(흑)의 정반대의 뜻을 가져서 희다, 깨끗하다, 밝다, 좋은 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 白(백)의 결합 언어가 고백告白입니다.보통은 남녀관계에서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던 좋아하는 감정인 호의나 호감을 넘어서 상대에게 감추어 둔 말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숨김없이 밝힐 때도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서형오 선생님의 시 “이런 고백을 했었지”는 남녀관계의 고백 형태라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연애 단계를 넘어서 결혼을 전제로 한 사랑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혼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신랑 측에서는 집을, 신부 측에서는 가재도구를 준비하는 우리 옛 풍속과 비교하여 감상하면 한층 더 시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듯한 집이 아니라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차린다는 솔직하고 소박하며 낭만적인 고백의 풍경입니다. 그리고 예쁜 신부가 될 상대에게 으름장도 놓습니다. 당신 아니면 난 홀아비로 혼자서 그 집에 살겠다고, 이런 멋진 고백에 넘어가지 않을 신부는 없겠지요. 만약 이렇게 멋진 고백을 해보지 못한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오늘 저녁 한 편의 시를 쓰셔서 지금 함께하고 있는 배우자에게 쓱~ 내밀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https://story.kakao.com/ch/pusanpoem/dH5j8czhiCA/app
-맹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