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 설교 (1656)
클로드 로랭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0-1682)의 본명은 클로드 줄레(Claude Gellée)로,
로랭이라는 이름은 그의 고향인 프랑스 로렌 공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로랭은 생애의 대부분을 로마에서 보낸 17세기 최고의 풍경 화가다.
그의 풍경화는 한편의 시적인 꿈으로,
인간과 자연이 평화로운 조화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풍요롭고, 안전하고, 비옥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17세기의 현실 모습은 전혀 달랐고,
이것이야말로 로랭이 이상적인 지상 낙원의 이미지를 창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로마 캄파냐의 풍경을 연둣빛 햇살에 물든 곳으로 묘사했고,
성경의 주제들을 풍경화와 조화롭게 결합했다.
그 당시에는 회화의 주제에도 등급이 있어
성경 속 장면을 포함한 역사화가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했고,
19세기 말까지 풍경화는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1656년경에 그린 <산상 설교>는 그가 꿈꾸는 이상향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성경에 보면 갈릴래아, 데카폴리스, 예루살렘, 유다,
그리고 요르단 건너편에서 온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랐다.
예수님께서는 그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들을 마치시자
군중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마태 4,25; 5,1-3; 7,28)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은 바위산 위에 있고,
예수님은 푸른색 옷을 입고 하늘나라를 선포하고 계신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울창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지만 가지는 하늘을 향해 뻗는 속성이 있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수님은 팔을 벌리며 제자들에게 하늘나라를 선포하고 있고,
사방에서 모여 온 군중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가르침에 감탄하고 있다.
초원에는 사람들과 함께 양들이 방목되어 있고,
양 떼를 모는 개는 한가로이 잠을 자고 있으며,
바위산 아래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바위산 뒤로 오른쪽에는 갈릴래아 호수와 레바론 산이 있다.
또 왼쪽으로는 요르단강물이 흐르는데 이 물이 흐르는 곳마다 푸름이 가득하고,
그 물의 끝은 사해에 이른다.
그런데 그림 한가운데 수평선이 지나고 있고,
바위산 위에 있는 예수님과 제자들은 하늘의 빛을 듬뿍 받고 있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곳이 하늘나라이기 때문이다.
로랭은 배경으로 멀리 있는 부분을 푸른색을 사용하여 거리의 깊이를 증대시켰고,
연두색과 초록색을 전경에 배치해 더 가까이 보이도록 했다.
이것은 거리가 멀수록 공기의 양이 많아지면서
색의 채도가 감소하는 광학적 환영을 활용하여
대기 원근법을 풍경화에 적용한 것이다.
또한 전경에 있는 사람들의 옷 색깔을 강렬한 원색으로 그려
풍경에서 도드라져 보이게 했고,
관람자들이 상세한 세부 묘사에 관심을 가지도록 인물들을 세심하게 배치했다.
아무튼 이 작품은 하늘나라와 작가가 꿈꾸는 이상향의 조화,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평화로운 공존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