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화와 북종화
미술사에서 중국 산수화와 인물화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점의 하나로 동기창의 남북종화론이 있다. 동기창은 중국 명 말기 남종이 북종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남북종화론' 또는 '남북이종론'을주장하였다. 당시 이 이론은 중국 회화사상 가장 빼어난 이론으로 추앙받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우리나라 산수화와 인물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면 남종화와 북종화란 무엇인지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남종화는 남화라고도 불린다. 남종화는 인격이 고매하고 학문이 깊은 사대부들이 여가로 그린 그림이다. 대부분 이들은 수묵과 담채를 사용하여 간일하고 온화한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남종화의 시조는 당나라 왕유로 부터 시작되어 북송의 이성, 범관이 그 영향을 받았으며 원대에 이르러 원말 사대가로 이어진다. 이들은 작품 표현에 있어서 대상의 내면적, 정신적 표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외형묘사보다는 생략과 단순화법을 많이 사용했고, 주로 몰골법과 수묵위주의 작품이 많다. 또한 구도에 있어서도 수평적 구도의 사용이 많이 나타났으며, 우리나라도 베이징을 다녀온 사행원과 화원들에 의하여 남종화풍이 전래되었다. 특히 조선 영.정조 이후에 와서는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이인상, 강세황, 신위, 정선, 김정희가 주로 활동하게 되었다.
반면 북종화는 전문적인 궁정화가와 직업화가 중심의 보수적 화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사물의 객관적 형태를 표현의 중심으로 하는 기술위주의 회화로 동기창의 생동하는 기운과 문인의 높은 교양미를 상대적으로 위축시킨 부자유한 예술이라고 폄하하였다. 이러한 북종화의 계보를 보면 당나라 이사훈을 시조로 북송의 곽희, 남송의 마원과 하규에게로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남종화가 대상의 정신성과 내면성을 강조한 반면 북종화는 외형의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한다. 따라서 세밀한 묘사위주의 표현으로 구륵법과 채색 위주이며 구도에 있어서도 수평적 구도의 남종화와 달리 수직적 구도를 사용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초기와 중기까지 화단의 주류를 이루다가 후기에와서 남종화풍의 영향이 커지면서 점차 그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북종화의 대표작으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조속의 <금궤도>, 안중식의<도원문진도>등이 있다.
이처럼 동기창화론은 중국의 회화사를 독특한 안목으로 정리하였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회화에서 남종화를 북종화보다 절대적 우위로 높임으로써 형식주의적이고, 창의성을 상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때문에 오늘날 몇몇 중국 미술가들은 이 이론은 주관적인 폐단이며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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