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기차게 잘하는 법" / 청견 스님
소리산 참선캠프 법왕정사 청견 스님
20대의 젊음이랄까. 요즈음의 신록을 보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운 생명의 박동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 주일을 재충전하는 토요일 오후, 소리산 법왕정사를 찾았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에 위치한 소리산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진 산은 아니다. 왜 소리산이라고 했는지
누가 언제부터 소리산이라고 했는지 소리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요하고 깊은 산이다.
면소재지를 지나서도 깊은 산 외길을 세 개나 넘어야 하는 연화봉 중턱에
턱 자리 잡은 법왕정사는 그야말로 속세를 벗어난 듯
사방에 우람한 산들이 호법신장처럼 애워 싸고 있어 수행하기 좋은 곳이다.
법왕정사가 이곳에 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재가불자
전문수행도량으로 ‘소리산 참선캠프를 연 것은 지난 해 4월이다.
새벽예불을 시작으로 하루 네 차례 정진(한글 금강경 독경, 염불, 108배)과
행선, 울력으로 이어지는 일과수행정진과 매주 토요일 직장인들을 위해
오후 8시에서 다음날 7시까지 이어지는 철야정진,
그리고 매월 마지막째 주 토요일 3천배 정진프로그램을 수련원장이신
청견 스님이 직접 지도하고 이끄신다.
아울러 3박 4일· 4박 5일 출가체험 특별수행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리고 있는 법왕정사에는
현재 20여 명의 수행자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매일 찾아오는 수행자들을 위해 항상 문이 열려 있다.
저녁 8시가 되자 수행원 2층 법당에서는 청견 스님의 직접 지도하에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었다. 참가 대상자들은 주로 한 주의 일을 마치고
전국에서 온 직장인들이고, 연령층은 초등학생에서부터 70대 노보살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스님은 밤 10시까지 두 시간에 걸쳐 호흡에 맞춰 절하는 비법과 시범,
그리고 각자 자세교정까지를 상세하게 지도하신다.
“호흡에 맞춰 절을 하다보면 절대 힘들이지 않고 절을 할 수 있어요.
하면 할수록 오히려 몸이 나비처럼 가벼워지지요.
그리고 108배를 할 때 염주를 들고 하는데 염주를 사용하게 되면
절하는 자세가 바르게 되지 않고 염주소리 때문에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수행을 방해하게 됩니다.
특히 염주를 들고 하다보면 합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잡념이 끊이지 않아 번뇌에서 벗어나는 수행을 이루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호흡에 맞춰 절을 하는 동작에 수를 대입하여 반복하여 세다보면
절대 숫자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처음에는 숫자를 센다는 생각에 몰두하여 또렷또렷한 의식상태에서
세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어느 정도 수행이 되면 무의식중에
수를 세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즉 온몸을 움직여 절을 하면서 고차원적인 호흡수련을 하고,
그 가운데 수를 세어 산란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수련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
일상생활에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절삼매를 통해 업장이 소멸되고 부처님의 가피를 입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정확한 자세와 호흡법으로 108배뿐만 아니라 1080배, 3000배, 10000배까지를
아무런 도구없이 수를 헤아리며, 절하는 법을 가르친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믿기지 않지만 하루 3천배를 1000일간 하고,
하루 만 배씩 100일간 100만배를 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108배를 3회 이상씩 하고 계신다.
참선수행만 하던 청견 스님이 절 수행을 하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1980년 초 불의의 사고로 고관절이 빠진 상태에서
온몸이 마비된 채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누워지내야만 했다.
그야말로 힘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염불이나 하시게” 하시는 은사스님의 말씀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정말 고통이 너무나 심해 화두는 십만팔천리가 되었다.
할 수 없이 통증으로 고통이 심할 때마다 염불을 대입하여
일념으로 부처님 명호를 염송하였다. 얼마를 그렇게 했을까.
어느 순간 호흡도 초월하고 몸의 고통도 초월하는 삼매에 들었다.
호흡이 딱 멎었는데도 의식은 생생하게 깨어 있었다.
일주일간의 무호흡의 상태에 든 것이다.
환희심에 벅차오른 스님은 3년간 염불을 올렸듯이
3년간은 몸바쳐 부처님전에 예배공양을 올리겠노라고 스스로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절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관절이 빠졌기 때문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상태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형편인지라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아 죽을 힘을 다해 겨우 절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온 몸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참으며 절을 한 지 100일 정도 되었을 때
혼자서도 108배를 할 수 있었다. 3년간 절수행을 통해 완전히 건강을 회복한 스님은
다시 원을 세워 3년간 금강경을 10만 번 독경했다.
한참 독경삼매에 빠져들 때에는 밤이 어두운 줄도 모르고 전깃불 켜는 것도 잊었다.
그런데도 금강경이 훤히 들어왔다. 잠을 자면서도 금강경을 독경했다.
