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하나를 통째로 옮겨 본다.
“대장동개발비리사건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국힘당 게이트’, ‘특수부 검찰 게이트’ 혹은 ‘박영수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임이 명백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국힘당 정치세력과 토건족, 금융투기세력이 결사적으로 대장동 공공개발을 막아 민간개발로 돌렸고,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온갖 부정과 비리를 검사들이 덮어주고 그 대가를 챙긴 것이 대장동개발비리사건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어제 박영수 특검은 부산저축은행을 통한 불법적인 초기 자금 조성 때부터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한 탐사전문 인터넷 매체 보도가 있었다. 자기 사무실에서 개발계획을 짜기도 했으며 심지어 자기 부하직원들을 성남개발공사 고위 간부로 파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대장동 사업의 첫 수익 420억 원이 발생한 2019년 4월 김만배로부터 100억+α를 대가로 받아 그 막대한 돈을 또다시 주가조작을 통해 뻥튀기한 의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 함께 주가조작을 공모한 회사가 옵티머스였다는 놀라운 사실도 폭로했다.
부산저축은행 부정대출, 옵티머스 사기사건을 수사한 것이 바로 윤석열 후보다. 정확히 말하면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수사를 덮은 것이다. (현 단계에서) 그 대가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김만배의 누이가 윤석열 후보 부친의 집을 사 준 것도 2019년 4월이다. 곽상도에게 50억이 건네진 것도 2019년 4월이다. 고위 검사들이 대부분인 다른 ‘50억 클럽’ 회원들에게도 돈이 전달됐다면 아마도 2019년 4월, 같은 시기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박영수 특검은 특수부 검찰의 정신적 지주일 가능성이 크다. 현직 검사들이 감히 손대지 못할 위치에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가 사수일 때 윤석열 검사는 조수였다고 하는데,
그건 점잖은 말이고, 검찰 조직 특성 상 두 사람은 '오야붕-꼬붕' 관계다. 건설회사 조 아무개 회장의 꼬붕이기도 하고, 박영수 특검의 꼬붕이기도 한 인물이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사람이 지금도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이재명 (당시) 시장이야말로 이들 정-검-토건-금융투기 연합세력에 맞서 최대한 공공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싸운 인물임이 분명해졌는데도 말이다.”
이 글은 2022년 2월 6일 내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20년 이상 취재현장을 떠나 있어 별다른 취재원이 있을 리 없는 위인이 한정된 뉴스보도를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으로 분석해 내린 결론이었다. 그 후 1년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지금 검찰은 어떤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나.
핵심 의혹은 덮고 없는 의혹은 증폭시켜 온 검찰
그동안 벌어졌던 일 중에서 가장 큰 일은 당시 내가 ‘박영수 특검의 꼬붕’이라고 지칭했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물론 50억 클럽에 속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그 누구도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았다(최소한 그런 보도는 없었다). 김만배 씨의 누이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의 집을 사 준 것에 대한 수사도 전혀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그런 보도도 없다). 그뿐인가. 김만배 씨 등이 사업자 선정 전에 37억 원, 사업 성공 후에 무려 248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던 것이 드러났는데도 그 용처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이에 대한 보도 역시 없다).
대신 유동규 씨와 남욱 씨의 진술이 바뀌었다. 이 두 사람의 바뀐 진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전에는 이재명 대표에게 뇌물 혹은 선거자금을 준 것으로 냄새를 풍겼다. 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면서까지 김용 정진상 등 이 대표 측근들을 잡아 가두고도 이 대표로 돈이 흘러갔다는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하자 이제는 사후 뇌물을 약속한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천하동인이 얻은 428억 원의 이익을 이 대표도 나눠 먹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는커녕 증인들의 증언도 일치하지 않고, 지난 12일 전면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 어디에도 이런 정황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27일이나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또 불과 1주일 전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문제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두산, 네이버 등 관내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성남FC 후원금을 받은 것이 제3자 뇌물혐의라는 것이다. 이 사안은 이미 2021년 9월 경찰이 무혐의 종결한 것이다.
“갈 데까지 간다” 죄 없어도 죄인 만드는 특수부 수사 기법
이뿐인가. 17일에는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키맨’이라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돼 압송됐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일 때 무죄 판결을 받았던 공직자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의 변호사비를 김 회장이 대납했다는 혐의다. 김 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와는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 전화통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의혹의 ‘키맨’이라는 사람이 이렇듯 강력하게 부인하는데도 ‘검찰 총수’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중범죄자들이 언론사를 선택해 자기에게 유리하게 보도되게 하고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말맞추기’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장관은 대장동사건과 관련한 이 대표 소환에 거세게 항의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이제는 팩트와 증거로 말해 달라”고 응수하면서 “공허한 음모론이나 다수당의 힘자랑 뒤에 숨는 단계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고 말했다. 수사도 하기 전에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결정한다. 우리가 죄가 있다 하면 죄가 있는 것이다”라는 전형적인 특수부 검사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말본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표적수사, 저인망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플리바게닝 수사 등 특수부 검사들이 애용하는 모든 악랄한 수사기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가장 난폭한 것은 별건 수사와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다. 본인의 당초 혐의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본인의 다른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가족과 친척, 심지어 친구들까지 수사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 별건 수사이다. 검찰이 당초 잡아넣겠다고 결심한 피의자는 무슨 혐의를 씌워서든 끝내 잡아넣고야 마는 것이 성공률 100%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다. 김만배 씨가 자해소동을 벌인 것도 자신의 주변을 터는 별건 수사로 인한 고통 때문이었다 하고 김성태 씨가 회사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의 괴로움을 호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검찰은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를 잡아넣기 위해 인디언이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수사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유동규 김용 정진상 등 이 대표 측근들을 털었고, 앞으로도 이들의 주변을 털면서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거나 실패할 경우 검찰은 김혜경 여사와 아들 등 가족들까지 건드릴 것이다.
‘사법리스크’는 비겁한 자들의 굴복과 패배의 단어
무섭지 아니한가. 이것은 이재명 발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발 공포다. 이재명 대표가 뭔가 문제가 있어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 등 처벌받을 리스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끝내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멸망시켜 버리고 말겠다는 의도의 테러행위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다. ‘사법리스크’란 단어가 노리고 있는 정치적 계산은 별도로 하더라도 그 안에는 검찰의 기우제식 수사가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성공할 것이라는 비겁한 예측과 검찰이 그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별건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배어 있다. 그것은 패배의 언어요, 굴복의 표현이다.
검찰의 테러행위는 이뿐이 아니다. 대장동사건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1부는 과거 한명숙 전 총리사건 때 최소 11명의 재소자들에게 모해위증교사를 했던 바로 그 엄희준 검사가 이끌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에게 멸문지화를 가한 것 역시 검찰 발 테러행위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2010)에서 검찰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이 나라의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었다. 너무나 보복적이고 정치적이며, 지역 중심으로 뭉쳐 있었다. 개탄스러웠다. 권력에 굴종하다가 약해지면 물어뜯었다. 나라가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
생전의 김 대통령도 설마 이 나라가 10여 년 후 ‘진짜’ 검찰공화국이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검찰은 더 이상 굴종할 권력도 없고 스스로가 최고의 권력이 되어 모든 다른 권력을 굴종시키고 있다. 검찰공화국은 공포(테러) 속에서 탄생했고, 공포는 두려움과 비겁을 먹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