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利器가 때로는 사람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인간관계의 단절과 같은 병적인 증세를 낳는 수도 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휴대폰병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서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예전에는 신문을 보며 서로 어색한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요즘은 휴대폰에 열중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은 그 안에서의 잠시의 시간도 휴대폰으로 무엇인가를 한다.
게임, 음악듣기, 인터넷, 문자주고 받기, DMB ... 별의 별 것을 다하며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는 가장 진지해야 할 예배시간에도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하는 자들도 있다.
현대인의 생활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인가에 쫓기는 인생을 살게 한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강박증에 사로잡혀 산다.
그래서 잠시라도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어른인 나도 그런 것을 경험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은 어머님이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모시고 가야한다는 연락을 받고도
직장예배 인도가 있어 아내에게 맡기고 바쁘게 가느라 휴대폰을 미처 가져가지 못했다.
별문제도 없는데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머니가 어떠신가? 마치고 어디로 가야하지? 어떻게 연락을 하지?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괜한 불안함이 든다.
이런, 나도 휴대폰병에 걸렸구나...!
예전에는 아무 불편없이 잘 살았는데, 나의 일이 휴대폰이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불안해진다.
정말 꼭 연락할 중요한 내용이나 급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연락이 됨에도 불구하고 괜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산에 운동하러 갈 때는 나를 얽매는 모든 세상 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 가끔 폰을 두고 간다.
처음에는 괜히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앞산 자락에 들어서는 순간 자유함을 느낀다.
내 마음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평소 사람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목사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그냥 나 혼자만의 자유한 시간을 즐긴다.
교회, 사람, 가족, 이런저런 복잡한 것들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산 속의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는다.
특히 지난 6개월은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많이 힘이 들었는데 산이 있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가끔은 폰을 두고 그것으로 인해 오는 사람과 일, 세상에 메이지 않고 나만의 자유한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느끼는 하나님의 숨결을 통해 나를 찾아야 되겠다.
2011. 12 .19(월) 오후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