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다음 쇼핑하우에서 가져옴)
봄햇살이 우물가 장독대에 살며시 내려와 방긋이 웃는 어느날 앞집언니는 유난히 부산을 떤다
물을 데워 목욕을 하고 옷을 다림질하고 얼굴에는 곱게 분칠을 하고 다듬고 하는 것을 보니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좀체 어디 외출을 잘 안하고 늘 집에만 있는 언니인데 무슨일일까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다
부잣집 맏딸이라서 손끝에 물 한방울 튕기지 않으니 들에 나가 일을 해야 할일도 없고
돈이 궁해 돈을 벌러 갈 일도 없다
그렇다고 친구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는 일도 드물었다 내가 언니하고 같이 외출을 한 적은
읍네에 영화보러 갈때였다 아주 재미 있는 영화가 상영중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여 꼬마신랑이라는
영화를 보러 갈때와 그 외에도 몇번 더 데려가 주었다
소문대로 영화가 어찌나 재미 있던지 그때 꼬마신랑 김정훈이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가 학교에 가고 없을때 외출을 했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알기로는 읍내로 영화 보러 가던 때와 목욕탕
가던 때 뿐이었다 그런 언니가 허리까지 내려 오는 차랑차랑한 머리를 빗고 또 빗으며 가지런히 땋는 것이다
탐스런 머리칼이 엉덩이에 닿일락 말락 하며 살짝 앉는다 봄햇살이 마루끝에 와서 앉을때 삼상치 않음을
예상 했으나 요조숙녀 우리 언니가 봄바람에 흔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일인데 아카시아 달콤한 향기가
언니의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고 간 모양이다
다듬고 다듬어 모양새를 다 갖추었는지 문을 열고 살포시
나오는 언니를 보며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잔잔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파라솔을 들고 댓돌로 내려와
빨간구두를 신는 언니를 바라보며 만일에 선녀가 있다면 저런 모습 이었을거라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나비처럼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아서 갈것만 같은 모습이다 늘 집에서 책을 읽거나 뜨게질을 하는
별당 아씨 같은 모습이였는데 그날은 가끔 언니따라 극장가서 본 영화에 나왔던 처녀들 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얼굴에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읍내에 가려고 정류장으로 가는 언니의 뒷모습을 온동네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바라보며 어쩜 저렇게도 고울까 하며 감탄들을 했다 봄볕에 유난히 반짝이는 머리칼이 허리까지 내려와
찰랑거리니 총각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활활 지피고도 남을 형상이다
햇볕에 반짝이는 길게 땋은 머리칼도 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원피스도 아릅답고 예뻣지만 내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다름아닌 빨간구두였다
우물가에 탐스럽게 익은 앵두보다 더 예쁜 빨간색구두 그 속으로 내 마음이 송두리채 빨려 들어가 버렸다
언니는 내마음을 구두에다 메단체 읍내로 가 버렸다
봄볕이 비스틈히 누워 졸고 있을 즈음 언니가 읍내에서 돌아왔다
저녁 밥숫가락을 놓기가 바쁘게 언니네 집으로 달려갔다
댓돌 한쪽에 내마음을 훔쳐갔던 그 빨간구두가 방긋이 웃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조용히 달래며 빨간구두 속으로 내 발을 살짝 밀어 넣어 보았다
"애 너는 아직 더 커야해 어딜 넘봐 "
하고 나무라는듯 했지만 요리보고 조리보며 살펴봐도 여전히 곱고 예쁘다
그날이후 언니의 외출은 잦아졌고 빨간구두도 자주 댓돌에 나와 있던 어느날 언니의 빨간구두 옆에는
웬 낯선남자의 까만구두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 쬐던 여름날 하얀모시 옷을 입고 마루에
서서 살짝 웃어주던 그남자를 보는 순간 가슴은 벌렁벌렁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져 부엌문 뒤로 숨어 버렸다
그해 가을 언니는 결혼을 하고 그 잘생긴 남자를 따라서 서울로 영영 가 버렸다
그후 빨간구두도 보이지 않았고 다음해 나도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언니네 집에 가는 일이 뜸해 졌다
내마음을 송두리채 빼앗아 갔던 그렇게 갖고 싶었던 빨간구두를 그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신어 보지도 가져 보지도 못했다
늘 긴 생머리에 댕기를 하고 곱기만 하던 큰언니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계실까
늘 궁금하네요
아마 지금도 서울에 살고 계시겠죠 손자 손녀들 재롱보며 행복하게 살고 계시겠죠
나에게 참 잘해 주셨는데 많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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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별 그언니가ㅣ름이뭐야 내가다궁금하네 그때그렇게곱게부유하게살았음혹양조장에있는언니였나
언니 잘 계시죠 맞아요 양조장 큰언니 저 어릴때 동경의 대상이었죠 제가 언니네 집에서 2년정도 잠을 잤지요 우리집이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요 언니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제가 좋아 하는 언니랍니다
고운별 오랫만이군 니는 아름다운 추억이 많구나....그아름다운 추억을 맛갈스럽게 쓰는 네글솜씨는 더 아름답고.더위가 시작되는데 건강 잘챙기거래이.......
친구야 잘지내제 우리 모두 잘 먹고 잘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