꿈속에서 금강경 글자 한 자 한 자가 톡톡 튀어나와 그대로 읽으면 되었다.
6분 만에 금강경 1독이 되기도 했다.
한번 마음먹고 시작한 일에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선방에서 공부할 때도 그랬지만 정말 치열하게 정진을 했다.
공부가 잘 되는가 싶을 때는 기고만장해져서 감히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저승의 문턱을 몇 번씩 들락거리면서
염불과 독경 절수행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나쁜 에고가 차츰 녹아 없어지고
하심할 줄도 알게 되면서 이제는 공부 중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선지식을 찾아 공부점검을 받을 줄도 알게 되었다.
처음 해인사로 출가해서 받은 화두를 놓아본 적이 없었던
청견 스님은 4년 전 마지막 용맹정진처로 이곳 소리산을 찾았다.
확철대오하지 않으면 결코 나가지 않겠다고 토굴삼아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그 해 여름 계곡으로 피서 온 몇몇 청년들과 인연되어 수행법을 가르치게 되었고,
그것이 차츰 알려지면서 매주 토요일 철야정진으로 이어지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자신이 체득하여 알고 있는 것을 누구에겐가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자세가 바로 되면 호흡은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호흡이 꼬리뼈까지 내려가야 해요. 고관절·골반·치골·선골이 바로 있어야
척추, 목뼈, 머리가 바르게 서고 수행도 제대로 되는 것이지요.”
밤 10시가 되자 법당에는 70여 명의 수행자들이 가지런히 줄이 맞추어진
방석 위에 앉았다. 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칠정례를 올린 후 장궤자세로 한글 금강경을 독경했다.
그것은 내 마음에 지혜의 등불을 켜는 작업에 해당한다.
금강경 독경이 끝나자 5분간 부처님 전에 감사의 축원을 올리고
10분간 휴식 후 석가모니불 염불이 운율에 맞춰 45분간 이어졌다.
이는 빗자루로 청소하는 작업에 속한다. 5분간 축원 올리고 10분간 휴식하고,
절수행으로 들어간다. “딱 딱 딱…” 스님의 힘찬 죽비소리에 맞춰
108배를 세 번에 걸쳐 한다. 그러나 아무도 힘들어 하거나 숨을 헐떡이는 사람도 없다.
108배는 걸레질에 속한다. 마음의 번뇌를 닦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또 부처님전에 축원하고 10분간 휴식을 하면 새벽 한 시가 된다.
그 다음 과정은 나머지 미세망념을 쓸어내는 참선수행이 될 터이지만
아직까지 스님은 참선을 시키지는 않는다. 특히 화두참선은 가장 완벽한 수행법으로
최소한 행주좌와가 일여된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절뿐만 아니라 독경과 염불, 좌선 또한 호흡과 자세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며,
염불이나 독경을 할 때도 역시 목탁을 사용하지 않는다.
운율에 따라 독경하고 염불하는 자신의 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삼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새벽 1시가 되었으나 사람들의 눈동자는 더욱 초롱초롱해지기만 한다.
다시 금강경 독송, 염불을 하고 나니 새벽 세 시가 되었다.
1시간에 걸친 스님의 설법에 이어 도인체조가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다시 절수행이 이어진다. 잠시 한눈팔 사이도 없이 이어진
철야정진을 어느새 마쳤는지 모른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법당문을 열자 신선한 산사의 새벽공기가 뼈 속까지 스며들고,
요란한 산새들의 지저귐을 듣고 있노라니 마치 세포 하나하나마다
우주의 무한에너지가 숨을 쉬는 듯 환희로움이 샘솟아 오른다.
3천배(108배 세 번 후 5분 축원, 10분 휴식으로 10시간 동안 이어짐)를 하는
마지막째 주 토요일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다.
초등학생에서 일흔이 넘은 보살님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낙오자 없이 3천배를 거뜬히 해낸다.
스님의 힘찬 죽비소리에 따라 호흡에 맞춰 절을 하며 숫자를 헤아리고,
밝은 표정으로 절을 할 때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를 되내이다보면
어느 새 3천배가 되는 것이다.
“절은 수행의 첫 관문으로 무수히 절을 하다보면
내 인생을 무겁게 짓눌렀던 업장이 벗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심을 길러줍니다. 바다가 넓은 것은 낮은 데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낮은 곳이기에 모든 물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요.
절을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낮추면 모든 인간관계가 좋아져 복과 덕과 지혜가 넘치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찌 보면 망망대해와도 같습니다. 그 망망대해를 건너자면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피나는 수행이 필요한 것이지요.”
소리산 참선캠프 법왕정사 수행원은 매일 찾아오는 이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해 12월에 발간해 지금까지 불교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절을 기차게 잘하는 법 - 청견 스님 지음, 붓다의 마을 펴냄』이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기도 하다. 책을 보면서 궁금한 이들이
스님을 찾아와 시시때때로 점검을 받기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카페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